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지난 총선, 상당구 오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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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지난 총선, 상당구 오명의 교훈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3.2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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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지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2020년 4월 15일 실시됐다. 충북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청주 상당 선거구에선 정정순 후보가 초선으로 당선됐다. 그는 수십년 공직자로 근무하며 행정안전부 국장과 청주시 부시장을 역임해 불법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이 진행되고 법 앞에 서자 거짓을 두렵지 않게 자행했다.

2023년 6월 1일 대법원은 국회의원이던 피고인 정정순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위반, 공직선거법위반,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 및 3030만원 추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전 의원은 2020년 제21대 총선 과정에서 회계책임자로부터 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고, 1000만원을 선거운동 자금으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공식 선거사무원에게 선거운동자금 1500만원을 지급하고, 선거제한액을 초과했는데도 회계보고 과정에서 누락한 혐의, 지역 6급 비서에게 렌터카 비용 780만원을 대납하게 하거나 자원봉사자 명단을 구해오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1심은 선거비용 초과 지출, 회계보고 누락 일부를 제외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판단하고 그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030만원을 명령했다. 2심도 정 전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혐의에 대해 징역 1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 전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선거캠프 회계책임자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정정순 전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가 벌금 100만원 이상, 선거캠프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 등이 벌금 300만원 이상을 확정받으면 선출직 공직자의 당선은 무효다. 정 전 의원의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 A씨는 “2020년 4·15총선 당시 회계부정 등 불법이 있었다”며 지난 2020년 6월 회계 장부, 녹취록이 담긴 휴대전화 등을 검찰에 제출하고 정 의원을 고소했다.

정 전 의원은 법정 다툼 과정에서 불체포특권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20년 8월 이후 8차례에 걸쳐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정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한 게 아닌데도 내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있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고 검찰을 비판하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은 초선답지 않은 닳고 닳은 모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2020년 10월 29일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그제서야 정 의원은 자진 출두로 입장을 선회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14번째로 알려졌다. 이날 투표에는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 의원이 속해 있는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의 2021년 8월 의원직 상실로 청주 상당선거구는 2022년 3월 9일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됐다. 이로인해 민주당은 무공천했고 국민의힘은 정우택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켰다. 이곳이 상당선거구다. 정정순 전 의원의 경우 1심 선고까지 10개월, 2심 선고까지는 17개월이 소요됐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까지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의원은 정정순, 이규민, 이상직, 김선교, 정찬민, 최강욱, 임종성 의원 등 7명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전비용을 반환한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각 반환 금액은 한 사람당 7800만원~1억8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선거구에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정우택 의원은 최근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충북의 정치 1번지라는 선거구가 전국적인 불명예스러운 관심지가 됐다. 오는 22대 총선거에선 후보자도 유권자도 스스로 떳떳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지키면 좋겠다. 상당선거구를 넘어 충북 선거구 전체가 가장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새로 썼다는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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