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 해 ‘베이비 붐’ 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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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 해 ‘베이비 붐’ 이나?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7.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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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예약 상담 봇물… 전년대비 30% 증가
富마케팅 상업성 비난 -출생률 유지 국부수단
   
▲ 정해년 새해 벽두부터 황금 돼지띠 아이를 낳으려는 예비 산모들의 전화문의가 폭주, 청주지역 개원 산부인과가 행복한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정해년(설날·양력 2월18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산부인과와 출산용품점의 희색이 만연하다. 새해는 아이를 낳으면 재물 운을 타고 태어난다는 황금돼지 해. 따라서 새해벽두부터 산부인과 예약률이 폭주하고 덩달아 출산용품의 매출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쌍춘년 ‘결혼 붐’에 이어 찾아온 황금돼지해는 5년여 만에 베이비붐을 예견하고 있다. 이는 밀레니엄 베이비(2000년)붐에 이어 줄곧 하양곡선을 그려 오던 출산율에 청신호를 드리운 것.

청주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연간 출생아수는 8781명. 해마다 100∼1000여명씩 줄어 전년도(2005년) 출생아수는 고작 6319명에 그쳤다. 이는 5년여 만에 무려 28%(2462명)가 감소한 것. 따라서 자치단체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주시 합계 출산율이 전국 평균 1.08%를 웃도는 1.14%라는 것은 위안이 되고 있다. 여기에 새해 벽두부터 ‘황금돼지띠’ 아이를 낳으려는 신혼부부들의 전화 문의가 지역 산부인과에 봇물을 이루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실제 청주시 가경동 모태 산부인과에 따르면 전년도(2005년)말 111건에 불과하던 산부인과 분만 예약률은 지난해(2006년)말 160건으로 31%(49건) 정도 증가했다. 여기에 정해년 1월 예약율도 벌써 185건에 이르고 있다. 모태산부인과 김찬희 간호과장(48)은 “출산일을 조절한다거나 황금돼지띠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상담이 많다. 실제 예약 건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산모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물운 점치는 사람들 ‘북새통’
유통가와 제조업체 역시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를 맞아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쌍춘년을 맞아 결혼한 커플이 예년 보다 늘어난 데다 올해 황금돼지띠를 맞아 이들의 출산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눈에 띌 만큼 황금돼지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고 있지 않지만 유아용품과 일부 혼수품목을 진열대에 전면 배치했다.

홈플러스 측은 전통적인 빨강과 투명, 컬러 돼지저금통과 함께 최근 황금돼지 저금통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체별로 황금돼지 저금통의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고 있기 때문. 이마트나 대형 완구점도 황금돼지 저금통의 반응이 좋음에 따라 상품구매와 발주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당초 소량으로 발주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연초까지 발주량을 대거 늘릴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렇듯 황금돼지해를 맞이한 부부나 기업들의 기대는 큰 편이다. 산부인과 조산원, 산후조리원은 예비 엄마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제조업체는 황금돼지 액세서리, 저금통, 달력을 출시했다. 한 의류업체는 돼지 그림이 들어간 유아복 1만5000장을 지난해 말부터 시판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황금돼지띠 예비엄마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육아 포털사이트인 우리아이 탓컴(www.urii.com)에서는 간단한 증빙서류만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아이 몸무게에 해당하는 순금 황금돼지를 선물하고 있다.

상술이 만들어낸 ‘대박 돼지꿈’
이를 두고 일단 역술가(명리학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해년은 ‘붉은 돼지해’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는 근거 없는 속설에 불과하다. 우리민족은 다산과 다복을 상징하는 ‘복 돼지’를 숭상하는 전통은 있어도 ‘황금돼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역술인 서동균씨(48)는 “돼지띠는 재운이 있지만 역마살도 있다. 상생과 상극을 중요시 여기는 명리학의 특성상 무조건 좋은 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브스 홈페이지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인 중 정해년(1947년)에 태어난 사람은 스웨덴의 유명 의류 브랜드 H&M의 소유주 스테판 페르손(32위)이 유일하다. 따라서 서씨는 “황금돼지의 꿈은 상술이 만들어낸 대박의 꿈이다”며 “근거야 어떻든 일단 출산율이 증가한다면 국가적으로 한숨 돌리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금 돼지해 속설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선 정해년을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며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속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최근 출산 붐이 일고 있다.

따라서 연일 중국 언론이 이를 다루고 있다. 중국에서도 정(丁)이 오행 중 불(火)을 상징하는데 이를 대신해 금(金)을 붙여 황금돼지해로 부른 것에 대해 역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국내 일부에선 밀레니엄 세대에 이어 황금돼지해 베이비붐이 교육과 취업에 있어 경쟁률 만 높이는 계기가 된다며 일부러 정해년 출산을 꺼리는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용암동에 사는 7년차 주부 K씨는 “밀레니엄 세대로 첫 아이를 가졌는데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친구들이 많아 입시나 취업 경쟁률이 높을까 걱정이다”며 “셋째 아이를 준비중인데 올해를 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 경철수 기자

정해년 황금 돼지해 오해와 진실
‘붉은 돼지해’ 맞고 입춘이 한해 시작…

정해년을 두고 말이 많다. 입춘이 두 번 들어있는 쌍춘(병술)년에 결혼하고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낳으라는 유행어까지 돌고 있다. 그러나 역술가들은 황금돼지해는 간지(干支)상으로 60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따라서 시중에서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현행 간지상의 해는 10간(天干)과 12지(地支)가 순차적으로 배합해 만들어 진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12지는 동물의 이름으로 이른다.

돼지해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10간과 결합한 정해년은 60년마다 돌아온다. 정(丁)이 오행에서 불을 뜻하기 때문에 붉은 돼지해가 맞다. 오히려 기(己)가 토(土)에 해당하는 누런색으로 황금돼지해는 기해년(己亥年)이 더 어울린다는 것.

더구나 돼지해는 육십갑자에서 을해(乙亥), 정해(丁亥), 기해(己亥), 신해(辛亥), 계해(癸亥)등 다섯 번 들기 때문에 정해년은 60년 만에 한번 돌아온다. 또한 한해의 시작도 보통 설날이 아니라 입춘이 시작되는 2월4일 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12지 가운데 돼지는 항상 복성이 높이 비춘다 해 재운이 뛰어난 것으로 해석돼 왔다.

따라서 정해년 ‘붉은 돼지해’도 불이 활활 타오르듯 기운이 넘쳐 집안과 사업이 번성한다는 속설이 있다. 따라서 돼지꿈을 꾸면 좋다거나 돼지가 수많은 새끼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는 사진이 다산과 복을 상징하는 것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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