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프로젝트 그룹, 구들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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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프로젝트 그룹, 구들 C&C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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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게릴라 이종현, 문화탐험가 감연희씨의 만남
“아직까지 연봉 200만원이지만, 부실공사는 안한다”
구들장을 데우는데 필요한 것은 적당한 땔감과 공기, 그리고 지속적인 정성이다. 구들 C&C(culture&communication)는 지역의 공공미술프로젝트 그룹이다.

‘구들’이란 이름은 따뜻한 온기를 자랑하는 구들장에서 따왔다.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지역 미술판에, 군불을 지피겠다고 나선 이들은 바로 이종현(40)씨와 감연희(42)씨다. 이들은 스스로를 ‘문화게릴라, 문화탐험가라고 정의한다. 탐험가가 개척하고 떠난 길에 게릴라가 펼치는 활동이라.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웠던 이들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커밍아웃에 나선 셈이다. 공공미술이라는 화두를 들고 말이다.

   
▲ 문화게릴라 이종현(좌)씨와 문화탐험가 감연희씨는 예술의 전당 근처에 구들 C&C 간판을 내걸고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나섰다. 용암동 동사무소 벽화, 고인쇄박물관 벽화등이 이들의 작품이고, 조만간 청주시여성발전센터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 사진=육성준 기자
이둘의 결합은 지난해 7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연희씨가 먼저 예술의 전당 근처에 지하 카페를 리모델링해 구들 C&C 간판을 내걸었고, 뒤늦게 이종현씨가 합류했다.

‘문화게릴라’ 이종현씨는 색다른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0431’를 만든 주인공이다. ‘0431’은 99년부터 2002년까지 이종현씨를 추축으로 사윤택, 박미정, 조대현, 허영 등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뭉쳐 대안공간 모색과 움직이는 미술관, 공장 전시 등 다양한 실험정신을 펼쳤다.

청주대교에 슈퍼맨을 설치하기도 하고, 트럭을 타고 전국 유랑하며 벌인 ‘트럭전’이나 폐허가 된 공장에서 연 공장미술제 ‘눈먼 사랑’, 그리고 재래시장 프로젝트 등 조용한 지역 미술계에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2002년 가구공장 전시 ‘NOT OUT’를 끝으로 발전적인 해체를 했다. 작가들은 뿔뿔이 제 갈길을 갔다.

이씨는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모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도전정신이 강했다고 할까요. 사실 졸업하면서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여러작가들의 작업을 전시·기획하는데 흥미를 느꼈어요. 그동안 고정된 것보다 항상 변화가 가능한 것들을 쫓아다녔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공공미술 외국 미술사에 ‘젼불과
그가 또다시 꺼낸 공공미술, 세월이 지난만큼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공공미술은 아직까지 외국 미술사에서 하나의 점 밖에 안될 만큼 학문적인 체계와 연구들이 미진한 상태입니다. 공공미술의 정의 또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제가 현재까지 일을 진행하면서 내린 결론은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죠.”

이씨는 “예전에 재래시장 프로젝트를 하면서 설문을 돌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51%가 찬성한다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들 C&C의 51%률은 좀더 다채로운 의미를 띠고 있다.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비율, 상업과 비상업적인 비율, 참여와 비참여의 비율 등등.

한편 감연희씨는 ‘문화탐험갗라는 닉네임답게 굴곡진 길(?)을 걸어왔다. 충남대 물리학과 86학번인 그는 대학 연극반 출신으로 졸업 후 대전극단에서 연극연출로 자리를 잡는다. 시민극장에서도 활동한 그는 우리 지역 최초의 뮤지컬 작품에서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이후 결혼과 함께 연극을 그만두고 리포터, 구성작가로도 활동하다가 퍼포머로 또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아홉용머리 대청호 환경미술제에 3회동안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퍼포먼스에 빠졌죠. 연극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방향이 전환됐어요.”

그는 몸에서 줄을 꺼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한 이 작품으로 99년에는 일본 니파프(Niffe)에 퍼포머로 초대되기도 했다는 것. 그후에도 감씨의 탐험은 끊이지 않았는데 2000년도부터 약 5년간 김만수씨가 운영하는 가 갤러리의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술공부에 매달렸다.

그리고 문화탐험가의 문화읽기 마지막 종착역으로 그림을 택했다. 그는 “갤러리에 있으면서 벽에 거는 그림이 아니라 바깥으로 나가는 그림을 하고 싶었어요. 퍼포먼스와 방송이 내가 매개자가 돼 다른사람에게 정보와 문화를 전달했다면 그림을 하면서는 스스로 주인이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공공미술은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라고 말했다.

   
▲ 구들 C&C가 최근 작업한 고인쇄 박물관 금당 계단 벽화


청주 재발견 프로젝트 ‘스타트’
구들 C&C씨는 용암동 외부 벽화를 시작으로, 용암동 제1동사무소 내부설치, 하이닉스 사원의 밤 행사때 어린이 문화 체험행사, 단재 신채호 추모기념 행사 외부 설치, 고인쇄 박물관 금당 계단 벽화등을 차례로 마쳤다. 그리고 올 2월부터는 청주시여성발전센터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간다. 대형작품 4개와 조형물등을 설치할 예정이고, 또한 구들 C&C 답게 소통을 꿈꾸는 ‘오픈마켓’을 준비중이다. 오픈마켓은 벽면에 30개의 박스를 설치해 놓고, 30명의 예비작가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구들 C&C는 “30개의 가게와 가게 주인이 생기게 됩니다. 여성발전센터는 다양한 강좌프로그램을 통해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탄생되잖아요. 이러한 장점을 살려 가게를 운영하며 손수 만든 물건을 팔고, 관객과 만나고, 또 재료비도 벌고 일석삼조겠죠”라고 설명했다. 또한 로비에는 이종현씨가 만든 ‘디자인 가구’들이 배치된다고.

이외에도 구들 C&C는 청주 재발견 프로젝트를 4월중 계획하고 있다. 먼저 청주시 모충동 서원대 북문 앞 계단을 디자인하겠다는 것. 어쩌면 버스정류장이나 무심천 변, 또는 어느 뒷 골목의 계단 등 구들 C&C의 눈에 꽂힌 ‘공공의’ 공간들은 모두 이들의 작업공간이 돼버린다. 이씨는 “공공미술은 특히 부실공사하면 두고 두고 욕먹잖아요. 누가봐도 기억속에 남는 것을 만들어야 하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공공미술 하면서 3년 정도는 꾸준히 보여주자고 합의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감씨는 “아직 일거리가 많이 없어서 둘다 연봉 200만원밖에 안돼요”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미 예술품을 수집·전시하는 것에서 건물자체에 예술의 옷을 입히는 작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감씨는 “내가 잘 아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통해 환원해야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지만, 무료봉사는 사양합니다. 적어도 재료비는 꼭 남기면서 일하려고요. 그래서 사업적인 마인드가 필요하고, 작가의 입장만을 주장할 수도 없으니까 진화속도는 더 느려질지 몰라요. 하지만 구들장 뎁히는데 오래 걸려도 그 온기는 오래 가잖아요.”

감씨는 인터뷰 내내 공단으로 자신의 작품 ‘다면체 인간’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다음달 초 23회 사라예보 미술제에 초청받았는데 아직 작업량이 부족해서 마음이 급하다는 것. 이씨도 올해안에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탐험가는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부담감도 적고, 그만큼 운신의 폭도 자유롭다. 또한 게릴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화무쌍함이 미덕이다. 이둘의 결합, 어떤 파장을 낳을까. 지금, 구들장의 온도는 몇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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