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레이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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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레이지’를 아시나요?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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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무법자, 그들의 분노엔 “아무 이유 없어!

난데없이 생면부지 차량에 의해 난폭성, 보복성 사고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당해 보았는가.

#피해 case1. 청주시 오창읍에 거주한 지 5년이 되어가는 회사원 조 모씨(30).

그녀는 보복 운전 피해를 본 뒤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그날 이후 운전을 하지 못한다며 기자를 집 근처로 불렀다. 조 씨는 “운전면허를 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중고차를 샀고 큰 용기를 내 지난해 연말 지인들과 모임을 위해 경기도로 향했다”며 “과천 우면산 터널 1차로에서 주행하던 중,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은 뒤차가 상향등을 깜빡이며 위협을 가했다”고 그날을 떠올렸다.

또 그녀는 “2차로로 비키려 했으나 이미 추월하려던 뒤차의 진로를 의도치 않게 방해하게 됐고, 그때부터 뒤차 운전자의 보복 운전이 시작됐다”며 “앞을 막아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위협운전은 물론, 담배꽁초와 물병 등을 던졌다. 어두운 터널이었기에 공포감은 더욱 심했다”고 울먹였다. 블랙박스를 토대로 신고를 진행했으나 대포차였다.

그 후 그녀는 도로 위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 case2. 지난 2일,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자신이 운행하던 트럭을 갑자기 멈춘 후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 등에게 행패를 부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A 씨는 지난 1월 2일 오전 10시쯤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 오창휴게소 부근 편도 2차로 2차로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자신이 몰던 1t 포터 트럭으로 옆 차로를 막고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다.

충북 고속도로순찰대의 관계자에게 당시 상황과 범행동기를 물었다. 그는 충청리뷰와의 통화에서 “피의자의 정신과적 병력이 밝혀진 것은 없다”며 “아무 이유 없이 벌인 행동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KBS가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A 씨는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 인근에서 주운 돌덩이 등을 주변 차에 던졌다.

또, 달려오는 차들을 몸으로 막거나 도로 위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다른 차의 지붕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는 등 행패를 부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국도로공사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A 씨의 행동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일대 4㎞ 구간이 극심하게 정체됐다.

 

로드 레이지(road rage)란?

 

로드 레이지는 ‘도로 위의 분노’라는 뜻으로 도로에서 벌어지는 난폭 행동을 의미한다. 온순한 성격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말로, 1984년 미국 일간지 ‘LA타임스’가 처음 사용했다. 로드 레이지는 상대방 앞에서 고의로 급정거하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위험 운전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드 레이지의 주요 표출 양상은 ① 갑작스러운 가속, 정지, 앞 차량 바짝 뒤쫓기 등의 공격적 운전 ② 매우 위험한 방식으로 달리는 차 앞으로 끼어들거나 다른 차량의 고속도로 진입 또는 차로 변경을 방해하는 행위 ③ 전조등 등으로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기 ④ 고함을 지르거나 난폭한 보디랭귀지를 보여주기 ⑤ 다른 차량과의 의도적인 충돌 유발 ⑥ 다른 차량에 돌이나 기타 물건 던지기 등이다.

로드 레이지로 인한 심각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1200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주로 교통 체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지만, 이를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해자에게 직접 물었다

 

#가해 case1. 충북 청주에 거주한 지 15년째, 평범한 가장이자 샐러리맨인 안 모씨(40)는 보복 운전으로 국민신문고에 올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2016년 천안 일반 국도에서 시내 방향으로 합류하는 2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합류 도로 1차로에서 서행하는 화물차에 분노가 치밀었고, 과격하게 2차로에서 1차로로 급하게 끼어들기를 한 후 합류되는 6차로 대로 중 총 4차로를 거쳐 1차로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유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안 씨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 변경을 해 진로방해를 받는다거나 추월차로인 1차로에서 저속 운전을 하는 이를 목격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운전대를 잡으면 다른 인격이 나오는 것 같다. 가족이 타고 있을 때도 도로 위 답답한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동승자의 안위 따위는 잊게 된다”고 밝혔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주위의 질타 속에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운전습관은 여전하다고 했다.

#가해 case2. 자신을 ‘정의의 로드 레이지’라고 밝힌 40대 중반의 김 모 씨. 청주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그는 운전이 잦다고 했다. “상향등을 켠 채 운전하는 이나 추월차선에서 서행으로 운전하는 자, 신호가 바뀌었는데 빠르게 대응하지 않는 운전자 등을 보면 소위 ‘교시 목적’으로 난폭운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 흐름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난폭운전 빈발지역에 인력을 배치해 암행 수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폭력적인 운전 행위는 어떻게 처벌받고 있을까. 현행 도로교통법은 ‘난폭운전을 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난폭운전 행위로는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앞지르기 방해금지 위반 등 모두 9개 유형이 명시돼 있다.

도로교통법 외에도 난폭·보복 운전으로 다른 운전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해 구체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면 형법상 상해죄나 재물손괴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보복 운전으로 인한 상해와 사망에 대해서는 별도로 강력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난폭·보복·음주운전이 동시에 발생한 경우나 재범 상황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기준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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