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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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3.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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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버들

                                이기인

 

당신은 가냘프게 흘러내리는
고운 어깨의 수줍음을 가졌지만 수백년을 살지요
좀 오래되었다 싶은 당신의 이름은 뭇 버들의 왕이라는
푸른 왕관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있지요

어제는 봄비에 젖은 이쁜 왕관을 보려고
봄바람 가족이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지요
구름을 닮은 우산이 빙그레 웃었지요
작고 신비한 날개가 우두커니 있다가 놀라서
연두의 볼에 떨리는 미소를 반점 찍었지요

무심천 물소리가 징검다리를 건너가고
당신은 격랑의 하류에 오래된 집을 지었지요
밤새 울어울어 마르지 않는 물소리를 따라서
나뭇가지 끝까지 봄편지를 전했지요

 

∥봄비가 쏟아지고 무심천 물소리가 풍금소리처럼 불어납니다. 초록은 이제 물소리를 신나게 받아먹고 아이처럼 껑충 자랍니다. 물오른 나물을 뜯는 시간은 허리가 굽어집니다. 물소리에 섞이는 먼 시름은 저 멀리 도망을 가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하류(河柳)’. 왕버들의 다른 이름입니다. 저 멀리에서 꿋꿋한 왕버들의 왕관이, 푸르게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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