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첨단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첨단 클러스터 조성 맞춤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충북도 지난해 선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경쟁력 키우기에 나섰다.
지난 1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첨단산업 클러스터 맞춤형 지원방안'이 논의됐다.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 전략을 위해서다. 정부는 전국 주요 클러스터를 대상으로 규제 완화 등 총력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방안에는 이차전지 클러스터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특화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새만금, 음극재 기업 입주 허용
우선 새만금 산단 내 들어서는 산업용지 미활용 부지로 유지해야 하는 면적인 생태면적률이 10%에서 5%로 완화된다. 생태면적률은 전체 개발면적 중 생태적 기능 및 자연순환기능이 있는 토양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생태면적률을 5%로 완화해도 산단 전체의 생태면적률은 21.8%로 환경부 기준인 20%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새만금청은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새만금 산단 기업의 부지 활용도가 올라감과 동시에 이차전지 기업 운영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만금 산단 개발 및 실시계획 변경은 3월 중 환경부 환경보전방안 협의를 거쳐 최종 승인된다.
또한 새만금개발청은 이차전지 산단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이차전지 음극재 원료 생산에 필요한 인조흑연 제조업의 새만금 산단 입주를 허용했다. 그동안 인조흑연 제조업은 시멘트·아스콘 제조 등 유해업종으로 취급돼 일률적으로 새만금 산단 내 입주가 제한됐다.
이번 개정으로 환경 우려가 낮은 인조흑연 제조업의 입주를 허용해 이차전지 기업의 수요를 반영하게 된 것이다. 이에 새만금청은 새만금 산단의 이차전지 가치사슬 연계가 강화돼 이차전지 클러스터 구축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새만금청은 전력·가스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의 신속한 입주를 위해 입주절차를 생략하도록 했다.
포항, 기반시설 등 확대
경북 포항 또한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기반시설 확대, 부지 평탄화 조기 시행, 블루밸리 국가산단 전력 인프라 확충 등 맞춤형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키로 했다.
이차전지 처리수 지하관로가 첨단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대상에 포함하고, 염 폐수 해양 직방류를 위한 염 증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을 연결하는 송전선로를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한 전선으로 교체 및 보강하고, 신포항변전소에 345kV 규모의 변압기 1대를 증설하기로 했다. 이 밖에 생산공장의 신속한 착공을 위해 사업시행자(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지 평탄화 공사를 조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충북 이차전지 특화단지
충북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창 이차전지 첨단특화단지는 인근에 학교가 있어 신규 공장 증축 때마다 교육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맞춤 지원으로 오창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관련해서는 시설의 신축·증축이 교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선다. 지원이 타 지역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대한 규제 완화가 많은 만큼 충북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충북 이차전지 특화단지 추진단은 “항만 등이 새만금이나 포항이 가진 유리한 점이고 폐수 등 환경문제 등도 같이 수반된다”라며 “특화단지 간 경쟁이라면 경쟁이라고 볼수 있지만 특화단지가 된 배경은 서로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충북의 경우 셀메이커와 완재 부품 기업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라며 충북 이차전지 산업 차별점을 강조했다.
또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와 이차전지 첨단전략산업단지가 같이 된 곳은 충북뿐이다. 그 점이 경쟁력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충북에는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다수 포진해 있어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이차전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시설 기반이 구축돼 있다. 충북은 현재 이차전지 생산액 및 수출비중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기술력 있는 이차전지 기업 유치를 통해 국내 최대 이차전지 생산 허브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을 둘러싼 지자체 간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이번 지원이 지역 간 명암이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충북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실행방안으로 꼽았던 에코프로 R&D 캠퍼스 구축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에코프로가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이차전지 소재 개발을 위한 R&D 캠퍼스 착공이 토지보상문제로 지연되면서 일부에서는 R&D센터를 다른 곳에 건립하는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부지확보 지연이 에코프로의 사업 포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이차전지 소재인 정밀화학연료의 수출액이 감소하는 등 문제점도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충북본부에 따르면 이차전지 소재인 정밀화학연료의 지난달 수출액은 1억 7758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9% 감소했다. 건전지와 축전지도 43.9% 감소한 1억4498만 달러에 그쳤다. 정밀화학연료는 9개월 연속 역성장을, 건전지 및 축전지는 최근 6개월 중 5개월 역성장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