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살인사건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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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금 살인사건의 현장
  • 충청리뷰
  • 승인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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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위원 참여한 노조위원장,조합원 총회요구 기피
인근 철물점서 흉기 구입, 순식간에 휘둘러

사건 전날인 지난달 24일 청주 S택시 조합원들은 조합총회를 갖고 대폭적인 사납금 인상에 합의한 노조위원장 김모씨(47)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김위원장은 총회개최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고 노조원들을 피해다녔다는 것. 사건 당일에도 회사 강당에서 오전 10시 임시총회를 열기로 했으나 김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분을 삭이지 못한 조합원 10여명은 김위원장 집으로 찾아갔으나 헛걸음 했고 곧장 부인이 운영하는 봉명동 ㅇ기사식당으로 몰려갔다.
식당에 진을 친 조합원들은 휴대폰을 통해 김위원장을 불러냈고 사납금 인상과 노사 합의과정에 대한 설전을 벌였다. 결국 노조위원장 사퇴요구가 불거졌고 김위원장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이때 피의자 정모씨(42)가 식당밖으로 나와 맞은편 철물점에서 부엌용 칼과 면장갑을 구입, 점퍼속에 감춘채 다시 식당으로 들어섰다. 자리로 돌아온 정씨는 김위원장에게 다가가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너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으니 법대로 하라’고 버텼고 순간 흥분한 정씨는 칼을 빼들었다. 정씨의 칼은 동석자들이 말릴 겨를도 없이 김위원장의 목을 향했다.
‘너같은 ㅇ은 죽어야 한다’며 순식간에 김위원장을 찌른 정씨의 행동에 놀란 조합원들과 김모씨(전 조합장·46)는 정씨를 붙잡고 말렸다. 하지만 이를 뿌리친 정씨는 ‘너도 똑같은 ㅇ’이라며 전 조합장 김씨의 팔과 가슴에 칼을 휘둘렀다. 조합원들이 칼을 빼앗자 정씨는 식탁을 내던지는등 식당 내부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봉명파출소 관계자는 “피해자 2명은 119구급차로 병원에 후송한 상태였고 피의자 정씨는 자판기 옆에 앉아 있었다. 식당바닥에 피가 흥건했고 유리창은 모두 부서진채 난장판이었다. 피의자도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앉은 채로 뭐라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를 크게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으로 후송된 김위원장은 이미 절명한 상태였고 전 조합장 김씨는 현재까지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범행사실을 순순히 시인한 정씨는 “전 노조원을 대신해 내가 희생한 것이다. 나를 포함해 택시운전자들이 극한 어려움에 처한 지금 위원장마저 배신해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 박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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