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청주 관아 객사터‘복토보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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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청주 관아 객사터‘복토보존’ 결정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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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문화사랑모임 ‘청주 1300년 역사 되묻기 모순’
M복합영화관측 ‘시민홍보 위한 유물전시관 만들겠다’
지난 9월 발굴조사를 마친 청주 성안길 청주읍성 관아 객사터가 상당기간 다시 땅에 묻히게 됐다.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들은 지난 25일 청주 읍성터 보존·관리 방법에 대한 재심의 결과 ‘유구는 복토해 보존하고 상부구조물 공사(3층 주차장)를 허용’하기로 했다. 결국 청주의 천년 역사를 밝혀줄 유구는 청주시의 문화재 복원계획 등이 구체화될 때까지 다시 지하에서 잠을 자게 됐다.

   
▲ 청주의 통일신라시대 유적지로 판명된 청주읍성 관아 객사터가 문화재심의위원회 ‘복토보존’ 결정으로 다시 땅속 잠을 자게 됐다. 청주문화사랑모임은 1400명의 시민서명부를 문화재심의위에 제출하는등 유적지 보존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진=육성준기자
   
문화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1차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재검토’ 의견으로 유보시킨 바 있다. 당시 일부 위원들은 ‘통일신라시대 서원소경(서원경)까지 소급된 매장 문화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존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발굴조사가 관아지 일부분에 한정된데다 주변 여건이 조속한 후속발굴을 어렵게해 ‘복토 보존’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재심의위는 부대조건으로 공사현장이 청주관아 건물지였던 사실을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유적안내판을 세우고 시설설계에도 반영하도록 의견을 제시했다. 따라서 청원군 청사내에 위치한 동헌 건물과 연계된 관아 객사터의 역사적 가치를 홍보하기 위한 방안마련이 청주시와 사업주의 과제로 남게 됐다.

하지만 청주 읍성 객사터의 문화재 지정을 위해 시민서명운동을 펼쳤던 문화사랑모임(대표 강태재)과 향토사학자들은 ‘복토 보존’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 대표는 “문화재를 역사적 가치만으로 보지 않고 자본의 논리로 판단한 것 같아 못내 유감스럽다. 청주시는 안팎으로 문화역사도시를 표방해 왔지만 이번 문화재청 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C에 천년 남석교를 땅에 묻었고, 다시 21C에 천년 읍성터를 되묻게 됐다. 청주 시민으로써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청주시 남문로 M복합상영관(옛 쥬네쓰영화관 주차장부지) 건축공사 현장에 대한 발굴조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유형문화재 제109호인 청주동헌 50m이내 거리에 위치한 현장은 청주읍성 옛지도에 따르면 관아 관련 유구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았다.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차용걸)은 9월 중순까지 700평의 발굴지 조사를 마쳤고 상당량의 통일신라~조선시대 기와, 도자기 조각이 발견됐다. 특히 지도상에만 나타났던 청주읍성의 객사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발견돼 향토사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원문화재연구원의 최종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주읍성의 역사가 통일신라시대까지 소급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된 조사’라고 평가했다. 중국 요나라로 추정되는 ‘太平’이란 연호가 적힌 명문 기와가 발견된 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또한 고려·조선시대로 추정되는 담장지보다 1~2m아래 지점에서 석렬유구가 발견돼 역시 신라시대 유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청주의 역사가 1300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역사적 근거가 될 수 있는 유적이라는 것이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발굴단장인 차용걸 원장과 지도위원들은 지난 9월중순 발굴작업이 끝난뒤 유구보전 방안에 대해 ‘흙으로 유구를 그대로 되묻어 보존하고, 그 위에 하중을 주지 않는 특수공법으로 주차장 건축을 허용한다’ 는 방안을 내놓았다.

차 원장은 “해당 부지는 중심상업지역에 위치해 문화재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주변 일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고가의 사업부지를 나대지 형태로 놔둘 수 없어 고민끝에 보존과 개발 방식을 동시에 추구하게 됐다. 파일공법 대신 매트공법을 쓸 경우 철골이 지하에 박히지 않기 때문에 건물지 유구를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트공법’은 건물 전체 하중이 바닥까지 미치지 않고 지표위 상층 콘크리트물에만 실리도록 하는 특수공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화재심의위의 최종 결정에 따라 향후 관아 객사터 유적 홍보방안에 대해 몇가지 안이 제기되고 있다. 고건축 전문가인 충북대 김경표 교수는 현장을 재현해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복합영화관앞에 소규모 공원을 조성해 객사 건물지 유구형태를 그대로 재현해 시민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업주 입장에서도 청주 중심가의 명소로 홍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적지 재현장소로 주차장 1층에 그대로 재현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럴 경우 주차면적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 청주시가 대체 주차장을 확보해 준다면 사업주로써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또한 3층 주차장의 경우 차량 주차시 하중이 크기 때문에 하부에 복토한 유적지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도 2층으로 축소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M복합영화관 사업주측은 “문화재심의위에 30평 규모의 유물전시관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전시관에서 다양한 홍보 프로그램을 운영해 향토 역사에 무관심한 젊은 손님들에게 산 교육장이 되도록 하겠다. 복합영화관이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3층 주차장을 2개층만 사용한다면 인근 지역 주차난이 심화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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