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응 문학관건립‧생가복원, 사실상 무산
상태바
권태응 문학관건립‧생가복원, 사실상 무산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5.08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족 측 소극적, 생가부지 확보도 못해…市 “유작도 적고, 확보 어려워”

권태응 시인을 기림

오월하면 어린이날이 떠오른다. 적어도 충북에선 오월이 오면 권태응(1918~1951) 시인이 생각나야 한다. 권 시인은 1948년 생존 유일의 시집으로 ‘동요집 감자꽃’을 남겼다. 시집이 아닌 ‘동요집’으로 명명한 것은 그의 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악보가 없이도 저절로 동요로 흥얼댈 수 있다. 시골에 살지 않았더라도 고향 농촌과 어린이가 함께 상상되는 아름답고 순수한 시세계다. 2018년 탄생 100주년에 즈음해 시작한 주요 기림사업을 짚으며 33세에 요절한 그를 기린다.

권태응 선생 생가터가 ‘감자꽃’ 노래비와 함께 방치돼 있다. 충주시가 이곳에 권태응문학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상태다.

충주시가 추진하던 ‘권태응문학관’ 건립 및 ‘생가터 복원’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복수의 충주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모두 무기한 중단되고 관련 예산도 반납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2019년 3월 권태응 문학과 건립을 본격화 한다고 전하면서 문학관에 전시할 권 선생의 작품이나 육필원고, 생필품 등의 기증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6월 문학관 건립 사업에 대한 충북도의 투융자심사를 거쳐 이듬해까지 부지매입을 완료한다고 밝혔다. 사업 착공은 2021년 4월께, 준공 후 개관은 2023년 1월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생가부지 소유주들은 매도 의향이 없고, 미국에 사는 권 선생의 유족들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유품이 적은데다 문학관 완공 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 충주시와 입장 차가 큰 상황”이란 게 시의 설명이다.

2019년 충주시는 칠금동 381-2번지 일원에 국·도비 23억원을 포함해 약 52억원의 예산을 들여 생가 등 부지면적 3700㎡, 지상 1층 연면적 733.5㎡ 규모의 문학관 건립을 계획했다. 생가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선생의 문학세계인 아이들과 이웃의 삶, 자연 등을 기본테마로 학습체험형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밀 구상을 했다. 당시 지역 문학인들과의 간담회 및 건립예정지 주민들과 부지매입 이해관계인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도 실시했다.

그러나 3년 가량의 노력에도 부지 매입, 유품 기증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되고, 유족과의 협의내용도 불명확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충주시의회 회의록과 현재 시 담당자들의 의견을 풀어보면 그렇다. 2018년 3월 23일 장수복 당시 문화예술과장은 행정복지위원회 회의에서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사업비 1억1000만원, 권태응문학상 추진 3500만원, 지역예술인 육성 및 발전을 위한 문화활동 지원사업비 1억원 등 총 3억6200만원을 출연금으로 증액 편성했다고 보고했다.

같은 해 9월 5일엔 “독립운동가 민족시인인 권태응 선생의 문학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생가복원 및 전시관 건립기본계획 타당성검토용역비 2000만 원을 편성했다”고 했다. 또한 12월 6일에는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4월 20일 비전선포 및 동요제, 11월 감자꽃 큰잔치, 제1회 권태응문학상 제정 및 시행 등의 행사가 1년 동안 진행됐다는 점도 보고했다.

관련 예산 모두 반납

2019년 12월 6일 행정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정용훈 문화예술과장은 “올해 6월 충청북도 지방재정투자심사결과 시인 작품이나 유필원고, 집필기구 등 전시작품 확보 계획이 선행이 되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문학관 건립사업 추진 내용을 알렸다. 이어 “그래서 유족 서한문 발송이나 필요시에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녀를 방문을 해서 권태응 선생의 작품 기증 확약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증확약을 받아 제출해 투자심사를 다시 받을 계획”이라며 “시가 갖고 있는 유품은 없다”고 확인했다.

2021년 6월 17일 개최된 행정복지위 회의에서 정문구 문화예술과장은 곽명환 위원장의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양상이네요. 문학관과 생가는 어떻게 진행되어 가나요”라는 질문에 “도 투자심사 조건이 권태응 시인 작품 100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작품을 갖고 있는 자제분이 뉴욕에 거주하는데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 되는데, 작품 기증을 요청하니 문학관이 다 완성이 되고, 아버지(권태응) 묘지 관리에 확신을 받아야만 내놓겠다는 의견이다”라고 설명했다.

권태응 선생 생가터에 있는 '감자꽃' 노래비의 뒷면에는 악보도 새겨져 있다.

다시 곽 위원장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얼마 전에 만나고 왔는데, 관심이 많다”라며 자료가 많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울러 시가 만나보고 계속 설득할 것도 주문했다. 이에 정 과장은 “코로나 상황으로 여의치 않고, 메일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잘 읽지 않고 카톡도 그렇다”고 했다.

2021년 10월 김기홍 문화체육관광국장도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족 권영함씨에게 2020년 2월부터 유품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협의 중에 있다”면서 “유족과의 신뢰를 형성해 유품이 조속히 기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국장은 전달에도 김씨와 통화했다고 밝히고 “권 시인 자필 시가 한 100편 정도 되는 게 있다. 노트형식의 그것을 기증을 해줘야 문체부 투자심사를 받을 수 있다라고 1년째 간곡하게 부탁을 드리는데 그분이 계속해서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태응문학상은 지속

주저하는 이유를 묻는 조중근 의원의 물음에 김 국장은 “묘소 문제만 계속 얘기하면서 그 얘기(기증)를 하면 자꾸 직답을 피하면서 다른 말만 해서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하고 코로나가 안정되면 미국을 방문할 뜻도 밝혔다.

결국 2022년 들어서 문학관 건립사업은 접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해 3월 25일 행정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전명숙 문화예술과장은 “지금 생가복원만 하는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학관은 작품이 오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아서 생가만 우선 짓는다”면서 고 밝혔다. 그러면서 100% 시비로 추진한다는 뜻을 전했다.

같은 해 7월 11일 열린 본회의까지만해도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완료돼 보상협의 중이다”라고 했던 시는 연말이 가까워진 12월 14일 개최된 행정문화위에서 결국 “권태응생가 복원 부지매입은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매수 불가로 사업을 중단하고 부지매입비 1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무산된 상황이지만 충주시에 따르면 권태응문학관 계획부지는 당초보다 확연히 줄어든 1423㎡ 규모다. 다만 생가터 방치 속에 2018년 제정된 권태응문학상 시상은 지속 추진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