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화장장 관련 주민 반목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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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화장장 관련 주민 반목 ‘모락모락’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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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등 선진지 탐방 “나는 왜 안 보내줘” 불만
목련공원 식당 이어 장례식장 운영권도 월오동에
것대마을, 거리는 가까워도 행정동 달라서 '찬밥'
준공을 9개월여 남겨두고 있는 청주시 월오동 화장장 건립과 관련해 주민 반목에 따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화염의 진원지는 크게 두 군데다. 하나는 지난해 말 주민 26명이 다녀온 일본 선진지(화장장) 탐방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지원을 둘러싼 법정동 간 갈등이다.

선진지 탐방과 관련한 잡음은 한마디로 말해 대상에 들지 못한 주민들의 반발이다. 화장장이 들어서는 월오동 내 1·2·3통과 인근 것대마을, 백운동 등 모두 5개 마을 주민 26명이 일본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등의 화장장과 납골당 등을 둘러보고 왔는데, ‘대상자 선정이 암암리에 이뤄졌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

   
▲ 1985년 집단민원으로 인해 청주시 가경동 옛 화장장의 가동이 중지된 뒤 새 화장장이 건립되기까지는 무려 20여년이 걸렸다. 주민반발로 인해 부지 선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비 반납 등 우여곡절 끝에 청주시 월오동 화장장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풀어야할 과제는 산더미 같다. 사진은 월오동 주민들의 시위 광경. / 사진=육성준 기자
이와 함께 불거지고 있는 또 다른 갈등은 화장장 주소지인 월오동 주민들에게만 화장장 장례식장 운영권 등이 주어지는 것에서 비롯됐다. 당초 화장장 건립 반대 투쟁에는 함께 힘을 모았는데, 이제와서 찬밥 신세가 된 주변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지역은 월오동과 함께 같은 행정동(용암2동)에 포함돼 있는 백운동, 운동동 등과 용담·명암·산성동에 포함돼 있는 것대마을, 그리고 청원군 낭성면 등이다.

청주시는 1985년 청주시 가경동에 있던 옛 화장장이 시설노후와 인근 택지개발로 문을 닫은 뒤, 그동안 옛 화장장 인근, 진천군 문백면, 청원군 낭성면 무성리, 옥산면 장동리 등에 새로운 화장장을 건립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집단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청주시는 이에따라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목련공원 인근을 입지로 선정하고 국비보조까지 받았으나 각종 민원으로 인해 사업추진이 지연되면서 1998년 11월 국비 4억7000만원을 반납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화장장 건립이 다시 추진(6차)된 것은 2003년 1월 시민공청회를 개최하면서부터다. 이 해 3월 월오동 산4번지가 최종입지로 선정됐으나 지역주민들이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투쟁에 나서면서 또다시 어려움에 봉착했다. 하지만 2004년 6월 투쟁위가 주민협의체로 전환되면서 급물살을 탔고 2005년 5월 청주시와 월오지역발전협의회(위원장 박광선)가 추진협정을 체결하면서 마침내 첫삽을 뜨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주민들이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협의사항 이행을 둘러싸고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은 지난해 9월 기각됐지만 토지수용에 따른 이주대책이나 폐업보상 등에 대한 주민불만은 여전한 상태다.

청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밤늦은 시간에 젖소축사를 방문해 밤새 소줏잔을 기울인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며 “주민 반목으로 인해 화장장 건립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발생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화장장 입지가 월오동이다 보니 화장장 관련 각종 사업권은 월오동 주민들이 구성한 발전협의회에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화장장과 마을의 직선거리만 놓고 보면 400m 떨어진 인근 것대마을(산성동)이 2~3km 떨어진 월오동 1,2,3통보다 훨씬 가깝다. 큰 동그라미는 화장장, 작은 동그라미는 것대마을이다. 화살표한 부분이 월오동 1.2.3통


