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충북 의료현실, 믿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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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충북 의료현실, 믿어지는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12.12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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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광역지자체 의대정원 평균 197명인데 충북 89명
치료가능 사망자수 전국 1위, 의료기관·의사 수는 전국 최하위
충청권에는 국립 치과대학도 없어, 의대정원 확대 절실

 

송병무 충북도 RISE추진과장
송병무 충북도 RISE추진과장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
② 송병무 충북도 RISE추진과장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뉴스가 있다. 뉴스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본지는 지역밀착 연재물로 뉴스 주인공을 찾아가 숨겨진 얘기까지 듣는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를 진행한다. 주인공을 통해 지금, 여기 충북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의대정원 확대. 과거에도 이 이슈는 등장했으나 지금처럼 뜨거운 적이 없었다. 정부는 의료환경 개선과 국민여론을 감안해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미 전국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총 2000여명의 정원을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사수가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보다 낮다. 인구 10만명당 의대졸업자 수도 7.4명으로 OECD 평균인 13.5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들은 의사 수를 늘린 반면 우리는 2006년에 의대정원을 동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마지막에 늘린 것이 2006년이니, 지금 시행해도 17년만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 여부를 두고 11~17일 회원 14만여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시작했다. 16개 전국광역시도의사회는 지난 11월 1일 “정부의 졸속 의대정원 수요조사 발표를 강력 규탄한다.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부터 제시하라”며 반발했다. 조만간 정부와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열악한 의료 인프라, 어느 정도?

의사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대정원 확대를 찬성한다. 의사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실정을 감안하면 차제에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충북은 더 절실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충북의 의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 도세가 약한 충북의 현실이 여기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충북지역 의대정원 확대를 공약으로 채택하고 추진중이다. 김 지사의 공약 중 도민 지지도가 높은 것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시종 전 지사 때도 이를 이슈화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충북은 치료가능한 환자 사망자수가 전국 1위이고, 서울 5대병원 원정진료 비율도 높다. 도내 주요병원의 의사도 부족하다. 이를 해결할 단초가 되는 것이 의대정원 확대라고 보는 것이다.

그럼 현 충북의 의대 실태는 어떤가. 송병무 충북도 RISE추진과장을 만났다. 송 과장은 “충북은 충북대 의대 49명, 건국대 충주 글로컬캠퍼스 의대 40명 등 총 89명이 전부다. 전국 시·도 평균은 180명, 비수도권 광역지자체 평균은 197명이다. 충북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서울은 826명, 경남 294명, 강원 267명, 광주 250명, 전북이 235명이다. 지역별 편차가 이렇게 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충북에는 국립 치과대학도 없다. 수도권에는 서울대, 강원권에 강릉원주대, 호남권에 전북대·전남대, 영남권에는 경북대·부산대에 치대가 있다. 충청권에는 국립 치대가 없고 사립대인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유일하게 있다. 고령사회 가속화에 따라 치과 수요가 늘어나 국립 치대 설립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충북도가 정부에 요구하는 요점은 이 것이다. △충북대 의대정원 101명 증원 △충북대 치대 설립 입학정원 70명 배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50명 △지역의사제 도입 및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 확대 등이다.

카이스트는 K-바이오스퀘어 완성을 위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연고 의사 확대 필요성에서 나온 것.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일정기간 동안 지역에 남아 근무하는 지역의사를 길러내자는 얘기다. 일본이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충북, 정부에 221명 증원 요구

