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전문대] 관선이사 체제로 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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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문대] 관선이사 체제로 활로 찾는다
  • 충청리뷰
  • 승인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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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4명 선임, 류씨 일가 이사 사퇴후 3명 추천
류씨 12억원 학교입금, 2월말까지 원상회복 각서작성

교육부는 재단주 류택희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하루전인 지난 5일 극동학원에 관선이사 파견을 통보했다. 당초 7명이 위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교육부는 재단측과 대학공대위측에서 추천한 인사들을 모두 배제시킨채 4명을 선임했다. 관선이사 면면을 보면 한경대 이원우 총장, 충주대 성기태 총장, 교원대 나종화 사무국장, 청주여성의 전화 이재희 회장 등이다. 이총장은 충북도부교육감을 역임했으며 성총장과 이회장도 지역출신 인사들이다. 당초 충청일보 서정옥사장이 충북도로부터 관선이사 권유를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극동학원 이사로 있던 류씨와 아들 기일씨, 부인 이금자씨 등 류씨 일가는 이사직을 사퇴하고 대신 다른 3명을 교육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선이사진은 지난 11일 교육부에서 첫 모임을 가진데 이어 12일 극동정보대 학장·이사장 선임을 위해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 극동학원 산하 극동대학교의 경우 류씨가 총장직을 사임하지 않은 상태라서 선사퇴 후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극동정보대의 경우 류씨가 지난해 9월 사임한 이후 후임자인 이상진씨마저 1개월여만에 사퇴해 공석인 상태다.
관선이사진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우선적으로 학장대행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류씨 일가가 추천한 이사진 3명에 대해 동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나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공대위는 류씨 후임자로 나섰다 사퇴한 이상진씨를 학장대행으로 적극 추천,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노조파업, 학생휴업 등 갈등속에서 공대위와 류씨간에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여의치않자 스스로 사퇴했다는 것. 서울시, 청와대 근무한 1급 관리관 출신인 이씨는 극동정보대 겸임교수로 있다가 돌연 류씨의 후임 학장으로 임명됐다는 것.

이상진 전 학장, 공대위 추천
공대위 관계자는 “이씨가 합리적인 사고와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으로 생각해 교수, 직원, 학생측 모두가 학장 선임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학교실정을 잘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선이사진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륜도 있는 분이다. 향후 대학의 장래는 관선이사와 학장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씨 일가가 추천한 이사진은 절대 관선이사로 선임해서는 안된다. 비리 재단주가 학교정상화도 되기 전에 다시 개입할 소지를 안겨주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씨의 구속과 관선이사 파견에 따라 교수·학생·직원이 참여한 공동대책위는 학교안정화에 힘을 모을 방침이다. 류씨가 횡령·유용한 학교재산을 원상회복시킨다면 더 이상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4년제 극동대학교의 경우 학교재정과 운영상태가 워낙 취약해 위기감이 증폭된 상태다. 직원노조 관계자는 “대학교는 학생수가 2천명에도 못미쳐 인건비 충당하기도 힘겨운 상태다. 또 경찰조사에서 극동정보대 교비 등이 대학교 공사비 등으로 유용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일부 재산은 극동정보대로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측은 학생입학 등 대외이미지를 고려해 더 이상 사태가 확대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입장이다. 같은 학교재단 소속인 극동정보대 공대위가 모른척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류학장 문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감사, 공개여부 주목
한편 극동학원측은 감사원 감사결과와 류씨의 원상회복 노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학교관계자에 따르면 류씨의 경우 교비 횡령액 가운데 12억원을, 아들 기일씨는 2억5000만원을 학교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개인 명의로 등재된 건물, 토지 등에 대해서도 극동학원 명의로 원상회복시켰다는 것. 하지만 극동대학교와 관련한 유용부분에 대해서는 해결되지 못해 오는 2월말까지 류씨 일가의 사재를 매각해 원상회복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결과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교육부도 류씨의 감사 지적사항 개선 성과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선이사가 파견됐기 때문에 앞으로 재단과 관선이사가 미해결된 문제점을 확인하고 원상회복토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감사자료는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것이며 재단에 통보됐기 때문에 스스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으로 몸집불린 학원재벌의 ‘전형’
극동정보대 돈빼내 고교·대학교로 불법 유용

류택희씨는 지난 67년 서울에 학교법인 문경학원(현 영산학원)을 설립하면서 학교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76년 한일고를 개교한 뒤 83년 한일여고로 변경하고 86년 과천여고로 교명을 바꿨다. 99년 영산학원으로 법인명을 바꾼 뒤 99년 과천외국어고를 개교해 재단 산하에 2개 고교를 두게 됐다.
지난 91년 류씨는 학교법인 극동학원을 설립하고 부인 이금자씨가 이사장을 맡았다. 94년 자신의 고향인 음성 감곡면에 충북전문대를 설립했고 98년 극동정보대학으로 학교명을 변경했다. 극동정보대는 교육부의 전문대 정원억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200∼600명까지 증원인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99년엔 전국 전문대학 가운데 이례적으로 분교인 충주캠퍼스 설치인가를 받아 사학재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극동전문대 학생수는 충주캠퍼스를 포함, 4600명에 달해 도내에선 충청대학에 이어 2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동학원은 97년 극동전문대와 인접한 감곡면 왕장리에 4년제 극동대학교 설립인가를 받는등 외형확대에 주력했다. 98년 입학정원 100명으로 개교해 작년부터 1100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경찰 수사결과 극동정보대 교비 가운데 12억원이 서울 2개 고교로 불법 유용됐고 극동대학교 신축공사비로 무려 46억원이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극동정보대의 자금에 의지해 힘안들이고 4년제 대학교 하나를 더 설립한 셈이다.
극동정보대는 농촌지역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자연발생적인 대학촌마저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강의가 끝나면 70여대의 통학버스를 타고 상경하기에 바쁜 실정이다. 앞으로 불어닥칠 대학 무한경쟁시대에 극동정보대가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부 관선이사들도 이같은 우려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관선이사 A씨는 “수도권에서 먼 지역부터, 4년제보다는 전문대학부터 퇴출되는 학교가 생길 것이다. 현재의 학교위기를 수습하는 것도 과제지만, 향후 장기발전 전망을 고민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실상 학생 등록금에 의지해 운영해 온만큼 현재의 교비재정으로 당장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부정한 재단주의 간섭을 막고 안정과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관선이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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