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독립출판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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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독립출판의 그늘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3.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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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화’ 내세운 청주… 작가·출판·서점 문화연대 필요
2023 청주독서대전 개막식 공연 장면
2023 〈청주독서대전〉개막식 공연 장면   / 청주시

충북 청주시는 3월 현재 시에 등록된 출판사가 총 668개로 집계됐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2023년에 등록한 출판사는 41개로 그 중 협소 공간의 1인 출판사는 13개로 추정된다. 이를 출판사명으로 추정할 때 대다수는 학원이나 과외 등 교육목적의 출판사로 보인다.

‘독립출판’은 기존의 출판시장과 상업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출발했다. 대체적으로 독립출판은 1인의 소규모 출판사로 일컬어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독립출판 저작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독립서점을 통해서 유통되며 자신의 SNS를 통해서 새로운 독자와 만난다. 출판 환경은 자연스럽게 변화해서 스마트폰 시대, 영상시대의 물결에 따라 책의 존재까지 해체시켜 버렸다. 이제는 누구라도 원고만 있다면 ‘자비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원고교정부터 편집, 디자인, 제본,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지역출판의 희망… 독립출판

‘독립’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듯 독립출판은 주류문화, 기성제도, 대형출판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거칠게나마 거대 자본, 효율성과는 거리를 두며 개인 및 소규모 그룹이 운영하는 주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독립’이 붙은 출판사와 서점은 대부분 좁은 공간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대형서점처럼 다양한 책을 보유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공간의 협소로 기획력을 살린 큐레이션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특정한 주제의 책’을 만나고 소비한다.

2016년 6월부터 시작된 ‘상생충북 캠페인’은 이같은 출판환경의 변화로 가능해졌다. 지역의 출판사와 서점은 서서히 자본주의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그들이 출간한 책을 매대에 올려놓게 되었다.

몇 년 전 출판계를 뒤흔든 책이 있다.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이다. 작지만 희망을 보여준 독립출판의 성공신화라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책은 인터넷과 SNS에서 활동하는 독자들 관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독립출판물로 이어졌다. 이후 20대 여성독자들의 입소문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독립출판이 일으킨 돌풍은 ‘독립’을 선언하는 이들에게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전세계 25개국에 번역소개 되어 100만부라는 판매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작가·출판사와 협업, 상생연대 필요

지난해 4월 15~16일에는 책문화축제인 <청주독서대전>이 열렸다. 행사는 2019년 문화도시 지정으로 시작한 ‘책의 도시 청주’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홀수년에만 개최되는 행사에서는 놀이·공연·체험·전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정지아 작가의 초청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았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출판계에서 각개 약진을 보여주고 있는 독립출판사의 참여가 매우 저조한 상태로 드러났다.

행사를 이끌었던 담당자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추세에 따라 독립출판사와 독립서점의 참여를 독려했는데,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시 <독서대전>에 참여한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사는 각각 1곳이었다.

2024년 올해의 봄 <독서대전> 책축제는 없다. 그래서인지 청주지역 출판문화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침체상태에 놓여있다. 건널목마다 표를 찍어달라는 선거홍보물이 넘치는 가운데, 지난해의 뜰든 책축제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년의 <독서대전>을 고민하는 담당자는 “책은 일상을 담은 콘텐츠의 집합체라서 시민과 문화예술단체가 협업해서 다양한 콘텐츠의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말로 빈약한 독립출판의 활성화를 기대했다.

청주에서 10년간 1인 독립출판사를 운영중인 <문화다방>의 문대표는 청주의 독립출판문화에 대해 다소 낯선 반응을 전달했다. “청주는 직지라는 역사적 기반이 있는데도 놀랄 정도로 독립출판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말하며 “동네 책방도 기존 지역사회 작가들 외에는 새로운 작가나 출판사와의 협업에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 문대표는 “젊은 층을 모을 수 있는 판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말로 출판과 서점인의 상생연대를 강조했다.

보은·영동·증평...서점 1곳 뿐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펴낸 <202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서점은 총 2484개소다. 서울(488곳) 경기(493곳) 부산(184곳) 같은 대도시에 분포한 서점의 수치는 높았다. 그러나 충북의 수치(63곳)는 확연히 낮았다. 충북은 세종특별자치시 다음으로 최하위권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단 1곳만 있는 곳이 총 25곳이다. 보은, 영동, 증평에는 서점이 하나밖에 없다. 앞으로 ‘서점멸종지역’으로 불릴 만하다.

지난 5일에는 청주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제정 간담회가 청주시의회에서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남일현 의원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7조 2항에 따라 청주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을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도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 11억을 중단해버렸다. 그동안 지역서점에서 펼쳐온 약 750여개의 문화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이라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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