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너의 국적은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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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너의 국적은 어디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11.30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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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름 점점 길어지고, 한글과 외래어 뒤섞어 기억 어려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하트리움, 에듀파크, 퍼스트, 써밋 등 유행
청주에도 방서하트리움리버파크, 호반써밋브룩사이드, 사창하트리움에덴…

 

이미지/ 픽사베이
이미지/ 픽사베이

 

청주지역 아파트 변천사 
판치는 국적불명 아파트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 ‘울산블루마시티서희스타힐스블루원아파트’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 ‘대구국가산단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2.0’ ‘신암뉴타운동대구해모로스퀘어웨스트’ ‘오창롯데캐슬더하이스트아파트’

이것이 요즘 아파트 이름이다. 아파트 이름이 점점 길어지는데다 난해해 한 번 들어서는 기억할 수 없다. 시어머니가 못 찾아오게 하려고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이제는 시어머니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못 찾아가게 생겼다. 지난 11월 21일 대구 북구의 한 유치원에서 ‘우리집 아파트 이름쓰기’ 행사를 했는데 어린이들이 아파트 이름 외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모두 유행을 따라간다
 

아파트 이름 중에는 10자를 훨씬 넘는 게 많다. 20자를 넘는 것도 있다. 또 지역명에 한글과 외래어를 섞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언론들은 한글날을 앞두고 으레 이런 것을 지적하나 평소에는 잊어버린다.

대개 아파트 근처에 강이 있으면 ‘리버’ ‘레이크’ 숲이 있으면 ‘포레’ 공원이 있으면 ‘파크’라는 단어가 붙는다. 또 도심지에 있다면 ‘센트럴’, 학교가 많으면 ‘에듀’를 넣어 강조한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이 또한 다 맞는 건 아니다. 짓는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도심지가 아닌 한가한 곳에도 ‘센트럴파크’가 있고, 교육지구가 아닌 곳에도 ‘에듀파크’가 있다. 아파트 이름도 유행을 탄다고 한다. 한 때는 파크드림, 캐슬 같은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에듀파크, 써밋, 퍼스트 같은 단어들이 나온다는 것.

아파트 이름에 대해 청주시민들은 국적을 알 수 없는 외래어 투성이라는 것과 고유한 특성없이 유행하는 단어를 합쳐놓는 방식을 지적한다. 아파트 이름에 외래어가 들어가면 고급스러워 보이고, 이는 곧 가격이 올라가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실제 그런 심리도 있다고 한다. 최근 청주시에 지어진 아파트들 중에서도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아파트를 찾을 수 없다.

2010년 이후 청주시내에는 북문로한신휴플러스, 우미린에듀파크, 중흥S클래스더퍼스트, 영운파모스라움, 용암서희스타일스, 문화동센트럴칸타빌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뿐 아니라 방서하트리움리버파크, 호반써밋브룩사이드, 사창하트리움에덴, 더샵청주퍼스트파크, 우방아이유쉘, 오송역파라곤센트럴시티, 오창한신더휴센트럴파크 등도 있다. 여기서도 에듀파크, 퍼스트, 센트럴, 써밋 같은 단어를 볼 수 있다.

한 청주시민은 “외국인이 우리나라 아파트 이름을 보면 여기가 한국 맞냐고 할 것 같다. 한글과 외래어를 섞은 이름이 참으로 절묘하다. 대체 어느나라 이름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뜯어보면 방서하트리움리버파크는 방서(청주시 방서동)+하트리움+리버+파크, 사창하트리움에덴은 사창(청주시 사창동)+하트리움+에덴, 오창한신더휴센트럴파크는 오창(청주시 오창읍)+한신더휴(한신공영 아파트 브랜드명)+센트럴파크다. 이렇게 동네 이름과 업체 브랜드명에 외래어가 뒤섞여 있다.

 

내 아파트에 맞는 고유명사 없나

 

앞으로는 더샵청주그리니티, 진천삼부르네상스 라포레스타, 충북혁신도시동일하이빌파크테라스가 들어설 예정이고 오송역서한이다음노블리스, 코오롱율량하늘채센트럴, 월명공원한라비발디온더파크, 해링턴플레이스테크노폴리스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명칭들에 대해 지역민들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진천삼부르네상스 라포레스타는 진천(충북 진천군)+삼부(건설회사명)+르네상스+라포레스타, 월명공원한라비발디온더파크는 월명공원(청주 월명공원)+한라비발디(HL디앤아이한라 아파트 브랜드명)+온더파크, 해링턴플레이스테크노폴리스는 해링턴플레이스(효성건설 아파트 브랜드명)+테크노폴리스(기술연구집적단지)다. 이 중 한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은 “처음에 이름을 들었을 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됐다. 지금도 영 낯설다. 꼭 이렇게 어렵게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마디했다.

그런가하면 일각에서는 아파트 이름에 고유한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도 지적한다. 지역과 그 아파트만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지역특성은 청주나 진천, 혹은 오송이나 오창 같은 지역명이 들어가지 않으면 어디에 있는 아파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는 것. 또 하나는 그 아파트만의 특성을 살린 이름이 없어 아쉽다는 점이라고 한다.

실제 전국적으로 센트럴시티나 센트럴파크, 하트리움, 에듀파크, 퍼스트 등의 이름이 대중화 돼있다. 이 보다는 그 지역과 아파트 특성을 살린 고유명사를 이름으로 내세운다면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는 더 좋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 아파트에만 어울리는 이름 말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건설업체에서는 시도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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