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 공장 문 닫아라” 집단행동에 공장 측 “업무방해”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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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 공장 문 닫아라” 집단행동에 공장 측 “업무방해” 맞대응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4.02.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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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백운면 모정리 숯공장 환경 문제로 주민-업체 간 갈등 점입가경
제천시 백운면 모정리 주민들이 백운참숯가마 입구를 트랙터로 막고 항의 현수막을 주변 곳곳에 게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천시 백운면 모정리 주민들이 백운참숯가마 입구를 트랙터로 막고 항의 현수막을 주변 곳곳에 게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천의 한 참숯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이 "숯 생산 과정에서 대기환경 오염으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벌이자 사측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새해 벽두부터 평화롭던 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제천시 백운면 모정1‧2리 부녀회 등 주민들은 최근 이 마을에 입주한 ‘백운참숯’을 성토하는 항의 현수막을 마을과 공장 진출입로 곳곳에 게시했다. 또 대기환경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원주지방환경청과 제천시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에서 “우리 마을 80여 세대 주민들은 인근 참숯가마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일산화탄소로 인해 건강이 우려되고 대기 질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해당 숯가마에 대해 공해방지시설을 완비하게 하고 완벽한 공해방지시설이 설치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주민들은 지난달 20일에는 숯공장 진입로를 트렉터로 막고 항의집회를 여는 등 단체행동까지 벌였다. 이날 주민들은 “숯공장은 8개의 가마를 가동하며 숯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일산화탄소로 숨을 쉬기가 어려운 지경”이라며 “심지어 귀촌 세대 중 두 세대에서 최근 폐암 환자가 발생한 것을 보면 숯가마의 공해로 인한 주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차례 제천시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숯공장 측은 현지를 방문한 공무원에게 ‘현재 야적된 나무만 소진하면 숯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바 있으나 최근 다시 참나무를 들여왔다”고 분개했다.

이 같은 주민 반발에 대해 참숯공장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공장 측은 “25년 전 공장 개업 당시 주변에 집이라곤 한 채밖에 없었고, 해당 세대의 동의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현재까지 어떠한 법 위반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주민들의 막무가내식 악성 루머가 이어져 공장 문을 닫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사측은 지난 1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계속되는 악성 민원 때문에 (공장) 문을 닫게 생겼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사측은 게시글을 통해 “3년 전쯤부터 (마을로) 이사 온 주민들이 공장 연기 때문에 못 살겠다며 공장 폐쇄를 요구했고, 최근에는 아예 공장 입구를 트랙터로 막아놨다”며 “(주민들이) 시청에 악성 민원을 계속 넣고 공장 운영을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충주에서 제천을 잇는 38번 국도 바로 아래(약 60m)에 위치한 백운참숯이 25년 전 공장 허가를 받을 당시 이 일대에는 마을이나 상주 시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도로 양 옆으로 귀촌인 주거시설이 하나 둘 생겨나고 펜션이나 식당 같은 영업시설까지 들어서자 대기환경 문제를 둘러싼 양측간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결국 참다 못한 사측이 업무방해를 이유로 마을 이장 등을 경찰에 고소해 갈등은 형사 문제로 비화됐다.

이처럼 양측이 양보 없는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불똥은 제천시까지 번졌다. 주민이나 참숯공장의 주장이 각각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데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원망이 시로 집중되는 데 대해 난처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참숯공장은 대기환경법이나 악취방지법 등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가 규제하거나 중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불편을 호소하는데 시가 모른 척할 수도 없다”면서 “일단 민원이 접수된 만큼 주민과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법을 찾아달라고 숯공장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시가 확장되고 외곽에 전원마을 등이 형성되면서 이 같은 신종 민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제천환경정책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 외곽 읍‧면 지역에 전원주택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이주민과 기존 환경 취약 시설 간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적절한 보상이나 시설 이전 등을 원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사업을 영위하던 사람들로서는 생업이 달린 문제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펜션, 전원주택, 신도시, 택지 조성 전에 인허가청이 사업 시행자와 기존 환경시설 간에 갈등 소지를 없애기 위한 보상이나 합의에 한다”면서 “민원 소지가 해소되지 않으면 주거시설을 허가하지 않는 등 법적, 행정적으로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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