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무시하면 주민소환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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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무시하면 주민소환 계속한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12.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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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 13만1759명 서명받아 3679명 부족 성립 안돼
노골적인 방해와 부정적인 시선 있었음에도 참여자수 많아 놀라
이현웅 대표 “일반 시민들이 이룬 절반의 성공···최종 책임은 내게 있어”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뉴스가 있다. 뉴스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본지는 지역밀착 연재물로 뉴스 주인공을 찾아가 숨겨진 얘기까지 듣는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를 진행한다. 주인공을 통해 지금, 여기 충북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③ 이현웅 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대표

 

올해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친일파 발언, 제천산불 술자리 논란, 오송참사, 부적절한 금전거래 의혹까지 쉴새없이 뉴스가 나왔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9일 지역업체와의 부적절한 금전거래 의혹이 불거진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러한 때 김 지사 주민소환운동도 막을 내렸다.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은 지난 8월 14일 시작해 12월 12일 끝났다. 그 뜨겁던 여름부터 한겨울까지 장장 120일 동안 이어졌다. 비록 요건을 갖추지 못해 김 지사의 주민소환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의미를 남겼다. 충북도민들은 이번 기회에 주민소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정치인들은 긴장했다. 서명인수도 13만명이 넘을 만큼 많았다. 또한 김 지사는 주민소환 대상자가 됐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도내 최초의 주민소환 사례
 

주민소환의 사전적 의미는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임기중에 위법행위나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을 할 경우 주민발의에 의해 제재하는 일이다. 주민들이 뽑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위법행위,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을 하면 절차를 거쳐 끌어내릴 수 있는 제도다. 당선되면 안하무인이 되기 십상인 정치인들을 주민들이 혼내줄 수 있는 제도이니 따지고보면 꽤 쓸모가 있다.

충북도지사를 상대로 한 주민소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명까지 간 것도 도내 최초다. 전국적으로 사례가 흔치 않고 성공률 또한 매우 낮다. 그동안 전국에서는 총 7회의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졌다. 2007년 12월 화장장건립 추진관련 갈등으로 시작된 경기도 하남시의원 두 명에 대한 주민소환 한 건만 성공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두 의원은 직을 잃었다.

김 지사 주민소환운동을 이끈 사람은 이현웅(54) 미래포럼 대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18일 “853명의 수임인이 13만1759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주민소환 청구가 성립되지 않았다. 충북도민 유권자 135만4380명의 10%인 13만5438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도내 4개 시·군에서 유권자의 10%가 서명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3679명의 서명을 받고, 도내 4개 시·군에서 받은 서명이 각 10%를 넘었다면 김 지사는 위태로웠을 것이다. 항간에서는 주민소환 서명기간 막바지에 터진 김 지사의 금전거래 의혹이 조금 일찍 나왔다면 주민소환이 성립됐을 수도 있었다는 말들이 오갔다.

이 대표는 “오송참사, 친일파 발언, 제천산불, 부동산투기 의혹 등의 사유로 김 지사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했다. 주민소환에 대한 노골적인 방해와 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조직도 없이 일반 시민들이 이 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다만 더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해 주민소환이 성립되지 않은 책임은 대표인 내게 있다”고 말했다.
 

정당이나 단체 조직 없이 시작
 

그동안 주민소환운동은 힘들게 진행됐다. 이 운동이 추진되는 내내 청주지역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거나, 더불어민주당이 정략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등의 뒷담화가 있었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보수단체는 돌아가며 기자회견을 열고 “찬반 지역분열 조장하는 주민소환운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에 대해 “나도 잘 안다. 나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한다는 말을 무척 많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하라고 했다. 김 지사의 친일파 발언과 오송참사 후 지역에서는 주민소환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으나 정작 깃발을 들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필요성은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나서지 않더라.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저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이 민주당원이라고 민주당에서 나선 게 아니고,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모두 반대한 게 아니라고 했다. 정당과 관계없이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원인 자신이 대표를 했을 뿐이지 이 운동을 끌어간 사람들은 일반시민이었다는 것.

“민주당 충북도당에서는 내가 사전에 상의를 하지 않고 시작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맞다. 상의하지 않았다. 나는 이 운동이 민주당 대 국민의힘 양당 싸움으로 가는 것을 경계했다. 시민들이 도지사의 잘못을 응징하는 것으로 가길 바랐다. 다만 도당이 측면에서 도와주길 원했으나 도움을 못 받았다. 도내 일부 지역의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처음에는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얼마 안가 발을 빼더라. 당내 모 인사가 ‘주민소환 실패할거니까 나서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또 몇 몇 단체에 서명 참여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한 용기가 가상하다. 이번 운동은 누가 봐도 성공할 확률이 적었다. 초기에 도내 정가에서는 ‘10만명 서명만 받아도 많이 받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이 많았다. 잘 안되면 망신만 당하고 꼬리표가 붙을 수 있는 일을 누가 선뜻 맡으려고 하겠나.
 

