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 짧은 것도 강점…12월 말부터 ‘주차대행’ 서비스
①동선이 짧다...②정치(定置)에 유리
청주국제공항이 뜨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정학적인 강점은 ‘언젠간 청주공항의 때가 올 것’이라는 예언 수준의 확신을 품게 했다. 하지만 1997년 개항 이후 10년, 20년이 지나도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전에 공항이 없다 보니 일부 항공사는 영문 표기로 ‘대전/청주공항’을 쓰기도 했다. ‘세종특별시 관문 공항’이라는 위상 설정도 한때는 불편했다. 청주국제공항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국제’라는 단어를 빼자고 자학했던 적도 있다.
청주국제공항이 뜨고 있다. 단순히 이용객이 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청주공항의 활용가치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도 있다.
김공덕 한국공항공사 청주국제공항장은 “국제선의 경우 2022년 12월 처음 부임했을 당시만 해도 사람이 너무 없어 걱정했지만 최근 여객이 크게 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2024년 국제선 100만↑ 기대
청주공항은 한동안 제주 노선으로만 버텼다. 10월까지만 해도 티웨이항공, 에어로케이, 쓰촨항공 등 3개 항공사가 5개국 8개 노선을 주 114편 운항하던 것에서 동계 시즌에는 이스타를 포함해 4개 항공사가 6개국 12개 노선을 주 198편 운항한다. 슬롯 신청 기준이지만 이를 단순 계산하면 연간 100만명이 훌쩍 넘는 규모다.
김공덕 공항장은 “청주공항을 운항하는 국제선 항공기가 190여 석이고, 탑승률 80%를 잡고 1년을 계산하면 수치상으로는 150만 명에 육박한다”면서 “2024년 봄에는 이스타와 에어로케이가 노선을 보다 다양화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청주공항으로 국세선이 몰리는 것은 인천국제공항 등 큰 공항보다 동선이 짧아 탑승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당 슬롯도 올해 더 늘어나면서 여객확대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대유행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거점 항공사인 에어로케이의 투자와 충북도의 지원이 상승효과를 발휘했다.
주차장 늘리고 대행 서비스
여객이 급증하면서 주차면 부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2023년 초에 3주차장 499면과 4주차장 463면을 추가해 4857면으로 늘렸다. 지방공항치고는 절대 작지 않은 규모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주차면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내주차장 등 가까운 곳에 차를 대려는 심리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수도권 전철 연장과 충북선 청주공항역 개선, 급행버스 등 대중교통이 활성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청주국제공항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중·소규모 공항 최초로 주차대행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주차대행을 통해 조금 먼 거리의 주차부지를 활용하되 이용객 동선은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김공덕 공항장은 “동선이 조금 먼 곳에 주차하는 여객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주차 대행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고 지금 업체 선정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2023년 안에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주차장을 500면 이상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비행기 등록세만 연 46억
청주공항은 비행기를 등록하는 ‘정치장(定置場)’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방세법 108조는 ‘정치장 소재지 항공기는 납세지를 당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산세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 등록세를 지자체에 내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한국공항공사 항공정보 포털에 따르면 청주공항을 정치장으로 하는 항공기는 ‘무려’ 65대다. ‘무려’라는 표현을 쓴 것은 ▲김포 149대 ▲인천 97대 ▲제주 82대 다음으로 많기 때문이다. 항공수요와 견주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준이다. 김해는 28대, 대구는 7대에 불과하다.
청주공항에 정치한 항공기 중 2023년에는 45대가 46억 원의 지방세를 냈다. 한 대당 약 1억 원꼴이다. 나머지는 등록 시점보다 부과 시점이 빨랐다. 내년에는 최소한 57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찬규 청주시 교통정책과장은 “청주시는 2016년부터 정치장 등록으로 받은 지방세 가운데 20%를 정비비 명목으로 돌려주고 있다”며 “이를 실시하지 않는 대구나 부산(김해) 등에서 이 제도에 대해 질의해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약 9억3000만 원 정도가 나갈 예정이지만 청주시에 등록한 항공기는 2019년 13대에서 다섯 배 늘었다.
항공사별 등록 대수는 ▲대한항공 24대 ▲이스타 9대 ▲진에어 8대 ▲티웨이 6대 ▲에어로케이 5대 ▲아시아나 4대 등이다.
청주공항에 등록된 비행기가 많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공항에는 항공기의 이착륙 시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커퓨타임(Curfew Time, 통행금지 시간)’이 있는데 청주는 제주, 무안공항과 함께 24시간 운영하는 공항이다.
김포·김해·대구·광주 등 네 개 공항은 시간대별로 커퓨타임이 있고, 나머지 공항들도 협의나 요청에 따라 커퓨타임을 운영하고 있다. 내리고 뜨는 게 자유로워서 정치장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