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이주노동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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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이주노동자 정책
  • 고소피아 소피아외국인센터장, 강동대 한국어 교수
  • 승인 2024.02.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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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고용한도 확대 등 개혁…노동 여건 개선엔 미온적

정부는 지난해 11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2024년 외국인력 도입운용 계획안’과 ‘ 고용허가제 신규업종 허용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2022년까지 고용한도는 매년 5~6만명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는 16만6000명 규모로 최대 38%까지 인력규모가 확대됐다. 이와 같은 외국인력 확대는 이민청 설립 등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정책의 추진 결과라 하겠다. 정부는 외국인력 확대 및 이민정책 선진화를 통해 지역경제 동력이 되는 우수인재가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견인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음식점‧임업‧광업도 포함

정부는 올해 외국인력 고용한도를 크게 확대한 것에 대해 “생산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빈 일자리 비중이 높은 일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허용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비스업은 작년 2870명에서 금년 1만3000명으로 5배 가까이 늘릴 방침이다.

외국인력 도입 허용업종도 음식점업, 임업, 광업까지 확대돼 4월부터 사업주의 신청을 받아 외국인력 도입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우선 전국 100개 시‧군‧구에 한식 음식점업 주방보조 업무에 한정해 외국인 고용이 허용된다. 이후에 전국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한 임업과 광업 사업장에도 7월부터 외국인력을 신청할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몰려 한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 접수하고 있는 모습.
외국인노동자들이 몰려 한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 접수하고 있는 모습.

“처우 개선이 최우선”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인력증원의 당위성만 강조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여건 개선에는 미온적이라는 노동계의 쓴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24년 외국인력 도입, 운용 계획안’과 ‘고용허가제 신규업종 허용 추진방안’으로 역대 최대의 이주노동자 고용이 허용될 전망이다. 그 중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을 늘리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다. 특히 현행 사업주(고용주)의 고용 요청이 있을 때에만 고용 연장과 체류가 가능해 개선이 시급하다.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칫 노예처럼 살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금체불, 연간 1300억 추산

2023년 체불임금 규모는 월평균 109억원으로 년간 1300억원 이상되리라 추산하고 있다. 특히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1086억원의 체불임금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한다.

또한 농어업 분야 5인 미만 사업장은 임금채권보장법이 적용되지 않아 체불될 경우 대지급금 조차 받을 수 없다. 대지급금 제도는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국회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농어업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산재보험이 적용되게 시행령을 손질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대안을 내놨다. 아울러 임금체불로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체류자격 부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임금체불로 법적 분쟁이 있어 추가 체류 할 경우 G-1비자가 발급되는데, 이 비자는 원칙적으로 취업활동이 불가능한 비자이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실효성이 없다.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을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임금체불의 경우에도 사업주와의 불편한 관계 속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재취업이 가능한 체류비자가 필요하고 체불보증보험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고용허가제에 들어온 E9외국인노동자들 모임.
고용허가제에 들어온 E9외국인노동자들 모임.

외국인노동자의 산업재해

특히 매년 100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제조업의 순으로 빈도가 높다. 사업장 규모면에서 5인이상 30인 미만 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 순으로 나타나고 있어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지속적 안전관리와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재해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사업주 측의 안전관리 시설 의무설치와 꼼꼼한 관리 및 점검도 필요하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의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추락사고 현장의 급박한 상황에서 바른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다. 안전 표지판 숙지 및 언어소통 문제에 따른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국어 학습이 곧 안전관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어 학습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방하다.

소규모센터 예산 전액삭감

전국 9개 거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와 39곳의 소규모 지원센터에 운영예산이 0원으로 결정돼 충격적이다. 지난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후부터 20년간 임금체납 해결, 출입국 업무, 노무 상담, 노동자 커뮤니티 형성, 쉼터 제공 등 외국인노동자의 조기정착과 지원업무를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모두가 어이없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존의 업무처리에 자체 인력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상담업무는 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교육업무는 산업인력공단으로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우리 센터만 봐도 평일 오후 5시 30분 이후나, 주로 주말에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년간 민간영역에서 처리하던 일들을 공무원들이 능숙하게 처리해 낼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13만5000명이 유입될 전망이고, 평균 1200억이 넘는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전액삭감 예산정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말 국내 외국인 비중은 OECD가 정한 ‘다인종’, ‘다문화 국가’ 기준인 5%에 근접한 4.89%에 달한다. 다문화 정책들이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할 시점에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교하고 실질적인 정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다.

 


 

고소피아 :

소피아외국인센터장이자 강동대학교 한국어교수다. 음성 외국인 도움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와 이주민들을 위한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그들의 사회 복지 향상과 동반 상생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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