3500만원 들여 일본행, 2004년엔 중국
일본 선진지 탐방은 2006년 12월26일~30일까지 4박5일 간의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 나가사키 일대에서 진행됐다. 참가인원은 공무원 인솔자 2명을 포함 모두 28명인데, 월오동 3개 통과 백운동 등 4개 마을에서 5명씩 참가했으며, 화장장에서 가장 가까운 것대마을에서는 6명이 합류했다. 1인당 여행경비 127만원은 청주시에서 전액 부담했다. 이들은 배편을 이용해 후쿠오카에 도착한 뒤 나가사키 인근 고카쿠라 화장장 등 화장장 2곳과 납골당 등을 둘러보고 주변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대상자 선정에 따른 불만이다. 지역주민 Q씨는 “통·반장이나 부녀회장 등이 일본을 다녀온 것 같은데, 주민들에게 일언반구 말 한마디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을 다녀온 뒤에야 그 사실을 전해듣게 되었다”며 “주민을 달래려는 시책이 오히려 주민들 사이에 반목만 키우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에대해 “청주시가 직접 대상자를 선정할 경우 뒷말이 나올 것 같아 주민협의체에 대상자 선정을 일임했다”며 “그래도 마을에서 대표성을 띤 사람들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달래기’에 가까운 선진지 탐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12월에도 마을 대표 27명이 중국 상하이 화장장을 비롯해 소주, 장가계 등을 여행했고, 같은 시기에 주민 200여명이 부산과 제주도 관광을 다녀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주시가 혐오시설을 특정지역에 입주시키면서 환심을 사려는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박광선 위원장은 “나도 실질적으로는 화장론자다. 일본의 화장장은 시설면에서도 우수하지만 일단은 해당지역 주민을 위한 소규모 시설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광역을 아우르는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시민이 보상한다’는 차원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확실히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것대마을 400m, 월오동 마을은 2~3km
2003년 불거진 화장장 반대 투쟁에는 화장장 입지인 월오동 주민들은 물론 인근 것대마을, 백운동, 운동동, 낭성면 주민들이 가세했지만 2004년 구성된 주민협의체는 월오동 주민들로만 구성됐다. 이후 2005년 화장장 추진협정을 체결한 주체도 주민협의체, 즉 월오지역발전협의회다. 청주시로서도 협의의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이래저래 유리하기 때문에 내심 바랐던 바다.

문제는 화장장에서 마을까지의 직선거리다. 월오동의 자연마을 가운데 화장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약 1500m 떨어진 1통 하니말이고 2통 박뜸이나 3통 서운말 등은 2~3k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산성동에 속해 있는 것대마을은 불과 400m 거리에 있어, 화장장으로 인한 자연피해가 있다면 이를 고스란히 입게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주시의 주민 협의나 지원은 철저하게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장장이 월오동에 있는 만큼 월오동 주민협의체가 공식 창구가 된 것이다. 청주시는 먼저 1998년 설치된 목련공원의 석물 사업권과 식당운영권을 2005년 1월 월오지역발전협의회로 넘겼다. 이에 따라 운영 2년째인 지난해에는 약 8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오동 이외 지역에서 ‘월오동에만 1억원 정도의 현금이 지원됐다’는 풍문이 떠돈 것도 이 때문이다.

월오동 박광선 위원장은 이에 대해 “8000만원 정도 수익이 발생했지만 청주시에 임대료로 1700만원을 내야하고, 화장장 건립 이후 장례식장, 상포, 매점사업 등을 운영하게 됨에 따라 수익금의 대부분을 적립해 놓은 상태”라며 “어차피 마을 발전기금이나 장학금 등의 용도로 쓸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마을회관 연료비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화장장 주변이지만 행정구역 상 청원군에 속해있는 낭성면 지역에는 정부의 특별교부세 9억원 등 도비와 군비 28억원이 지원돼 낭성종합복지관, 저온저장고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화장장 장례식장 운영, 고용창출 기대
목련공원 식당 및 석물 사업권 이양이 예고편이라면 화장장 장례식장, 상포, 매점 사업권은 본편에 해당된다. 청주시는 장례식장 5실과 매점, 상포 등에 대한 감정평가를 거쳐서 적정한 임대료를 책정한 뒤 운영권을 월오지역발전협의회로 넘길 계획이다.

장례식장 등의 운영권은 타 지역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통 수십 억원에 이르는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이다. 또 마을 주민들을 대거 고용함에 따라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박광선 위원장은 “인구가 100만이 넘는 수원시의 경우 연간 8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내는데 반해 청주는 화장장 규모나 화장률 등을 고려할 때 경영이 정상화된 2~3년 뒤부터 약 3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기도 성남이나 수원 등을 견학하고 왔지만 주민들이 법인을 구성해 운영하는 만큼 세금문제 등을 고려해 주방, 매점, 안내, 청소 등 2000~25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직원들을 최대한 고용해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또 “아직 수익의 규모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월오지역발전협회가 장례식장 운영 등을 통해 올린 수익 가운데 일부를 인접지역 지원에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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