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담합 카르텔, 충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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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담합 카르텔, 충북은?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3.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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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난해 실태조사 착수…충북은 2008년 이후 전무
/그래픽=김해민
/그래픽=김해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맥주 및 소주 가격 담합 혐의와 관련해 수도권 지역 주류도매업 협회에 대한 현장 조사를 착수했다. 소주·맥주 가격통제와 ‘거래처 나눠 먹기’ 등 주류 도매업계의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 공정위는 이들 협회가 사전 모의를 통해 주류 납품 가격의 하한선을 정하거나, 거래처 확보 경쟁을 제한해 나눠 갖는 등 담합을 벌였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조사에 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라면서도 “자유로운 경쟁 촉진을 위해 민생 밀접 분야의 담합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구체적인 혐의가 있으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이 줄었다. 이에 주류의 출고가가 약 10% 저렴해졌다. 그러나 식당에서 판매되는 술값은 그대로다. 현재 일반 식당들에서 소주와 맥주 가격은 보통 5000원 정도다. 조금 비싸다고 하면 6000원, 강남·잠실 등 일부 임대료가 높은 곳에서는 7000원이나 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출고가가 낮아진 만큼 도매업계도 이 부분을 반영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소매업자들 사이에서 지방 주류 도매업계의 가격 하한선이 수도권에 비해 높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국세청에서 발표한 주류판매면허 종류별·지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도매업체 수는 29만3732개로 전국 도매업체(78만5695개)의 37.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충북의 주류도매업체 수는 3만900개로 3.9% 수준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왕왕 단속이 이루어지지만, 지방 소도시일수록 실태조사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업주들, “알지만 어쩔 수 없어…”

주류회사 영업직원인 김 모씨는 “각자의 입장차가 있다 보니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종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기존 고객이 단가를 요청해서 보여드렸더니 그전에 거래하던 주류회사에 오픈했다. 그 일로 회사 측에 경고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류회사 영업직원인 박 모씨는 “단가표는 보여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장의 위치나 상가의 층수, 자재 지원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단가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충북 청주시의 상권 중심지 중 한 곳의 업주들 얘기를 들어봤다.

A씨: “청주시는 업체 끼리 음료 가격만 조금 차이 날 뿐 주류가격은 거의 같다. 가격합의는 불가능하니 냉장고나 제빙기 등등 자재를 지원해주는 곳을 찾아 거래를 튼다. 불만도 있지만 작은 도시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B씨: “대전이나 천안 등 인근 주류업체가 배달도 빠르고 싼데 원 거래 업체에서 눈치를 준다. 현재 청주에서 거래하는 곳은 소주 30병당 5만2000원이고 대전에서 받는 소주는 30병당 4만5000원이다. 생맥주도 마찬가지다. 한 통(약 2만cc)에 청주는 9만원인데 대전은 8만2000원이다. 7000원에서 8000원씩 차이가 나니 한 달, 1년으로 따지면 부담이 많이 된다”

C씨: “가게를 열 때 다른 지역 주류업체 직원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원래 거래하던 청주에 있는 업체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했다. 원 거래를 끊고 갈아타고자 했으나 처음 거래를 트며 받은 술 냉장고와 집기류 때문에 쉽지 않았다. 지금도 상대적으로 비싼 업체를 이용 중이다”

D씨: “월·수·금은 청주업체에서, 화·목은 대전업체에서 주류를 받고 있다. 청주 쪽 주류업체들은 수입맥주잔 같은 비싼 홍보 상품은 잘 안 준다. 규모가 작은 곳은 차별이 더 심하다. 단가표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

E씨: “주류가격에 불만을 가지면 장사를 접는 게 낫다. 영업사원한테 읍소해 본 적은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쇼케이스가 고장 나거나 홍보 상품 지원에도 차질이 생긴다. 항의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충북 주류도매협회, “사실무근”

충북종합주류도매업협회 한창환 회장은 25일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다. 회장으로 있는 3년 동안 담합 정황은 포착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청주시에는 14개 업체가 있고 이들끼리 담합보다는 오히려 경쟁이 심하다”라며 “지난해 정부가 출고가 10%를 인하하고 가장 먼저 도맷값을 내린 지역이 충북이다”라고 전했다. 또 “업체마다 규정이 다르고 영업방식이 다르다. 각각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술을 떼온다 한들 강제로 막을 수 없다. 다만 상도의와 서로 간의 신뢰 문제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주류대출이라는 것이 있다. 주류대출을 끼고 있는 업주들이 많다. 대출해놓고 거래처를 변경한다면 원 거래처는 업주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주들이 도매업자 눈치를 본다는 것은 거래를 넘어서 개인 간의 신뢰 문제고 상도의 문제지 법적으로 전혀 그러지 못할 근거가 없다. 채권문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고 전했다. 이어 “인건비며 임대료, 세금 등등 다른 모든 것이 올랐다. 도매업자들도 소매 업주들도 다 같이 힘든 시기다. 함께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에 보도된 충북지역의 주류담합 적발 사례는 2008년 4월이 마지막이다. 지난 200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지방사무소는 회원 사업자들에게 주류의 판매단가표를 배부한 뒤 이 가격을 지켜 판매토록 한 충북주류도매협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르면, 41개 종합주류도매업회원 사업자로 구성된 충북주류도매협회는 2007년 5월 3일과 7일 소주와 맥주 가격의 인상단가표를 작성해 배부하고 이를 적용해 판매하도록 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민생품목·중간재 등과 관련된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 담합 혐의가 포착될 경우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담합 행위 제보는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제조카르텔조사과(☏044-200-4534)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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