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로 전락한 도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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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로 전락한 도내 기업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7.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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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자체 시공 꺼려, 브랜드 빌려 포장하기 정착
‘시행·시공 분리 고분양가 부채질’ 對 ‘그나마 비빌 언덕’
아파트가 분양되기 까지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택지개발지구는 소위 토지작업 과정이 생략되지만 해당 부지 토지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해 땅을 사들이고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교통과 환경, 문화재 등 각종 영향평가를 거친뒤 법령에 맞게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건축심의를 거쳐 사업승인과 분양승인을 얻어 일반에 분양한다.

지자체 인허가 과정만 적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주)신영이 시행하는 대농지구 개발사업이 토지확보 후 교통영향평가까지 18개월, 사업승인까지 2년이 걸렸다. 토지 매입이 늦어지면 그 기간은 더욱 늘어난다.

   
▲ 시행·시공 분리는 고분양가 부추기기와 지역업체 명맥유지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90년대 중후반 까지는 토지매입에서 인허가 까지 모든 과정이 건설사의 몫이었다. 그러던 것이 IMF를 계기로 건설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시행과 시공이 분리됐다.

까다롭고 복잡한 토지매입과 인허가를 시행사가 맡아 함으로써 건설사는 이들과 시공계약을 체결, 공사만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시중은행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제2금융권의 브릿지론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행사는 토지매입비용과 공사비를 은행을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됐고 자금여력이 없는 시행사도 이를 이용해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건설사도 PF를 수행하는 은행에 지급보증만 서면 골치 아픈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수익구조 이원화로 분양가 고공행진?
아파트 사업의 이윤을 시행사와 건설사가 나눠가지게 된 것이다. 15층 아파트를 기준으로 건축비는 평당 300만원 안팎에서 정해지며 시행사는 자신들의 이윤을 포함해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

여기에 토지매입과 공사비를 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음으로서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PF의 경우 연이율이 6~7%대, 브릿지론은 12~13%의 이율에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따로 내야 한다. 토지매입과 인허가에 브릿지론을 활용할 경우 그 기간이 3년을 넘으면 이자와 수수료가 거의 원금수준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결국 시행과 시공의 분리가 아파트 공급 원가를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금력 있는 건설사가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할 경우 이율이 높은 브릿지론을 활용하지 않아도 되고 공시비 회전도 비교적 수월해 금융비용을 최소 30% 이상 줄일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시행사가 취하는 이윤의 폭을 흡수할 수 있어 그만큼 원가도 절감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는 PF 지급보증만 할 뿐 시행사가 모든 자금을 책임지는 구조다. 대다수 시행사들이 자금여력이 약한 현실에서 아파트 사업비 대부분을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기업의 이윤도 마찬가지다. 시공사가 건축비에서 이윤을 챙기며 시행사는 건축비를 포함한 전체 분양가에서 몫을 챙기기 때문에 이중적인 수익구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비용은 시행과 시공이 분리됐다고 해서 크게 상승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의 이윤도 두 회사가 나누는 것이지 금액 자체가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건설사 대표는 “브릿지론의 경우 이율이 높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토지매입이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져 총 이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또한 전체 사업비가 아무리 적어도 수백억원 이상 되기 때문에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택건설협회충북도회 관계자도 “강서지구를 예로 들어도 시행과 시공을 분리한 아파트와 단독 시행시공한 경우의 분양가가 다르지 않았다. 결국 사업이윤을 나누는 것이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역업계 ‘시행사’로 연명?
2000년대 아파트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화다. 아파트 브랜드화는 대형건설사 위주로 재편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따라서 지방업체들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최근 분양을 마친 청주 강서지구와 분양예정인 오송지구에 공급되는 아파트 10개 단지 중 지역브랜드는 대원 칸타빌, 선광 로즈웰, 원 허밍하우스 등 3개에 불과하며 산남3지구에는 대원만이 참여했을 뿐이다.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은 시공 대신 시행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비하동과 분평동에 계룡리슈빌을 분양한 리드종합건설과 가경 대우푸르지오를 공급한 라이프가 대표적인 지역 시행업체다. 한국종합건설과 아주종합건설도 각각 강서 호반 베르디움과 산남 영조 아름다운나날을 시행하는 등 시공능력을 갖춘 건설사들이 속속 시행으로 돌아서고 있다.

청원군 옥산면 옛 동일석재 부지 10만여평에 아파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신라종합건설도 직접 시공이 아닌 시행만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시행사 대열에 합류할 태세다.
변재범 신라종건 대표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분양아파트 2000여세대와 임대아파트 500여세대를 계획하고 있다. 임대아파트는 직접 시공을 검토하고 있지만 분양아파트는 유명 브랜드를 적용, 시행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라 브랜드로는 분양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잘 나가던 건설사들이 대형 브랜드를 빌려다 사업하는 시행업체로 얼굴을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 위주로 재편된 주택건설 시장에 지방업체들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시행과 시공 분리 때문이다. 시행 제도가 지방업체들의 비빌 언덕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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