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기자회견 자주 한 적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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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처럼 기자회견 자주 한 적 있었나 싶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12.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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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지사, 도교육감, 청주시장이 사건 만들어 도민들 피곤”
세 명의 기관·단체장 공통점 ‘불통’, 지적해도 ‘나 몰라라’ 일쑤
“내년 총선에서 교육, 부동산, 육아문제 해결할 사람 선택됐으면”

 

 

홍성학 대표
홍성학 대표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뉴스가 있다. 뉴스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본지는 지역밀착 연재물로 뉴스 주인공을 찾아가 숨겨진 얘기까지 듣는 ‘홍강희의 시끌벅적 인터뷰’를 진행한다. 주인공을 통해 지금, 여기 충북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④ 홍성학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견리망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이는 논어 현문편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에서 파생됐다. ‘견리사의’는 눈 앞에서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의를 망각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했다. 나부터 반성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충북의 한 해는 어떠했나.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다.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2023년이 며칠 남지 않은 12월 26일 홍성학(62)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이자 충북보건과학대 교수를 만나러 갔다.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간 학교 캠퍼스는 썰렁했다. 역시 학교에는 학생들이 있어야 한다. 책과 자료와 논문더미 속에서 그가 일어났다.

홍 대표는 올해 충북의 시민단체가 주최한 각종 기자회견과 1인시위, 항의방문 등에 앞장섰다. 현장을 누비며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충북의 한 해를 실감나게 정리할 수 있다. 그는 “올 한 해 충북은 사건이 많았다. 그래서 전년도보다 기자회견과 시위가 늘었다. 특히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등의 자치단체장과 충북도교육감이 사건을 만들었다. 충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말이다. 이로 인해 도민들은 피곤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쫓아가고, 열심히 싸웠다”
 

그는 충북 오송의 궁평 제2 지하차도 참사, 옛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충북도의회 해외연수 파문, 청주시의회 갈등·파행 및 의원직 상실, 지역소멸 위기, 의대정원 확대 요구,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단재고 정상개교 투쟁, 중부내륙지원특별법 제정 등을 충북의 주요 이슈로 들었다. 그리고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친일파 발언과 제천산불 술자리 논란, 시끄러운 인사를 비롯해 윤건영 도교육감의 성적지상주의 교육과 설화사건, 이범석 청주시장의 불통행정 등이 뉴스거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교육·시민사회단체는 열심히 쫓아가고, 열심히 싸웠다. 그런데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어 마음이 무겁다. 대표적인 것이 오송참사다. 아직도 수사중이고 책임진 사람은 없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 많은 이슈들을 가지고 충북도, 도교육청, 청주시에 가서 항의하고 따졌다. 그러나 단체장과 기관장을 만난적은 별로 없다. 김영환 도지사와 이범석 시장은 못 만나고, 윤건영 교육감은 한 번 봤다고 한다. “도지사, 시장은 안 만나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지적을 하고 쓴소리를 하면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두 자치단체장은 그런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지역여론을 들어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가 면담을 요구하면 묵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 대표는 충북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있는 연대회의의 상임대표임에도 도지사, 교육감, 시장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한 쪽은 지적하고, 한 쪽은 나 몰라라 하는 불통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충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그는 이 대목에서 충북도정을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논란과 의혹의 한 해 였다. 김 지사는 여러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무책임, 무능력의 표본이 된 오송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또 인맥정치를 중단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무리한 자기사람 끌어오기는 공직사회 기강을 해칠 것이다.”