송 과장은 “정부가 의대정원을 확대해도 충북이 몇 명을 배정받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다른 지역도 증원을 요구하니 서로 달라고 야단이 날 것이다. 우리는 충북대 의대 현 49명에 101명을 더 증원해야 한다고 본다. 그 외 치대 입학정원 70명,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50명 등 총 221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국대 충주 글로컬캠퍼스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는 “대학 측에 투자계획서를 내라고 했다. 이 투자계획서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건국대병원은 노후됐고 진료과목이 다양하지 않다. 이용률도 저조하다. 왜 시민들이 가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의대생들의 현장실습을 서울이 아닌 충북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 왜 서울에서 하는가. 지역의료에 도움되지 않는 병원의 의대정원 확대는 어렵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이 대목에서 지적한 곳은 건국대 충주 글로컬캠퍼스 의대를 비롯해 울산대, 한림대, 순천향대 의대 등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충주지역에서는 반발하며 정원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충주시부터 시민사회단체까지 김 지사의 건국대 배제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대학측의 투자계획서가 정원 확대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도에 따르면 충북은 치료가능 사망자수 인구 10만명당 50명 전국 1위, 입원환자 중증도 보정 사망비 1.29명 전국 1위, 의료기관 수 1915개소 전국 13위, 의사 수 2503명 전국 14위다. 치료가능 사망자수와 입원환자 중증도 보정 사망비 자료는 보건복지부의 ‘2022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를 참고했다고 한다. 충북의 의료현황을 알면 알수록 의료 인프라가 형편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더 있다. 12월 7일 기준 충북대·건국대충주병원과 청주의료원·충주의료원·한국병원·성모병원·효성병원·하나병원 등 충북의 8개 주요병원 총 의사 정원은 947명이다. 그러나 현원은 778명 밖에 안된다. 무려 169명이 부족하다. 일부 병원은 의사 모셔오기 전쟁을 벌이고, 몇 몇 과는 의사가 없어 진료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하면 비수도권의 5대 병원 원정진료 비율에서도 충북은 상위를 달린다. 5대 병원은 환자가 가장 많은 서울대·서울성모·세브란스·삼성·아산병원이다.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목포)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충북의 2022년 5대 병원 원정진료자는 7만627명으로 나타났다. 서울·부산·경기·인천·전북을 제외한 12개 광역지자체 중 네번째로 높았다.

 

충북지역 공공의료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관정 공동위원회는 12월 6일 의료취약지인 충북지역에 의대정원 최우선 증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건의서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12월 22일 국회에서 토론회 개최

이를 종합하면 충북은 치료가능 사망자수가 많고, 의료기관·의사 수는 전국 최하위이며 서울 5대병원으로 원정진료를 가는 비율은 높다. 송 과장에게 이것이 충북의 현실 맞느냐고 물었다. “맞다. 지역의 의료현실은 이렇게 열악하다. 우선 병원이 없는 지역이 많다. 충북의 남부권에는 종합병원이 한 개도 없다. 병원이 있는 지역은 의사를 채우기 힘들다. 연봉이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이다. 몇 억원을 줘도 지역으로는 안 내려온다고 한다.”

한편 충북지역 공공의료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관정 공동위원회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충북지역 의대정원을 최우선으로 확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도내 일부 시·군은 소아과나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 충북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의대정원을 늘리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과장은 오는 22일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충북의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 등을 강력하게 시사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의대정원 확대 문제에 충북도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송병무 과장
송병무 과장

 

고시파 젊은 인재 송병무 과장
“내가 만든 정책이 도민들에게 도움될 때 보람느껴”

송병무 과장은 충북 제천시가 고향이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행정고시를 통과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5급 사무관 팀장부터 시작한다. 2014년 충북도 세정담당관실을 필두로 복지정책과, 국제통상과, 정책기획관실 등의 팀장을 거쳐 올해 1월 4급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충북도에서 몇 안되는 고시출신 젊은 인재다.

송 과장은 “공무원 생활이 성격에 맞는다. 내가 고민해서 만든 것이 정책이 되고, 그 정책이 도민들에게 도움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깔끔한 인상의 송 과장은 한 눈에 봐도 공무원 같다. RISE추진과는 올해 7월 생겼다. 신설되면서 송 과장이 책임을 맡고 있다.

RISE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를 의미한다. 올해 전국 광역지자체 중 7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그 중 한 곳이 충북이다. ‘라이즈’는 교육부-대학 지원체계를 교육부-지자체-대학 지원 방식으로 바꿨다. 지자체의 권한이 대폭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송 과장은 “한마디로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라는 것이 라이즈사업의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 RISE추진과에서는 충북 교육과 관련된 여러 현안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의대정원 확대를 비롯해 충북대-교통대 글로컬대학, 충북도립대 혁신, AI바이오영재고 설립, K-유학생 모집 등이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니 모두 충북도의 주요 사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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