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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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변명’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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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국 서원대 교수, 정치외교학
   
노대통령이 또 한 번 ‘막말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대형이다. ‘막말’의 대상자가 구체적인데다 그 수위도 다른 어떤 경우보다 높다. 고건 전 총리(“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였다”)와 전직 군수뇌부(“막대한 국방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한 군수뇌부는 직무유기를 범했다”)가 직격탄을 맞았고, 군복무를 ‘썩는 일’로 묘사함으로써 다수 군인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건국 이래 대통령 연설 중 최고로 저속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발언의 내용과 표현, 그리고 연설 태도 모두가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노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였다. 지지율 10%대라면 아마 역대 대통령 중 최저일 것이다. 인기는 고사하고 노대통령을 놓고 비아냥거리는 갖가지 농담이 회식 자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기본 안주거리가 되어 있을 정도다.
이런 대통령을 욕하기는 쉽겠지만 변호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섣불리 변호하려 들다가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돈키호테’로 매도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인지 공개적으로 노대통령을 옹호하는 인물을 최근에는 거의 보지 못했다.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이나 정서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진보진영 인사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노대통령을 위해 선뜻 나서기가 주저되는 모양이다. 일부 여당 정치인은 소위 ‘차별화 전략’에 따라 노대통령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그래도 변호(변호가 적절치 않다면 ‘변명’이라도 좋다)의 여지는 있다. 노대통령에게 가해지는 비판이 그 정도나 방법에 있어 지나친 측면이 있고, 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업적도 그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정치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시대 상황과의 연관성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많은 업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면 그 지도자는 성공한 지도자라고 할 수 없다.

역의 논리로 다양한 업적은 없더라도 당대의 절박한 문제를 잘 해결했다면 그 지도자는 성공적인 지도자로 분류될 수 있다. 특별히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를 경제나 문화 수준에 걸맞게 선진화하는 것이고, 이는 정치는 물론 우리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배어 있는 고질적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는 것과 돈 안 드는 정치풍토를 구축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비록 성공한 대통령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한 지도자의 범주에 들 수 있다. 왕조 시대 군주에게서나 기대되던 권위적인 이미지를 허물고 ‘친구 같은 대통령상’을 구현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반문명적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경박스런 언행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비판은 청와대 측 인사의 해명대로 ‘정치발전의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4당 3락’(선거 때 40억 원 쓰면 당선되고 30억 원 쓰면 낙선한다는 말)이란 말이 사라지고 우리 경제의 족쇄였던 정경유착의 고리가 약화된 것 또한 한국정치발전사에 큰 획을 그은 노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이다.

노대통령을 위한 변호의 여지는 그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비판 중 적어도 일부는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비판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설득 혹은 타협을 통해 나와 상대방 모두가 잘 되자는 데 있다.

따라서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비판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너 한 번 죽어봐라’는 식의 비판을 할 경우 누구보다 비판의 대상자가 그것을 쉽게 눈치 채게 되고 이는 감정적 대립과 소모적 갈등을 불러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노대통령에 대한 사회 일각의 비판은 이 같은 애정이 전제되지 않은 ‘너 죽어봐라’식 비판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노대통령의 이번 ‘막말’ 파문도 그런 식의 비판에 대한 노대통령의 적극적 대응의 결과로 보여 진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오의 감정을 떠나 국가와 사회를 생각한다면 노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비판은 매섭게 하더라도 그 비판에 사랑을 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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