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띠 여성 기업인의 희망 메시지
추위를 견뎌야 꽃 피우는 딸기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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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띠 여성 기업인의 희망 메시지
추위를 견뎌야 꽃 피우는 딸기꽃처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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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산업 대표 이화성 씨, 양액재배용 농자재개발, 기술력으로 승부
   
▲ 돼지띠 여성기업인 이화성씨는 의류제조업을 포함해 26년 동안 순수 제조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 사진=육성준 기자
딸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딸기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붉고 탐스러운 딸기 열매와는 달리 순백의 딸기꽃은 한줄기에서 대여섯 개의 꽃대가 올라와 별을 닮은 청초한 꽃을 밀어낸다. 중요한 것은 딸기가 충분히 추위를 견뎌야 꽃이 만발하고 좋은 열매를 맺는, 장미과의 다년초라는 것이다. 그래서 딸기를 재배하는 데는 얼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옥천군 옥천읍 양수리에서 딸기등을 양액재배하는데 필요한 플라스틱 상자를 만드는 화성산업을 경영하는 이화성(48) 대표는 딸기꽃을 닮은 여성기업인이다. 1994년 남편과 함께 전셋돈을 빼 마련한 사업자금으로 플라스틱 사출업에 뛰어들어 기술력만으로 13년을 버텨왔기 때문이다.

대표인 이씨는 명함 한 장을 들고 신발이 닳도록 전국을 누볐고, 기술이사인 남편 나대석(51)씨는 기술이사를 맡아 지금까지 20여건의 실용신안을 획득했다.

대전이 고향인 나대석, 이화성 대표 부부는 결혼 이후 10여년 동안 의류제조업을 했다. 제조업이라고는 하지만 맞춤옷만을 만드는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다. 재단을 천직으로 알았던 이들 부부가 낯선 플라스틱 사출업에 뛰어든 것은 의류제조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여우살이 시키려면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자는데 뜻이 모아졌고, 그래도 제조업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제조업을 찾다가 사출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 부부가 사출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남편 나 이사의 친구가 이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친구가 말렸을 정도로 이 분야 역시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그래도 사업초창기에는 비단길을 걸었다. 대전에 있는 살림집을 전세 놓아 마련한 사업자금으로 공장을 짓고, 빚을 내 사출성형기를 들여놓은 뒤 단돈 500만원을 들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초창기에 삼성전자와 엘지산전의 협력업체가 돼 일감을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임가공 매출을 올리면서 10개월만에 공장 한구석에 칸막이를 치고 살림살이를 하던 피난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00년까지는 그렇게 최소한 월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몸은 힘들어도 큰 걱정이 없었다.

“돈만 생각하면 제조업 못해”
위기가 찾아온 것은 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부터였다. IMF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감축경영에 들어가면서 외주를 주던 분야를 모두 사내 영역으로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대중 정부가 IT산업을 비롯한 벤처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순수 제조업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이화성 대표는 “김영삼 정부가 나라를 거덜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때가 호시절이었다”며 “그 이후로 6년 동안은 모아놓은 돈을 축내며 보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화성기업이 일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손재주와 아이디어가 가장 믿을만한 자산이었던 이 대표 부부는 난방 및 하수도 배관, 분배기, 밸브를 비롯해 저수조가 없는 직수형 정수기 등 각종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특허청으로부터 실용신안을 받은 것만 20여 건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제품 개발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홍보와 유통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고 영업력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금형제작에만 4~5억원을 들였으니 유동성 위기가 닥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부부가 각각 대표와 기술이사를 맡아 영업과 기술개발을 책임지고 5명 안팎의 적은 직원으로 회사를 운영했기에 풍파를 견뎌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돈만 생각하면 제조업을 할 수 없지만 남들이 알지 못하는 성취감이 이 속에 있다”며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살아있다는 것에 스스로 기특하다”고 말했다.

“황금돼지해, 올해는 승부 건다”
2007년을 맞는 이화성 대표의 각오는 남다르다. 2006년 7월부터 개발에 들어가 12월 중순 첫 납품에 들어간 딸기 양액재배용 플라스틱 상자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딸기 양액재배용 플라스틱 상자는 딸기를 밭에서 재배할 경우 3~4년이면 연작장애가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높이에서 작물이 생육하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시설을 말한다. 침대와 같은 모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베드농법(Bed農法)’이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딸기나 토마토, 파프리카 등 각종 과채류를 재배하는 베드농법은 일일이 파이프를 박은 뒤 그 위에 마대 등을 연결해 손수 시설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화성산업의 플라스틱 상자는 상다리를 펴 듯 시공이 간편한데다, 1m 단위로 설치하도록 돼있어 각종 병충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품 개발 이후 이 대표는 전국을 누비며 제품 홍보에 여념이 없다. 1박2일은 기본이고 2박3일 이상의 장기 출장으로 자리를 지킬 틈이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딸기 등의 양액재배가 노동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우리 농촌의 현실에 적합하기에 화성산업이 개발한 제품이 농업기술원이나 학계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12월 중순 우리나라 최대의 딸기 재배 특화단지인 경남 진주의 대평단지에 5700개를 납품한 것은 대박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화성산업은 현재 2007년 2월 대규모 납품에 대비해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화성산업의 내년도 목표 매출은 30억원.
59년 돼지띠인 이화성 대표는 “남들이 하는 얘기로 2007년을 ‘황금돼지해’라고 하는데, 나에게 있어서도 분명 사업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부푼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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