“이번에 좋은제도 알려. 실패 아냐”
 

이 대표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색을 하며 “실패라니? 실패한다는 생각은 안했다. 김 지사 잘못과 주민소환이라는 좋은 제도를 차제에 도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된다고 봤다. 이번에 13만여명이 이를 알게 됐다. 더 많은 서명을 받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지 운동하는 내내 즐겁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김 지사를 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지면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장 예민한 문제인 총선 얘기를 꺼냈다. 이 대표는 청주 상당구의 잠재적인 후보다. 그는 총선에 나가기 위해 서원대 교수를 그만뒀다. 그가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할 때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 또한 불출마를 깊게 고민했다고. 하지만 이 문제와 주민소환간에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게 아니어서 실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마문제는 주민소환운동을 주도한 미래포럼 회원들과 추후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주민소환 서명기간이 끝난 다음 날인 12월 13일 김 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사가 ‘도민들의 뜻을 헤아려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대표단과 함께 만날 생각이다. 김 지사는 문제의 원인을 본인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지사를 만나 오송참사를 계기로 자연재난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충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12월 18일 열린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 결과 발표 기자회견

 

국민의힘 충북도당 “도민혈세 26억만 허비”
 

그는 충북도가 김 지사 주민소환과 관련해 지출한 26억여원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도민들은 이 돈이 주민소환을 추진한 사람들에게 들어간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선관위는 이번에 108명의 감시단을 조직하고 서명이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했다. 이 돈은 이들의 식비와 교통비, 주민소환을 청구했을 경우 담당 인력 인건비로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명인수 부족으로 주민소환 청구를 하지 않게 돼 이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고. 이 대표는 이 대목에서 억울하다며 “필요 경비는 모두 회비로 충당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19일 주민소환운동본부의 성과라고는 도민의 혈세 26억원을 허비한 것이고, 오히려 이들을 소환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대표가 대선 때 이재명 선대위 상임본부장을 지내 순수성을 상실한 정치적 주민소환이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나치게 빡빡한 주민소환제의 문제점이 도마위에 올랐다. 서명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수임인으로 등록하고 서명대 앞에서 말로 주민소환제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이 외에는 일절 홍보할 수 없다. 출판물이나 SNS를 통한 홍보도 안된다. 한 장의 서명부에는 단 한 명만 서명해야 되고, 사인이 아니라 정자로 이름을 써야 한다. 서명은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전자서명은 안된다.

이 대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민소환법을 손봐야 한다. 이 또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나도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다”며 “835명의 수임인과 13만여명에 달하는 서명자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현웅 대표
가난 끝에 대학들어가 학생운동, 지금은 세상 바꾸는 게 꿈

 

훤칠한 키에 말끔한 외모의 이현웅 대표는 부잣집 아들 같지만 어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평북 정주 출신의 부친은 가족들을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이 대표가 한 살 때 세상을 떠났다. 5남1녀를 혼자 키운 어머니는 무속인이었다. 그는 1988년 충북대 도시공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했다.

“어려서 청주시 운천동에 살았는데 재개발 한다고 해서 다른 동네로 쫓겨났다. 가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해 가난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회구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학생운동을 하게 됐고 1991~1992년에 총학생회장을 했다. 이후 충북대학생대표자협의회장을 하면서 한 차례 구속됐다.”

이 때부터 그는 충북대 제적-복학-졸업-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 석사-박사수료-KDI 전문위원-KAIST 연구원을 거쳐 한국문화정보원장-서원대 융복합대학 교수의 길을 걸었다. 따지고 보면 학자의 길을 간 것이나 정치로 돌아선다. 그는 서원대 교수를 하기 전인 지난 2020년 4월 총선 때 얼굴을 알리면서 첫 선거에 도전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청주 상당구 경선에서 정정순 전 의원에게 패했다. 경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시민참여 도시정책플랫폼 ‘미래포럼’을 조직해 활동했다.

그에게 국회의원 되는 것이 꿈이냐고 물었다.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게 꿈이다. 그러기 위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선 목표는 다음 대선에서 원하는 정권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번에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을 이끌고 난 뒤 내린 결정은 주민소환운동본부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도민들을 우습게 보는 지역 정치인이 있으면 또 주민소환을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선출직 정치인 중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주민소환을 할 수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주민소환법을 국회의원들이 제정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회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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