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충북도의원인데 ‘도지사 저격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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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충북도의원인데 ‘도지사 저격수’, 왜?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12.05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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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중심에 선 박진희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의 말·말
오송참사, 도지사 측근 테러 사주 의혹 등에 대한 생각
의정활동 2년도 안돼 고소 당해…“나의 일 잘 해내고 싶어”

 

박진희 충북도의원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
➀ 박진희 충북도의원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뉴스가 있다. 뉴스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본지는 지역밀착 연재물로 뉴스 주인공을 찾아가 숨겨진 얘기까지 듣는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를 시작한다. 주인공을 통해 지금, 여기 충북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지난 3일은 일요일이었다. 그는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고 있었다. 이번 충북도의회 회기인 12일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아 매일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한다고 했다. 초선다웠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초선의원에게는 열정이 있다. 그는 박진희(52)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민주당 비례대표 충북도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7월에 도의원 임기를 시작해 1년 5개월여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다. 채 2년도 안됐건만 첫 상임위 배정부터 현재까지 조용하게 지낸 날이 거의 없었다.

그는 교육위원회를 원했으나 건설환경소방위원회로 배치됐다. 그동안 차없는 충북도청, 제천산불 술자리, 친일파 발언 논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과 관련해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문제점을 끄집어냈다. 공격도 했다. 그 사이 ‘도지사 저격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급기야는 며칠전 김 지사 측근의 테러 사주 의혹을 폭로해 충격을 주었다. 때문에 그는 뉴스의 중심에 섰다. 더러는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라며 그를 곱잖게 보지만 견제와 감시라는 도의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충북도의회에는 야당 비례대표 초선으로 일종의 ‘싸움닭’ 역할을 한 여성의원 계보가 있다. 민주당 최미애-이숙애-박진희 의원, 국민의힘 김양희 전 의원이다. 이들은 집행부를 지적하고 단체장을 공격해 ‘저격수’ 소리를 들었다. 도민들은 시원하다고 했으나 집행부 공무원들에게는 악명이 높았다. 이 중 최미애 전 의원은 지난 5월 안타깝게도 지병으로 별세했다.

야당 비례대표 여성의원은 왜 ‘싸움닭’ 역할을 하는가, 혹시 당에서 그런 역할을 주문하는가, 그리고 남성의원들은 왜 안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지역구 의원들보다 비례대표가 더 자유롭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에 관한 여러가지를 챙겨야 한다. 그런데 비례대표는 그런 게 없다. 여당이 아니고 야당이니 눈치볼 일도 없고”라며 “당에서는 이런 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진희 충북도의원 

“동료의원들에게 고맙다”
 

또 남성의원들은 왜 그러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내 경험상 여성들이 더 용감했던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끝에 “순간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어느 정도까지 얘기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외로울 때도 있다. 아마 선배 의원들도 그랬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의원들은 같이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의원간 관계도 중요한데 다른 의원들이 도와줘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 민주당과 대척점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때로는 걱정해준다고 한다. 박 의원이 ‘왕따’는 아닌가 보다.

의원들 중에는 단체장, 집행부 공무원, 선후배, 지역구 주민 등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평판에 신경쓰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의원들은 의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지적하는 대신 각종 행사장이나 모임, 다중이 있는 곳에 가서 얼굴 알리는 일에 더 치중한다. 이렇게 해서 재선이 되고 3선의원이 된다. 하지만 충북도민들에게 필요한 의원은 어느 쪽일까.

박 의원에게 최근의 일부터 물었다. 그는 지난 11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 지인이 본 의원과 기자 두 명을 대상으로 테러를 사주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폭로하고 녹취록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테러를 사주한 B씨는 김 지사의 오른팔로 중고등학교 후배인데 박 의원과 기자 두 명 등 세 사람이 도지사 하는 일을 방해한다고 ‘살인, 정리’ 운운하며 테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A, B 두 사람은 김 지사가 어린시절부터 오랫동안 살았던 충북 괴산군 청천면이 고향이고 현재도 거기서 거주한다고 한다. A는 인삼 농사를 짓고, B는 충북도가 추진 중인 못난이 농산물 시리즈를 제조·판매한다는 것. A와 B씨 사이가 틀어져 A씨가 이를 공개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A씨는 처음에 이 얘기를 언론사에 제보했다. 나는 기자를 통해 들었다. 한 달여 전 이를 듣고 A, B씨에게 연락했으나 A씨만 만났다. B씨는 현재까지 못 봤다. A씨는 테러 사주를 받았다며 순순히 얘기를 해줬다. 나는 녹취를 하겠다고 동의를 구하고 했다. 불법녹취라는 건 꾸며낸 말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해서 테러 사주 의혹을 세상에 밝히는 게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테러 사주 의혹 경찰 수사의뢰 예정
 

