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근이 말하는 사법리스크 ‘알쏭달쏭’
상태바
윤갑근이 말하는 사법리스크 ‘알쏭달쏭’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2.20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인 굴레 벗자마자 정우택 의원 겨냥한 듯 ‘엄포’
尹 “상당 출마자, 범죄 혐의 있는 당사자가 알 것”
청주 상당 출마 공식화…鄭측 “떨릴 만한 일 없어”
윤갑근 전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이 “사법리스크가 있거나 도덕적 범위에서 벗어난 인물은 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사실상 정우택 의원을 정조준했다. 사진=뉴시스
윤갑근 전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이 “사법리스크가 있거나 도덕적 범위에서 벗어난 인물은 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사실상 정우택 의원을 정조준했다. 사진=뉴시스

윤갑근 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2019년부터 시작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지 불과 나흘 만에 경쟁자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청주 상당선거구 출마 예정자 가운데 기소된 정치인이 없어서 검사 출신인 윤 전 위원장이 내사 단계의 정보를 흘려 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3(주심 이흥구 대법관)1214, 라임자산운용 펀드 로비 대가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윤갑근 전 위원장(전 대구고검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 전 위원장은 20197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메트로폴리탄그룹 김 모 회장에게서 우리은행에 라임 펀드 관련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윤 전 위원장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윤 전 위원장이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두 차례 만나 라임 펀드 재판매 필요성을 설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로비가 아니라 변호사로서 의뢰를 통한 정당한 법률 사무였다고 본 것이다.

윤 전 위원장은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해 “370일간 구속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지만, 이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앞으로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하는 법치 시스템이 확립될 수 있도록 법조인이자 정치인으로서 제 소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 것 없으면 물러나야

 

비로소 사법리리스크에서 벗어난 윤갑근 전 위원장은 1218, 충북도청 기자실을 방문해 2024410일에 실시하는 22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전 위원장은 이날 청주의 후진적인 정치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충북 정치 1번지인 상당구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주 상당의 현역 의원이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이라는 점에서 당내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윤갑근 전 위원장은 당내 공천경쟁이 예상되는 5선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향해선 국회의장이 돼야 하니 찍어달라는 것만 있고 지역을 위해서 뭘 하겠다는 것이 없으면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일할 준비가 안 됐고 그동안 한 것이 없으면 후배에게 자리를 비워주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리스크 발언은 여기에서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관해 언급하던 윤 전 위원장이 사법리스크가 있거나 도덕적 범위에서 벗어난 인물은 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인물교체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맥락으로 보아 이 사법리스크는 경쟁자인 정우택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갑근 전 위원장은 이튿날인 1219일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기소된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혐의가 있고, 범죄사실이 있다면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소된 게 있는 것으로 아는데 노 전 실장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 누구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당구는 맞다고 귀띔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20232,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과 함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실장은 윤 전 위원장이 주장하는 사법리스크의 장본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사법리스크나 도덕적 기준에 맞춰 보면 경쟁에서 제가 이길 수 있다는 얘기 속의 경쟁당내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

 

윤희근 출마 본인 판단할 일

 

정우택 의원실에서는 윤갑근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뭐 떨릴 일이 있어야 알아보는데 물어볼 일도 없다면서 잡히는 게 없다. 뜬금없이 연기만 피우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공격당할 만한 것은 인요한 전 혁신 위원장이 말했던 다선 의원 험지 출마인데, 청주, 대전, 세종, 천안 등 충청권 4대 도시 16개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의원은 재선거로 당선된 정우택 의원이 유일하다여기가 험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지난 선거에 본인(윤갑근 전 위원장)이 이 선거구에 나가지 않았느냐? 청주 상당이 험지가 아니라면 자기라도 이겼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02021대 총선에서 청주 상당의 재선이었던 정우택 의원은 청주 흥덕으로 지역구를 옮겼으나, 42.95%를 얻는 데 그쳐, 55.80%를 득표한 도종환 의원에게 밀렸다.

대신 청주 상당에는 윤갑근 전 위원장이 나섰지만 43.97%, 47.09%를 얻은 정정순 전 의원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다. 정우택 의원은 정정순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실시한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기소된 사건이 없는데도 사법리스크를 운운하는 것은 첩보수준의 정보를 입수했거나, 수사 또는 내사 단계의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검사 출신의 Q변호사는 후배 검사 등을 통해 내사 정보를 입수했다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주 상당선거구에는 윤갑근 전 위원장과 같은 미원면 출신의 윤희근 경찰청장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윤 전 위원장은 옆 동네에 살던 중학교 5년 후배지만 친척은 아니다라며 현직 경찰청장인데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경찰 총수가 직을 내려놓자마자 나오는 게 맞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