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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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생물이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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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표 정치부 차장
   
2004년 3월 대한민국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의결할 때 국회의장으로서 의사봉을 잡았던 한나라당 박관용 상임고문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박 전 국회의장은 1월8일 당 내 ‘중립’을 표명하는 ‘희망모임’의 주최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신년 워크숍에서 주제발표를 맡아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은 어차피 과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인은 아무리 서로 싸우더라도 상대방의 치마를 들춰선 안 된다. 지나친 감정대립으로 가면 분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박 전 의장은 1987년 대선에서 당시 김영삼, 김대중 야당 후보의 분열이나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의원의 경선불복 등을 언급하며 “지금 후보들의 양식을 볼 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각 후보들이 인적·물적 자원, 즉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 가능성은 아직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장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도발적이지만 우리의 정치 과거사를 되짚어볼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선거법 상 당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선에 임박해 우열이 확연히 드러날 경우 누군가 당을 차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한나라당의 경우 중앙당의 장악력 보다는 각 대선 캠프의 활동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정치는 생물이다’ 누가 처음 이말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정치인들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정계를 떠났다가 복귀하면서 이 말을 인용했다.

기자들도 섣부른 예상을 뒤엎는 정치의 변화무쌍함을 지켜보며 이 짧은 명제로 읽기 어려운 정치판을 해석했다.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고건 전 총리가 돌연 대선 불참을 선언한 것을 봐도 ‘정치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물이다’ 고 전 총리가 1월16일 “깊은 고뇌 끝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한 이후로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 전 총리가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만큼 전·현직 당 지도부도 2선으로 후퇴해 완벽한 ‘새 물대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건에게 몰렸던 호남 표심 등이 어떻게 분산될 지도 관심이고 범 여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것도 거슬리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역 정치인들의 줄서기 경쟁이 만만치 않다.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도의원, 시·군의원들도 앞다퉈 특정 후보에 대한지지 의사를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면서 막강한 현역의원들을 공천에서 물리치고 당선된 초선 의원들의 쏠림은 더욱 뚜렷하다.

충북 지사 당내 경선에서 어느 후보를 밀었느냐에 따라 대선 후보 지지세가 양분되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앞에서 끌고 뒤에서밀어주는 식’이다. 정치인이 소신을 가지고 특정인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정치가 생물이라고 판세에 따라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거나 양다리 걸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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