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여성회관 확장계획 좌절되자 여성계 '불만'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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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여성회관 확장계획 좌절되자 여성계 '불만' 팽배
  • 충청리뷰
  • 승인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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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전 국정원 자리 리모델링 하고 여성발전센터로 확대개편 계획
시의회 사회경제위원회에서 부결, “건물 노후로 보수 부적합” 주장

협소하기 짝이 없는 청주시 여성회관이 넓은 공간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좌절돼 여성계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청주시의회 사회경제위원회(위원장 김영근 의원)는 공유재산관리심의 과정에서 청주시가 올린 여성회관 이전계획을 부결시켰다. 시에서는 청주시 사직2동의 전 국정원 자리를 리모델링하여 여성회관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청주시 관계자의 말이다. “1단계로 국정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무실과 일부교육실로 쓰고 2단계로 부근의 1000평에 새 건물을 신축, 강당과 교육실, 문화체육공간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미 부지매입비는 확보가 된 상태고 앞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50억원이 필요한데 한명숙 전 여성부장관이 청주를 방문했을 때 국비 25억 지원을 확답한 바 있다. 장관이 바뀌었어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 국정원 자리가 교통이 좋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여건이 돼 많은 사람들이 이전을 환영했으나 의회 상임위에서 4대 4 동수로 부결돼 아쉽다는 그는 부결이유에 대해 “의원들과 협의가 잘 안됐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오는 17∼20일에 열리는 임시회에 다시 수정안을 올려 심의 받을 계획이고 현재 의원들과 이 문제를 상의중이라고 덧붙여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곁방살이하고 있는 여성회관

일부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그 좋은 땅을 왜 여성들에게 주느냐”고 했다는 소문이 항간에 퍼져 여성계 인사들이 발끈했으나, 김영근 사회경제 위원장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 건물을 여성이 쓴다, 남성이 쓴다를 떠나서 그곳은 지난 72년 지어 너무 노후돼 있다. 그런 곳을 시에서는 5억원 들여 리모델링 한다는 것인데, 의원들 사이에 이렇게 하기에는 너무 낡아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고 1800평인 국정원 자리로 여성회관이 이전하려면 좁을 것이다. 바로 옆의 박씨 종중산을 매입하면 넓게 쓸 수 있지만 종중산을 팔겠는가. 또 의원들이 여성회관을 이전하고 나면 그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을 청주시에 물었지만 답변이 미진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결된 것으로 본다”며 다시 수정안이 올라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청주시 여성회관은 지난 2000년 부녀아동상담소를 폐지하면서 용암동에 설치됐다. 그러나 청주시민방위교육회관에서 ‘곁방살이’를 하고 있는 관계로 이 건물 1층 268평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2층은 민방위교육장이어서 개강식이나 발표회 같은 대규모 행사시에만 빌려 쓰고 있는 형편이다. 부속실 한 개가 없고 보육실이 없어 강의 들으러 오는 주부들은 아이를 교실까지 데리고 들어가 수업에 방해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소회의실을 포함해 교육실이 4개에 불과, 한 교육실에서 5∼6개의 과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강생 모씨는 “교실 한 군데에서 여러 과목을 하다보니 의자 배열을 수시로 바꿔야 한다. 외국어 교육실에 랩 시설은 고사하고 아무 것도 설치돼 있지 않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이 몰리면 화장실과 주차난도 심각하고 현재 수업도 오전, 오후, 야간으로 나눠서 하고 있다. 서양화교실은 지하 주차장 한 쪽을 막아 만들었고 책을 꽂아놓은 서가가 복도 끝에 있으며 어디 한 군데 앉아 쉴 곳이 없다”고 불평했다.

여성단체, 장소없어 전전긍긍

따라서 시에서는 시 여성회관을 국정원 자리로 옮기면서 충북도 여성회관과 차별화해 여성발전센터로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었고 한 대수 시장도 이를 공약한 바 있다. 현재 이 곳에서는 외국어 회화, 간병인 양성, 육아도우미, 공예, 댄스스포츠, 아버지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수강료가 월 1만원 밖에 안되고 프로그램이 다양해 수강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회관이 이런 사회교육 기능 외에도 공연, 전시, 토론회, 세미나 등 종합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게 일고 있다.
청주시내에는 여성활동인구가 20여만명이나 되고 여성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행사, 세미나, 토론회들이 줄을 잇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어 여기저기 옮겨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청주시 여성발전센터가 이런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도내 12개 여성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충북여성한울림’ 행사도 장소를 물색하다 원불교충북교구에서 치르고 말았다. 이 행사는 해마다 많은 여성들이 참석해 기념식과 공연, 결의문 낭독 등을 진행하지만 적당한 장소가 없어 성공회 문화센터, 청주시 상당구청 강당 등을 전전해 왔다.
그리고 매년 7월 1주일 동안 열리는 여성주간 때도 행사별로 흩어지는 바람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홍보가 되지 않고 있다. 여성의 지위향상과 의식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여성주간에도 각종 공연과 전시, 토론회, 영화상영, 시상식 등이 거행되지만 역시 이를 한군데서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단체별로 각기 열리고 있어 참석자들로부터 불만을 사왔다.
변지숙 충북여성민우회 대표는 “대전광역시에 있는 여성회관을 가보면 우리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속에서 사는지 알 수 있다. 청주시 여성회관의 시설은 전국에서 가장 뒤쳐지는 수준이다. 그래서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쓰겠다는 데 의원들이 반대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혹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지 묻고 싶다. 앞으로는 여성시대가 개막돼 시대적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자치단체는 이런 역할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익명을 요구하는 모씨는 “이제까지 시 여성회관의 기능은 여성들이 원하는 최소한도만 수용해 왔다. 앞으로 이렇게 하다가는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만다. 일부 사람들이 여성회관이 그렇게 커야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하지만 여성들의 종합문화센터 기능을 하려면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장소 이전과 여성발전센터로의 확대 개편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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