아울러 윤건영 도교육감에 대해서는 “단재고 개교를 둘러싸고 교육 및 시민사회단체와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여기서 소통부재를 발견했다. 말 실수 또한 많았다”고 말했다. 이범석 청주시장과 관련해서는 “이 시장은 기존에 공론화해서 결정된 것을 일방적으로 뒤집었다. 옛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여론청취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통시장이라는 오명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충북도의회의 해외연수 논란과 청주시의회의 파행 및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충북의 대표적인 광역 및 기초의회가 지자체장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런 일이 생겨 무척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 외 저출산, 지역소멸 위기, 의대정원 확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 중 지역소멸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약칭 국가균형발전법(2004. 4. 1 제정)과 지방대학법(2014. 1. 28 제정), 인구감소지역법(2022. 6. 10 제정), 지방분권균형발전법(2023. 7. 10 제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충청권 메가시티를 주제로 꺼냈을 때는 충북내 균형발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지역대학 위기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교육단체에서 활동하는 대학교수로서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는 지역대학 위기가 학령인구 감소보다 대학서열화 때문에 생겼다고 강조했다. “지역대학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도권부터 대학정원 줄이고 교원 확보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었다. 우수대학을 만드는 게 목적이어야 하는데 양적 팽창에만 관심이 있다. 정원미달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대학 얘기를 하려면 끝이 없다고 했으나 일단 이 선에서 끝냈다.
 

“지역문제와 국가문제 해결할 사람”
 

한편 내년 2024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지금 충북지역에서는 예비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속속 이어진다. 새 얼굴들도 많이 등장했다. 어떤 사람들이 출마하는지에 대해 도민들의 관심도 높다. 홍 대표에게 우리가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도민들이 여야 모두 찍을 사람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지역문제뿐 아니라 국가문제도 해결할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특히 교육, 부동산, 육아문제를 바로잡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세 가지는 우리사회의 현안이면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정치권에서 꼭 해결해야 한다. 또 하나, 국회의원 기득권 카르텔을 깨부수고 민생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관심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 14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충북도청에서 연 기자회견. 가운데가 홍성학 대표
12월 14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충북도청에서 연 기자회견. 가운데가 홍성학 대표

 

대학 측과 싸우다 교육·시민운동가 된 홍성학 대표
충북교육연대 상임대표,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

 

홍성학 대표는 충북보건과학대의 개교 멤버다. 전신인 주성대가 개교하던 1992년 3월 공업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30여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이런 학자가 이슈 현장에 가서 1인시위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게 된 동기는 뭘까?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역시 여기에는 그 만의 스토리가 있었다. “2006년 3월에는 우리 학과 이름이 산업경영학과였다. 이 때 학교로부터 ‘폐과에 의한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다. 학생모집이 어려워 학과를 없앨 것이니 나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소송을 시작했다. 동일 사건으로 세 번 면직을 당하고 세 번 복직을 하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2010년 최종 복직됐다. 학교측과 싸우면서 시민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같이 싸워주더라. 정말 고마웠다. 이후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게 됐고, 각종 현장에 나가고 있다.”

그는 길고 지루한 투쟁끝에 대학측의 폐과 과정이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교육단체가 연대해 힘을 보탰다고 한다. 학과는 후에 정원미달로 폐지가 됐고 홍 교수는 교무처 소속이 됐다. 그는 지난 2022년 2월 명퇴를 하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내년 2월이면 학교를 떠난다.

홍 교수는 자신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전공에 집착했으나 사회활동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 그는 2017~2019년 전국교수노조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다수 단체에 관여하고 있다. 충북교육발전소 공동대표, 충북교육연대 상임대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 등. 주로 교육과 사회운동 관련한 것인데,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게 없다. 이 중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 교육정책 세우는 일을 한다. 현재 2026~2035년의 교육정책을 만드는 중이다.

“항의방문과 기자회견을 하러 충북도, 도교육청, 청주시, 교육부, 정부청사 등 안가는데 없다. 여기저기 다니고 글 쓰는 게 나의 일이다.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않냐고? 이제는 익숙해졌다. 퇴직해도 이렇게 살 것 같다. 내년은 갑진년이라 ‘값진 인생’을 살자고 다짐한다. 다만 그동안의 나의 활동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새해에는 기자회견과 항의방문이 대폭 줄어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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