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손흥민-정몽규-클린스만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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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손흥민-정몽규-클린스만의 리더십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2.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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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국제축구대회에서 아쉬운 결과에 이어 국가대표팀 선수단 주장인 손흥민 선수와 젊은 주축 이강인 선수와의 몸싸움 사태가 뒤이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구체적 다툼과 사태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사안을 대하는 리더의 품격이 너무나 다르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와 임원회의 개최, 정몽규 KFA 회장의 발표를 통해 클리스만 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축구회관에서 KFA 임원회의가 열린 뒤 정몽규 회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전날 KFA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는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 회장은 발표에서 “먼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국민 분들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축구대표팀을 운영하는 수장으로서 저와 KFA에 가해지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과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협회가 대회 후 대표팀의 전반적인 평가를 진행했고, 종합적 검토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용,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축구 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하겠다고 했다. 특히 정 회장은 “선수단 내분 문제가 불거져 실망을 안길 일이 있었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그는 자신의 책임 부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건 축구협회고, 최종 결정권자는 회장인데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라는 물음에 “종합적인 책임은 축구협회, 그리고 내게 있다”면서도 “원인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자세히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만 했다. 감독 해임에 따른 위약금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해봐야 할 문제”라며 “금전적인 문제가 생긴다면 회장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겠다”고 말해 금전적으로의 해결 의사를 드러낸 꼴이 됐다.

특히 선수단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고 누가 뭘 어떻게 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는 이런 것을 계기로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새로운 감독과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현실 인식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도 정 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어땠나. 우승을 목표로 하던 팀이 졸전 끝에 귀국하는 자리에 환하게 웃으며 4강 진입이 성과라는 입장. 이후 불거진 손 선수와 이 선수의 물리적 충돌 문제가 대회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취지의 발언 등 팀의 총책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선수들을 감싸지는 못하고 책임을 덧씌우는 행태를 보였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 수장으로서 사태 내용을 조속히 파악해 시시비비를 가린 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책임지는 건 기본 아닌가. 급기야 국민들의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달아 정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 등이 고발되기까지 이르렀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최근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이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9일 "지난 13일 정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돼 종로경찰서에 배당했다“고 확인했다. 향후 고발인 조사 등 절차가 뒤따를 전망이다. 고발인은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라는 시민단체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 의견을 무시하고 클린스만 전 감독을 임명한 건 강요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주장이다.

주장 손흥민은 어떤가. 요르단과의 4강전 패배 뒤 기자들 앞에 서 반복해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한 2026 북중미월드컵에 대한 전망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소속팀이 토트넘에 복귀해서는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다. 많이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특히 요르단전 앞뒤 1주일을 “인생에 가장 힘든 기기였던 것 같다”는 말로 무거운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 후 손흥민은 영국까지 찾아와 사과를 한 이강인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을 넘어 국민들에게도 용서를 부탁했다.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세요.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을 둘이 찍은 사진과 함께 SNS에 올렸다.

손흥민은 언제가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로부터 겸손 또 겸손, 겸손하라고 배웠다”는 말을 했다. 인성이 하루 아침에 새겨지는 것은 아니다. 더 어른스러운 어린 손흥민에게 정몽규와 클린스만이 한참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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