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전문대]“3월에는 수업도 안되고출석부도 못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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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전문대]“3월에는 수업도 안되고출석부도 못만든다”
  • 충청리뷰
  • 승인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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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하고도 연쇄이동 멈추지 않는 전문대
일부 대학, “학생 데려오면 합격시켜 준다” 은밀한 제의도

“요즘 대학에서 하는 일이 뭔지 아는가? 합격생들에게 전화하는 일이다. 오늘 하루만 30∼40명의 합격생들이 등록금을 빼서 다른 대학으로 갔다. 학생들은 돈을 넣었다 뺐다 골치아프고, 대학은 엄청난 행정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아직 4년제 대학이 최종 등록 마감을 하지 않아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동할지 모른다. 4년제 대학은 입학하면 못 움직이지만 전문대는 3월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이동한다.” 신용태 충청대 홍보처장의 말이다. 지방 전문대는 서럽다. 수험생들에게 대학 선택권을 많이 준다는 취지로 시작된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도내 전문대 관계자들이 불만을 쏟아놓고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수도권 전문대가 다 채워지고 난 뒤 가장 늦게 선택되는 지방 전문대는 매년 등록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봐야만 한다. 신처장은 당초 지원자의 1/3 가량이 나간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가 합격생에게 문자메시지 보내
그래서 각 대학에서는 전화, 이메일, 가정방문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합격생을 붙잡는다. 축하 전보를 치는 것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 요즘에는 행정직원뿐만 아니라 교수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이 가르칠 학생을 설득해야 한다. 도내 모 전문대 교수는 “학생에게 합격을 통보해주고, 앞으로 어떤 과목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곁들인다. 교수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학생들이 신뢰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부 대학에서는 합격생을 초청해 만남의 자리를 갖고, 시내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만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1명의 학생이 3∼4군데 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보통이다. 이러니 가뜩이나 대학정원보다 학생수가 모자라는 판에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입시제도 하에서는 학생을 먼저 선점해 다른 데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더욱이 몇 몇 대학에서는 교수들에게 수험생 몇 명을 데려오게 하고, 이들을 모두 합격시켜 주겠다는 제안까지 한다는 것. 학생 모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모든 비교육적인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등록-환불 반복하는 대학 직원들
김일중 주성대 부학장은 “전문대는 3월 말까지 학생모집을 하도록 돼있다. 그래서 3월에는 수업도 제대로 안되고 학생들은 언제 갈지 몰라 교재도 안산다. 그러니 출석부도 만들 수 없다. 전문대교육협의회에서는 지원을 여러 군데 하되 일단 등록하면 환불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정부에 여러 차례 했으나 반응이 없다. 그리고 전문대도 2월 말로 모든 등록을 마감하자는 의견들이 있었으나 일부 전문대들이 반대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입시업무 관계자들은 통상 1월∼3월까지 야근을 한다. 등록하는 학생들을 받고, 한 쪽에서는 등록금을 빼가는 사람들을 환불해주는 업무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 하여 입시업무 2년 정도 하면 직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지난 4∼7일 사이에 최초(1차) 등록을 마감한 도내 전문대들은 곧이어 추가등록을 실시했다. 추가등록은 전체 수업일수 1/4선인 3월 넷째 주까지 하므로 몇 차례에 걸쳐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각 학교별로 일정한 날짜를 정해 추가모집한 다음 그래도 결원이 생기면 다시 추가모집 하는 식으로 계속된다.
그래서 이런 입시제도 때문에 생겨난 말이 ‘대기조’다. 학생들은 어느 한 대학에 떨어졌어도 다른 대학의 추가합격자 명단에 들어있을 수 있어 대기하고 있다. 시내 모 고등학교 3학년 유 모양은 “1차에서 불합격해도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기다리고 있다. 대학에서 합격자 발표할 때 자신이 대기 몇 번이라고 알려줘 그 순서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누가 어느 대학에 가는지는 3월 말이 돼야 정확히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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