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불쌍한 택시기사, 내가 총대를 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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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불쌍한 택시기사, 내가 총대를 멨습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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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S교통 노조위원장 피살사건, 사납금 인상이 원인

지난달 25일 청주시 봉명동 기사식당에서 S택시 노조위원장이 조합원의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범으로 체포된 조합원은 취재기자에게 ‘택시기사들이 얼마나 불쌍한 지 아십니까? 제가 총대를 메고 그랬습니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전국택시노동조합 충북본부(본부장 이무양·이하 충북본부)가 충북택시운송사업조합측과 체결한 임금협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대신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었다.
문제의 임금협상에 노측 교섭위원으로 참석했던 S택시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총회소집 요구를 거부하다가 끝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동료간에 살인극이 벌어질 정도로 현재 법인택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심각하다. 법으로 정한 전액관리제는 정착되지 않은채 변형된 사납금제가 그대로 묵인되고 있다. 여기에 전례없는 사납금 인상안을 담은 임금협정이 체결되자 택시기사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번 택시사납금 살인사건을 통해 법인택시의 갖가지 문제점을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2월 2003년 임금협정을 체결한 전택충북본부 산하 청주지역 회사는 모두 10개사다. 공동 임금교섭위원으로는 노측 4명(본부장 이무양, 락원택시 김윤태, 삼우교통 김병은, 동양택시 김해선)과 사측 4명(신승교통, 중원택시, 삼우교통, 원운수)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해 지난 1월말 최종 체결때까지 8차례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 최종 타결된 단체임금 혐정서에 따르면 사납금은 1일 2교대 1만1000원, 종일 탑승은 2만2000원씩 인상됐다. 또한 회사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했던 가스비도 2교대 택시는 1일 63리터, 종일 탑승은 45리터를 초과할 시 운전기사가 비용부담을 하도록 바꿨다.
이에대해 법인택시 기사들은 “자가용 증가와 청주시·청원구역 통합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마당에 오히려 사납금을 대폭 인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달평균 30만원가량 실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스비의 경우에도 2교대는 80리터, 종일 탑승은 50리터 정도 쓰기 때문에 한달에 8만원이상 본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이런 조건으로 배겨날 택시기사가 몇이나 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택연맹, ‘재교섭 하라’ 지시
하지만 택시운송사업조합측은 “지난해 4월 택시요금이 18%인상됐으나 그동안 사납금에 반영하지 못했다. 가스비도 2년 사이에 2배가량 인상됐고 차량 구입비, 보험료 인상을 감안, 노측 교섭위원들과 8차례의 협상을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1년 반동안 달라진 영업환경을 감안하면 적절한 인상폭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 권오만)은 조합장 살해사건이 발생하는등 조합원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달 27일 충북본부가 체결한 임금협정에 대해 시행을 유보토록 조치했다. 전국택시노조는 공고문에서 ‘임금협정이 소속 조합원의 근로조건 저하의 소지가 있음은 물론, 동 임금협정이 정액 사납금인지 전액관리제 임금협정인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여 그 시행을 유보토록 하고 즉시 새로운 임금협정 체결을 위한 재교섭에 임하도록 지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교섭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종전의 임금협정을 준수’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결국 중앙 산별노조측에서 충북본부의 임금협정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재교섭에 임하도록 지시했으나 이무양본부장을 비롯한 4명의 교섭위원들은 택시운송사업조합측에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충북본부측은 교섭위원들의 연락번호조차 알려주지 않는등 임금협상 과정에 대한 언론의 취재를 기피하고 있다. 심지어 이본부장은 취재기자와 전화통화를 일방적으로 끊는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취재기자는 노측 교섭위원과 접촉이 여의치않아 전택충북본부 소속 노조위원장을 통해 임금협상 과정을 간접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교섭진행 공개미흡, 불신키워
우선 노측 교섭위원 4명 가운데 2명은 10명의 소속 사업장 노조위원장들의 투표로 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무양 본부장은 당연직으로, 피살된 S교통 김위원장은 차량대수가 많다는 이유로 자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에는 본인이 자청하거나 본부장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교섭위원 전원을 선정했으나 올해는 소장 노조위원장들의 요구로 나머지 2명은 투표로 결정했다는 것. 지난 2001년도엔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각각 5명이었으나 올해는 4명으로 한 명씩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무양본부장의 경우 지난 95년 취임이후 3선에 성공, 9년째 전택본부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미 4년전에 개인택시 면허발급 기준이 충족된 이본부장이 면허를 받지않고 노조상근자로 활동하는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본부장은 청주 이외지역의 소속 사업장 노조위원장들의 지지기반을 통해 3선 고지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 임금교섭 진행이 철저하게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교섭위원이 아닌 소속 노조위원장들은 교섭장소도 모르고 최종 타결안에 대한 사전보고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A택시 노조위원장은 “전택노조의 경우 교섭위원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면 간섭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라고 했다. 어떤 장소

에서 교섭을 하는지도 몰랐고 최종 타결안도 서명한 다음날 모임에서 보고받았다. 사실상 최종 타결 3일전에 소속 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름대로 마지노선을 얘기했었다. 2교대의 경우 사납금 7000원 인상선에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 대세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만1000원 인상에 합의했고, 그래서 결과 보고하는 자리에서 다른 위원장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말했다.

본부장, 개인택시 거부한 이유는?
결국 교섭위원들은 ‘각 사업장별로 사장과 협의해 재조정하자’며 다른 소속 위원장들을 설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삼보교통은 2월말 노조 임시총회에서 조합장 불신임안을 가결하고 민주노총으로 조직전환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장 피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S교통도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 불신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총회소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90년대말 택시회사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J씨는 “교섭위원이 소수이다보니 임금협상 타결후에는 매번 의혹이 제기됐다. 교섭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타결안에 대해 조합원 총회 사전보고등의 형식을 취해야 하는데 교섭위원들에게 전권위임하다보니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지난 80년말 청주 택시노동자 장기파업 사태 때부터 사업주들이 비공식적인 공동경비를 모은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시 청주에서 택시운송사업조합 비용을 많이 쓰다보니 다른 지역 사업주들이 반발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노사간에 조건이 안맞으면 차라리 노동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면 될 일인데, 직권을 내세워 도장 딱 찍어주고 회사에 나타나지도 않으면 조합원들은 속끓이다가 얼마간 지나면 사그러들고 만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사측 교섭위원으로 참여했던 B교통 K대표는 “요금, 가스비 등 모든 인상요인을 감안해 당초 4만원선(2교대 차량)에서 부터 협상이 시작됐다. 결국 6차 협상 때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사측에서 직권중재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먼저 일어섰다. 그러니까, 다음날 다시 얘기하자는 연락이 와서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인상요인이 뚜렷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재로 가면 노조에서 불리했고 그러다보니 협상재개를 요청해 온 것이다. 사측에서 교섭위원을 매수했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고, 실제로 사업주들 간에 그런 음성적인 돈을 모았다가는 벌써 탄로가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택시노동조합 충북본부(직무대행 진승두)는 S교통 노조위원장 살인사건과 관련, 전액관리제 실시와 임금협상 매수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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