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문화사랑방, 보나르화방 추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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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문화사랑방, 보나르화방 추억속으로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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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플라자에 매각, 현대극장 터도 일선문고로 주인 바뀌어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성안길 보나르화방은 7·80년대 지역 작가들의 사랑방이었다. 60년대 말 청주 최초의 화방으로 문을 연 보나르화방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시절 지금으로 치자면 지역문화센터 역할까지 맡아왔다는 게 지역 원로들의 전언이다.

보나르화방이 40년 가까운 세월을 접고 최근 청주백화점을 인수한 롯데영플라자에 매각돼, 추억속에 남게 됐다.
보나르화방이 미술용품을 판매하는 ‘가게’의 수준을 넘어 지역 미술학도와 작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 것은 가게 주인 우영씨(72)의 노력 때문이었다.

   
▲ 일선문고에 매각된 엔터식스. 이 자리는 청주극장(영플라자 터)과 함 께 5·60년대까지 유일한 개봉관이었던 현대극장(오른쪽)이 있던 자리다.
우씨는 옛 충청일보 재직시절 문화부장을 지냈을 만큼 문화에 관심이 많았으며 이후 청주문화원장과 충북예총 회장을 역임한 지역문화계의 산증인이다.

우씨가 화방을 열며 청주지역 문화인들의 뒷바라지를 시작했고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아내 김계녀씨가 화방 운영의 잔일을 맡으며 힘을 보탰다는 것.

당시 충청일보에 함께 근무했던 김영회 대한적십자충북지사회장은 “충청일보 문화부를 우영씨가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다. 보나르화방을 지역작가나 문화인들에게 개방하다시피 했으며 서울 등 외지 작가들이 청주를 방문하면 의례히 모임의 장소가 될 정도였다. 부인도 교사 출신이라 문화에 관심이 있던 전국의 교사들의 방문도 잦았으며 화방을 매개로 문화인들의 교류도 활발했다”고 전했다.

박영수 청주문화원장도 “우영씨를 청주 문화계의 대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70년대만 해도 이렇다할 문화공간이 없었는데 우씨가 운영하는 화방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보나르화방이 롯데영플라자에 매각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역 문화인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영씨는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옛날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는 기자에 대해서도 “아내가 운영한 것일 뿐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는 말 뿐이다.

보나르화방 만큼이나 청주 문화의 중심이었던 곳이 바로 옆 옛 청주 현대극장 터다. 이곳은 현재 3층 규모의 엔터식스(ENTER6)라는 의류상점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최근 일선문고 김상규 대표가 매입해 얼굴을 바꾸게 됐다.
현대극장은 1930년대 남문터 인근에서 개관했다가 이후 현재 엔터식스 자리로 이전했으며 5·60년대까지 영플라자 자리에 있던 청주극장과 함께 유일한 개봉관이었다.

   
▲ 7·80년대 지역 문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청주 성안길 보나르화방. 최근 롯데영플라자에 매각됐다.
현대극장은 칼라TV 세대로 접어들며 위상이 약화돼 1992년 당시 진로백화점이 인수, 이코노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백화점 별관으로 사용됐다. 이코노타운에서는 스포츠·레저 웨어와 영캐주얼 의류를 판매했으며 IMF로 (주)진로가 부도나면서 서울 사업가에 매각됐다.

그 뒤 덤프(DUMP)라는 이름의 의류 전문 매장으로 얼굴을 바꿨으며 영업이 여의치 않자 다시 지금의 엔터식스로 또다시 상호를 바꿨다.
엔터식스를 매입한 일선문고 관계자는 “두개 층은 일선문고로 활용하고 1개 층을 임대할 계획이며 현재 영업중인 매장들은 고별세일을 거쳐 3월 중순 모두 철수키로 했다”고 말했다.

엔터식스의 매각은 롯데영플라자 입점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으며 일부 매장은 영플라자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안길번영회 관계자는 “보나르화방이나 현대극장 터 주인이 바뀌는 데에서도 성안길 상권과 지역 분위기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두 건물에 얽힌 이야기는 추억에 묻히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성안길이 새롭게 발전하고 활력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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