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수도권 지반 침하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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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수도권 지반 침하 우려스럽다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2.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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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살아 가다가 땅이 꺼져 발이 빠져본 적은 없나. 대개 한 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서울살이를 몇십년 하면서 지하철 2호선 공사 때부터 지하 터파기 공사를 수십차례 목격했던 것 같다. 그 때마다 “내가 타고 가는 버스가 갑자기 땅 밑으로 추락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감을 가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고는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한 적이 많다. 1995년이던가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기억이 또렷하다.

부실공사에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백화점 바닥이 무너져 내린 이 사고는 내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경악을 던졌다. 인간 등 동물은 태생적으로 무게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엉뚱하게 대한민국 수도권 대지에 몰리는 사람들의 무게, 수많은 건물들의 무게, 차량들의 무게를 걱정하게 된다.

어느날 수도권 어디 무딘 곳의 지반 침하 사태가 벌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차량, 건물들이 땅 속 깊숙히 묻혀버리지는 않을까. 이런 두려움이 상상되는 것은 나 뿐일까.

지난 10일 행정안전부가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 인구는 2601만명에 달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2022년도 같은 시기 때(2599만명) 보다 약 2만4000명이 증가해 2601만4265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광역시·도(비수도권)의 인구는 전년(2545만명)보다 약 14만명이 감소해 2531만1064명을 기록했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보다 70만3201명 더 많다는 통계 수치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의 11.8%에 불과한데 수도권에 대한민국의 절반이 넘는 50.69%의 인구가 거주하고, 88.2%의 면적인 비수도권에는 49.31%의 인구만이 살고 있는 기현상이다.

이런 격차는 역대 최대 규모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처음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뒤 매년 그 차이를 키우고 있다. 최근 5년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격차 추이는 뚜렷하다. 2019년 2000명 → 2020년 24만8000명 → 2021년 40만8000명 → 2022년 53만1000명 → 2023년 70만3201명으로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는 교육과 일자리, 의료, 문화 등 생활여건에 따라 소위 우량기업들이 몰리면서 수도권에는 부익부, 비수도권에는 빈익빈 현상이 연속되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를 치유하겠다는 흉내만 낼 뿐 실상은 수도권을 위한 정치와 행정에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자리에서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을 위한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이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 시간을 줄이는 교통대책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GTX 수준의 광역급행철도를 강원과 충청까지 깔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C 노선 공사는 이미 본격화 됐다. 경기 양주시 덕정동에서 수원시 수원역까지 86.46km를 잇는 급행철도다. 오는 28년 말 개통되면 수도권 북부와 남부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대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출퇴근 30분 시대'를 강조한 것이다. 기존 GTX-A, B, C 노선의 순차 개통 계획에다 이후 수도권을 넘어 춘천과 평택, 천안, 아산 등 강원과 충청까지 연장하는 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지방에도 수도권과 같은 광역급행철도의 추진 구상도 밝혔다. 민간의 투자 의향이 있는 사업을 선도사업으로 선정·추진하고, 그외 사업에 대해서도 급행철도로 추진이 가능한 노선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대상 선도사업으로 대전~세종~충북 등 충청지역을 잇는 가칭 CTX를 개선할 방침이다. CTX는 정부대전청사~세종정부청사~충북도청~청주공항 등 주요 거점을 빠르게 연결해 충남을 거쳐 올 4월 민자적격성조사 의뢰를 통해 수도권(경부선 공용) 연결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광역철도 사업은 우선 대구경북신공항철도(대구~구미~신공항~의성)에 GTX 급행철도 차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내달 예비타당상조사를 신청하고 민간투자 유치도 검토한다. 또한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부·울·경 등 지방신도시에서 추진이 가능한 신규 노선은 지자체·민간의 건의를 받아 5차 철도망 계획의 반영도 검토할 예정이다.

수십조에 달하는 이러한 사업 구상안을 총선을 두달 여 앞에 두고 발표하는 것은 너무 졸속적인 것은 아닌가. 수도권 쏠림의 심각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지방에 대한 내용은 구색 맞추기용 끼워 넣기 식은 아닌지 의문점이 많다.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수도권 집중화는 어쩔 셈인가. 무게 중심을 잃고 기울어진 국토의 수도권 지반 침하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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