박 의원은 어쩌다 중간에 놓인 A씨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신경썼으나 A씨가 기자회견장에 등장하는 바람에 당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테러 사주를 받았는데 후배들이 만류해 하지 않았다고 다 얘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기자회견 후에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두 기자가 속한 충북인뉴스·MBC충북은 수사당국이 의혹의 배후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충북기자협회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실제 이게 사실이라면 강하게 분노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 의원은 “도의원과 기자가 정당한 의정활동을 하고 언론보도를 했는데 도지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물리적 위해를 가하려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 일 외에도 나의 SNS 등에는 익명계정을 통해 욕설, 협박, 비방을 지속하는 이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테러 사주 의혹을 경찰에 수사의뢰 하겠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김 지사 지인인 이 모씨가 박 의원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모씨는 박 의원이 9월 6일 대집행부질문을 하면서 자신을 도정개입, 비선이라고 지칭하며 이름을 공개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고소했다. 현재 이에 대한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럼 박 의원은 왜 김 지사 측근들에게 관심이 많을까? “그건 아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왜 일어났을까에 관심을 기울이다 알게 됐다. 참사 전날 김 지사는 중요한 공무라며 서울에 가서 만찬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 누가 있었나 보니 김 지사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사람이 있었다. 물론 측근들이 어떻게 움직이나 주시하긴 할 것이다.”

 

11월 29일 도지사 측근 테러 사주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 중인 박진희 의원
11월 29일 도지사 측근 테러 사주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 중인 박진희 의원

 

“오송참사가 내 인생 바꿀 것 같아”
 

지난 7월 15일 충북 오송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참사가 발생했다. 14명이 목숨을 잃고 11명이 다쳤다. 도의회에서는 박 의원이 속한 건설환경소방위 소관이다. 건설환경소방위의 대처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참사 이후 수해복구에 나간 것 외 진상조사나 제도개선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많은 문제점을 들춰냈다. 충북도 행정사무감사 때도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었다.

“내가 오송참사를 꺼내면 ‘또 해?’ 그런다. 하지만 계속할 것이다. 아마 이 참사는 내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다. 처음에는 교육위원회로 못 가 좌절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는 분야가 교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수당인 국민의힘 마음대로 배정하는데 소수당인 민주당 힘이 없으니 건설환경소방위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송참사를 겪으니 내가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데 내가 해야지.”

그에게 왜 이 문제에 매달리느냐고 물었다. 충북도를 책임지는 도지사가 일을 제대로 안 했을 때 도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이 참사라고 했다. 참사 발생 전, 또는 발생 후 수많은 단계가 있었는데 도지사 이하 아무도 손을 쓰지 않아 이런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박 의원이 생각하는 김 지사의 문제가 무엇일지 긍금했다. 그는 “거짓말, 무책임한 말을 많이 하는 것. 아이디어는 좋으나 법적으로 안되는 것도 밀어붙이려 한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사업에는 예산과 행정력이 들어간다. 도지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충북도 1년 예산이 7조원이다. ‘주식회사 충청북도’를 가장 최일선에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람들은 충북도의원이다. 

 

학부모회 활동하다가 정치 입문
대학 졸업 후에는 방송작가 생활 14년

 

박진희 의원은 왜 의원이 됐을까? “학부모회 활동하다 도종환 민주당 국회의원, 이재명 대표 선거운동을 하게 됐다. 그 후 민주당에 들어가 2022년 도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묘하게도 여성 정치인 중에는 학부모회 활동을 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는 충북대 인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4~2008년 청주KBS 방송작가를 했다. 결혼 후에는 아들이 다니던 학교 내 학부모회 활동을 하다가 충북학부모연합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이 때 처음 뭔가 도전하게 됐다는 것. 임기가 끝난 다음에는 참교육학부모회를 만들어 청주지회장과 충북지회장을 역임했다.

그런데 김병우 충북교육감 재임시 충북학부모연합회가 도교육청 친위대 역할을 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고 하자 그는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할 때 학부모들은 도교육청 입장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도교육청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쓴소리를 했고 건의도 많이 했다. 성명서를 낼 때는 연합회 회원들 설문조사를 거친 뒤 했다. 회장만의 의견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럼 의원이 된 뒤 만족감 내지 보람을 느끼느냐고 물었다. “아직까지는 보람보다 그 반대가 더 많다. 의원 한 사람, 더욱이 야당 초선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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