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주택관리업자 적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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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주택관리업자 적용 논란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12.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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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수수료만 받을 뿐 사실상 ‘을’···단지별로 사업자등록증 발급
조건·환경 달라 사업장별 적용 바람직···입주자대표회의도 연대책임

 

겨우 몇십만 원의 위탁수수료를 받으며 사실상 ‘을’의 입장인 주택관리업자에게 단지 내 안전사고 책임을 물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겨우 몇십만 원의 위탁수수료를 받으며 사실상 ‘을’의 입장인 주택관리업자에게 단지 내 안전사고 책임을 물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주택관리업자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단지 별로 몇십만 원의 위탁수수료만 받고 있는 실정에서 모든 단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책임을 주택관리업자가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거다.

정부는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감소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고 안전사고 발생 책임에 대한 적용범위를 넓혔다.

20211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이 유예돼 2024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기간을 2년 더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했다면 처벌하도록 했다. 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민법상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다.

 

아파트에서 사고 나면

 

지난 828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직원 A(53) 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지하 2층 환기실에서 3.3m 아래 지하 3층 바닥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

앞서 20224월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추락해 숨졌다. 이 사고와 관련 위탁관리업체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위탁관리업체 A 사 소속이던 설비과장 B 씨는 아파트 1층 출입구에서 천장 누수 방지작업을 하다 1.5m 높이의 사다리에서 추락했다. 당시 B 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경영 책임자인 A사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대표와 해당 법인을 기소했다.

위 사례처럼 아파트 단지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위탁관리업체 본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서 그 책임을 위탁관리업체 본사에 한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관리업의 사업 특성상 대부분 계약이 위임(위탁) 계약에 의해 아파트 측으로부터 일정 금액(단가/) 위탁수수료만 받고 있다. 이에 반해 모든 단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책임은 주택관리업자가 져야 하는 구조다.

 

위탁관리업자에만 책임 묻나

 

그러나 사업장(아파트)별로 사업자등록증이 별도로 발급돼 있고, 예산 편성 권한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있기 때문에 주택관리업자는 편성된 예산 범위에서 관리 집행할 수밖에 없다. 관리 주체에서 예산을 요구해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비 절감을 내세워 필수적인 사항만 승인해 주는 경우가 많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시설과 업무개선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주택관리업체 관계자는 안전에 관련된 필요적 예산을 요청해도 당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가 적어 예산승인 과정에서 삭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위탁관리업체에게만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위탁관리업체는 의 입장이다 보니 관리계약 연장을 위해 이러한 안전조치에 대한 예산을 강하게 요청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업장별 인사, 노무 등에 대한 책임이 주택관리업자에 있으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사업장마다 조건이나 환경이 다르므로 사업장별로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각 사업장의 안전이나 보건 관련 재해예방 조치가 다르고, 예산 반영이나 시설개선을 하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주택관리업자의 의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주택관리업자에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택관리업자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 반영 및 업무제도 개선(인원 증원 및 장비 시설구입)을 제안했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부결시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에도 연대책임을 묻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탁관리업체들은 단지별로 겨우 몇십만 원의 위탁수수료를 받는 주택관리업자에게 무한책임을 묻는 현행법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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