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서도 속는 금감원 사칭사기 '적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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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서도 속는 금감원 사칭사기 '적색경보'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7.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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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당 8명 검거‥3명 영장·5명 입건 여죄수사
중국인, 전국 규모 사기행각‥사회 경각심 필요

   
▲ 4일 청주 흥덕경찰서 최기영 수사과장이 1개월간의 끈질긴 수사 끝에 검거한 금감원 사칭사기 일당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금감원을 사칭한 중국인 환급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4일 금감원 직원인양 전화를 걸어 막대한 돈을 인출해 달아난 중국인 루모씨(31)와 약혼녀 김모씨(34·여)를 사기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또 이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명의로 새롭게 개설한 통장을 빌려주는가 하면 명의를 빌려줄 교환학생 등을 소개해 준 중국인 교환학생 왕모씨(20)도 같은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2일 오전 10시30분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 장모씨(37·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됐다. 누군가 명의를 도용해 사용한 것 같으니 시키는 대로 하면 연체대금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에 속은 장씨는 이들이 시키는 대로 자동화 기기 앞으로 달려가 왕씨 등이 새로 개설한 통장으로 998만원 상당을 이체시켰다. 이에 왕씨 등은 이를 인출해 달아나는 수법으로 최근까지 모두 19명으로부터 26차례에 걸쳐 7780여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검거과정=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전국을 상대로 몇개의 점조직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총책으로 보이는 중국인이 현지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건뒤 일명 중간책인 루씨 등이 국내에서 모집한 교환학생 왕씨 등의 명의로 새롭게 개설한 통장으로 돈을 이체시켜 인출한뒤 달아나는 수법이다.  경찰은 아직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건 공모자는 검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족인 김씨 등이 끼어 있어 이들이 교환학생들과 공모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돈을 이체받은 뒤 얼마간의 수고비를 떼고 상선에 상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4시20분께 경북 구미의 한 은행 CCTV에 찍힌 교환학생 왕모씨의 증거 사진을 확보했다. 이어 휴대폰 발신자 추적을 통해 거주지에서 잠복근무 중 왕씨를 검거했다. 루씨 부부도 다음날인 3일 오후 1시10분께 대구 달서구 죽전동 거주지에서 잠복중 급습해 검거했다.  경찰은 이미 구랍 28일 이들에게 통장 명의를 빌려준 교환학생 4명을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이들은 하루 전인 27일 낮 12시께 청주 모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의 신고로 검거된 바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5만원씩을 받고 통장을 개설하는데 명의만 빌려 준 것으로 드러나 석방되기도 했다. 실제 경찰은 이들이 모두 16개의 통장을 만들어 6개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거과정에서 3500만원 상당의 현금과 현금카드 및 통장 50여개, 휴대폰과 돈을 세는 기계인 계수기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 중국인 금감원 사칭 사기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통장(50여개)과 계수기(현금세는 기계), 현금 3500여만원이다.
◆수사방향=경찰은 앞으로 압수된 통장의 계좌추적, 휴대폰 통화내역 조사, 발신자 추적 등을 통해 관련자를 검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한 전국 경찰관서와 공조 수사를 통해 피해규모 정도를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은 "아직까지 지역별 피해 규모는 집계하지 못했다"며 "브리핑을 하는 오늘도 환급사기 피해가 2건이나 접수됐다"고 밝혔다.

청주 흥덕서 최기영 수사과장은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전화는 100%로 사기로 보면 된다. 이들 기관에 업무협조를 구한 결과 자동화기기로 환급되는 세금이나 이체 업무는 없다"며 "금융권에 주의 안내문을 붙여 놓았음에도 이같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을 통해 주의를 환기 시킬 필요성이 있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이미 불구속 입건된 중국인 4명에 대해 여죄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긴급체포된 루씨 등 3명에 대해서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전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며 "이들은 전화를 거는 중국 총책과 이체받을 통장을 제공하거나 현금을 찾아 상선에 상납하는 중간 모집책으로 조직돼 있는 전국규모의 사칭 사기단이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수사과 경제 1팀 이규성 팀장은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돼 신용불량자가 될 상황이란 얘기를 들은 피해자는 순간 당황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다"며 "이런 전화를 받을 경우 재차 확인하고 되도록 관련기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문의후 처리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 중 증거물로 압수된 휴대폰이 연신 울려대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피해정도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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