충북에서도 전·월세 사기 사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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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도 전·월세 사기 사건 터졌다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11.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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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에이치시티오피스텔 32세대 공매···피해액 30억 이상 추정
㈜법상주택, 담보신탁 후 중개사와 짜고 전·월세 계약 보증금 편취
피해자 중엔 예비부부도 포함···증평군 등 관계당국 실태파악 나서

 

 

 

전월세 사기 사건에 휘말린 증평 에이치시티오피스텔. 피해자 32명에 피해액은 3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
㈜법상주택이 오피스텔 담보 신탁으로 소유권을 잃었는데도 부동산 중개업자와 짜고 전·월세 계약을 통해 보증금을 떼먹은 사건이 충북 증평에서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건물인 에이치시티오피스텔.

 

 

충북 증평에서 전·월세 사기 사건이 발생해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충북에서 계획적인 전·월세 사기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피해액은 32세대, 30억 원 이상 추정된다.

건설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넘어갔는데도 부동산중개업자와 짜고 전·월세 계약을 하고 보증금을 편취한 전형적인 사기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특히 피해자 중에는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청주시 용담동에 사무실을 둔 법상주택은 증평읍 증평리 588 17419층짜리 에이치시티오피스텔’ 2개 동 48세대를 신축해 2021318일 등기완료했다.

그러나 법상주택이 대출금 60억 원 중 30여억 원을 갚지 못하자 대출금융기관 농협(남세종농협 용포지점, 세종동부농협, 세종중앙농협 해밀지점)은 같은 날(318) 코리아신탁()과 부동산담보신탁을 계약하고 소유권을 넘겼다.

코리아신탁은 이들 농협으로부터 공매진행 요청을 받아 현재 일부 세대에 대해 공매를 진행 중이다. 공매 대상은 27일 현재 48세대 증 32세대에 이르고 피해액은 30억 원 이상 추정된다.

코리아신탁이 온비드를 통해 지난 20일부터 공매에 들어간 1019세대와 1023세대 등 12세대 1회차는 유찰됐다. 유찰이 계속되면 공매는 오는 1228일까지 8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사기피해로 신혼 꿈조차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신모(오른쪽 씨와 황모 씨.
사기에 휘말려 신혼 꿈을 날릴 처지에 놓인 예비부부 신 모(오른쪽)·황 모 씨.

 

 

신혼 꿈 날아간 예비부부 황망

 

문제는 전·월세 계약자 대부분이 계약 체결 시점에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인 코리아신탁의 사전 서면승낙을 받지 않아 계약효력이 상실된다는 점이다.

코리아신탁이 이들에게 공매 예정을 알리는 통고문에도 불법 임대차’, ‘불법 전세’, ‘불법임차인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이어 임대차·전세 효력 부인’, ‘일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임대인 법상주택에만 있음이라고 해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법상주택은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넘어간 상태에서 부동산중개업자를 내세워 전·월세 계약을 해 세대 당 보증금 3000~17000만 원 이상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증평지역 부동산중개업자들의 농간이 작용했다. 임차인을 안심시키며 계약 체결을 유도해 피해자를 양산한 꼴이다.

남의 재산을 갖고 전·월세를 놓은 것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127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신(32)·(27)모 씨는 신혼 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새집에서 신혼 꿈을 펼쳐보겠다는 꿈을 안고 가장 작은, 전용면적 581xx4xx호를 지난 727일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43만 원에 계약했다.

계약 당사자들은 임대인 법상주택, 임차인 신 씨, 에이스공인중개사무소 등 2곳이었다.

신 씨는 법상주택에서 안전하다’, ‘문제없다’, ‘보증금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중개사들도 신탁회사가 관리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해 믿었다. 그렇지만 계약과정에서 신탁회사의 동의서와 신탁 원본을 보여주는 등의 신탁회사에 대한 고지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중개사가 요즘 전세 사기가 많아 월세로 돌렸다며 안심시켰다. 2~3년 동안 두세 차례 거래했을 정도로 단골 중개사여서 믿고 계약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분개했다.

신 씨는 법상주택과 공인중개사들이 짜고 담보신탁 사실을 숨기고 계획적으로 벌인 전·월세 사기극이라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씨는 괴산경찰서에 이들을 고소했다.

 

 

 

피해자 두 번 울린 농협

 

건설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공매로 자칫하면 길거리에 나 앉을 판에 놓인 피해자들에게 해당 농협이 대출안내문을 보내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수익자 1순위인 세종동부농협은 지난 1120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공매 낙찰을 통해 소유권을 이전할 경우 금리우대 대출을 해주겠다는 안내문을 보내 불 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법상주택과 중개사들의 사기 행각으로 입주자들이 졸지에 불법 임차인으로 전락했다내 돈 내고 들어와 살고 있는데 쫓겨날 판에 놓여 억울한데 대출안내문을 보내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울분을 삼키지 못했다.

·월세 사기 피해 소식을 뒤늦게 접한 증평군은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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