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발차, 늘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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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문발차, 늘봄학교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3.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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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주체 간 갈등 해소방안 마련해야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충북지부 소속 교사들이 지난달 17일 충북교육청 앞에서 늘봄학교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교조 충북지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충북지부 소속 교사들이 지난달 17일 충북교육청 앞에서 늘봄학교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교조 충북지부

저출산 시대 교육과 보육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 늘봄학교.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4.8%가 현 정부의 여러 교육정책 중 가장 필요한 과제로 ‘늘봄학교’를 꼽았다. 또한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예비학부모 수요조사 결과에서는 83.6%가 늘봄학교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초등 돌봄과 방과 후 수업을 통합해 운영하며 돌봄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지만 늘봄학교를 반기는 분위기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늘봄학교란?

늘봄학교는 기존에 운영되던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정규수업 외에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을 말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희망하는 학생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며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초등학교 학부모의 수요 등을 고려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자녀를 둔 가정이 겪고 있는 돌봄의 어려움과 사교육비 부담 등을 해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달 5일 발표한 교육부의 추진계획에 따르면 늘 봄 학교는 올해 1학기부터 전국 2700여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시행한다.

전교조 충북지부, “결국 교사 업무 가중”

2학기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해 희망하는 초등학교 1학년은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하고, 하루 2시간은 무료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2025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2026년에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확대해 희망하는 학생이 100% 이용케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늘봄학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이수미 정책실장은 “많은 혼란과 부작용을 외면한 채 양적 확대만 추구하는 졸속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충북교육청은 지난 1월에 늘봄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따라 학교 현장을 압박하며 100개가 넘는 시범운영 학교를 모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교사들도 모르는 사이 관리자의 의지만으로 시범학교를 신청한 사례, 소규모학교의 경우 줄어든 방과 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늘봄을 신청했다는 사례 등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 “단위학교는 행정부담만 늘었다. 교육부는 교사로부터 늘봄 업무를 분리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교사의 업무로 부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국가 책임 돌봄을 위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인력 보강과 재정지원 방안을 세우라”고 주장했다.

학교는 교육, 부모는 보육

충북도 교감단 회장인 이상수 교감은 “늘봄학교의 설립 취지는 좋으나 갑작스러운 업무 가중에 당황스럽다. 차근차근히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학교는 교실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반대로 농촌 지역의 작은 학교들은 아이들이 몇 명 되지 않는 데다 교사도 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선 선생님들의 업무가 많아 각 학교의 교감 선생님들이 늘봄학교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서 차등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년째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임 모 교사는 “지난해 12월 말, 공문이 내려왔다. 구성원 동의나 안내 없이 ‘일단 시작하라’는 공문이 왔다. 현직 초등교사들은 업무가중으로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2년 차 초등교사인 이 모 교사도 “늘봄전담교사에게 추가금을 지급하지만 업무에 비해 지원금이 적어 동료 교사들은 거의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서적 교감이 적은 아이들을 수년간 봐왔다. 그 아이들의 후폭풍은 또 교사의 몫이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충북교육청은 “1학기에 늘봄학교를 우선 도입하는 100개 학교와 교육지원청 늘봄학교지원센터에는 관련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전담인력 125명 및 자원봉사인력 100여 명을 추가 배치해 늘봄학교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라며 “지방공무원 11명, 정원 외 기간제 교원 80명, 단기계약직 인력, 교실 청소 등 자원봉사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충북교육청, 적극 지원 약속

또한 ‘충북 늘봄학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플랫폼에는 늘봄 업무 통합 지원, 지역 내 타 돌봄 정보 및 프로그램 매칭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학교 행정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의 늘봄학교 신청 편의성 및 접근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천범산 부교육감은 “교육현장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체계적 지원체제 마련 등 적극적 지원을 통해 학생‧학부모‧교직원이 모두 만족하는 충북 늘봄학교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과대‧과밀학교의 늘봄공간 확충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학교 인근 유휴공간 등을 적극 발굴하는 등 늘봄수요 충족을 위한 공간 확충을 지속해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책임 한계 명확히 해야

하지만 늘봄학교의 관리책임과 운영주체에 대한 학교 현장의 우려가 큰게 현실이다. 이런 교원들의 걱정과 반발을 해소하지 않고는 성공적인 안착이 어려울 전망이다. 교육부는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교육지원청에 늘봄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운영주체가 반대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교육 당국은 늘봄학교 전면 실시에 앞서 운영주체 간 갈등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늘봄학교 정책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단일 직종 정규 인력 충원 계획 등 안정적 운영을 위한 명확한 인사 규정과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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