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분산에너지 시대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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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분산에너지 시대를 맞아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3.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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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현대인의 삶에서 전력(電力), 전기(電氣)가 사라진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무전력(無電力) 상태가 하루를 넘겨 이틀만 벌어진다면 처해진 상황에 따라 천태만상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다. 무전력은 죽음과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몸에서 마치 심장이 멎어 피가 흐르지 않는 것처럼.

오는 6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전깃불이 들어오는 신세계를 처음 접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며칠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전기공사 아저씨들을 따라다니며 애자를 던져주는 등 자청해 심부름을 해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신기한 콘크리트형 전봇대가 심겨지고 그 위에 올라 고압용 전선을 잇던 모습, 집집마다 방문해 비록 초가집이지만 서까래에 작은 애자를 박고 전선을 깔던 인부 등. 그리고 처음으로 전등이 켜지던 날. 동네 사람들 모두가 흥분하며 기다리던 그 순간, 뿌연 황열등에 전기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밤이 깊어져도 불빛은 생각만큼 밝아지지 않았다. 봄날 오후 낮시간이었던가. 그 시간에 점등이 됐기에 어두운 밤이 오면 더 밝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등잔불을 계속 켜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만 했다.

다음날 소식이 돌았다. 전기 기술자가 마을 뒷동산 커다란 전봇대에 설치한 변압기가 200V가 아닌 기존 방식대로 110V에 맞춰져 빚어진 현상이었다. 그날 오후 기술자가 다시 전주에 올라 조정하자 곧바로 기대하던 밝은 빛이 발산됐다.

당시 그 이전까지는 110V 시대였고, 이후부터 220V 기술시대가 도래했던 것을 그 기술자가 깜박했던 거였다. 전구 등은 220V용으로 설치하고 전압은 110V를 공급했던 것. 마을 사람들은 어제보다 더 큰 박수를 쳤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맞이한 전기시대(電氣時代)가 50년쯤 된 것 같다. 그때 처음 전기의 맛을 제대로 봤다. 신기함에 실험정신이랄까, 잡힌 매미의 앞다리를 콘센터에 살포시 꽂아 넣었다가 팔꿈치까지 순간 찌릿 절여오고 곧게 뻗어버린 매미.

그때 그 전기는 어디서 온 걸까. 지금 파악해보니 강원도 영월발전소이거나 서울 당인리발전소에서 송전돼 왔던 것이 분명해보인다. 석탄 또는 유류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 시골마을까지 보내왔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도 전국이 크게 다르지 않은 전력시스템으로 안다. 단지 석탄이 줄어들고 원자력이나 LNG, 수력 등을 이용한 발전이 늘어난 상황이다. 지금도 시골은 주방이나 난방용 에너지를 LPG나 등유를 상당수 이용하고 있다. 도시는 물론 다르지만, 원료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국제적인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한계도 지적되고 있지만 점차 변화하고 있는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은 특히 좁은 영토에 눈부신 발전에 따른 도시화, 집적화, 탈농화 등으로 발전소 신설, 송전선로 추진에 해당 주민들의 반발로 인한 많은 어려움은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반영해 마련된 것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부분 해안가나 탄광 인근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배전망을 통해 먼 거리의 수요 지역으로 전기를 보내는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이 방식은 그동안 거리에 상관없이 수요자에 같은 에너지 요금을 부과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분산에너지법은 분산형 전원을 통해 지역 중심으로 전력구조를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의 중앙집중형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지역별 전기요금제(차등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되면 전력공급과 수요의 지역 단위 일치로 경제적 분산편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대개는 발전소가 없는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상승하고, 많은 지역은 요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충북은 현재 발전소 존재가 미미한 상황이다. 음성천연가스발전소가 건설 중인 것이 다행이다.

그런데 지난 2022년 기준 충북의 전력자립도는 9.4%에 불과하다. 17개 시‧도 중 14위로 최하위에 가깝다. 전력자립도는 전력 발전량을 전력 소비량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그렇기에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 자립도를 빠르게 높여야 할 처지다.

이제는 전력 소비량 줄이기 캠페인도 펼쳐야 할 것 같다. 전력자립도를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전기요금 차등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테니까. 충북만이 아닌 전국이 모두 그렇게 한다면 결국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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