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고] 강금실장관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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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고] 강금실장관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 충청리뷰
  • 승인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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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안의 화제는 강금실 법무부장관이다. 노 대통령은 강장관을 임명하면서 국민앞에 나와 “법무부는 변화가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강장관을 선택했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를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본 노 대통령은 무수한 반대를 예견하고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왜 이 시점에 장관으로 발탁됐는가를 알 수 있다. 판사로 임명됐던 강장관은 그 서슬퍼렇던 5공화국 시절에도 불법시위 혐의로 검거돼 즉심에 회부된 운동권 학생들의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고, 93년 ‘사법파동’ 때는 ‘평판사회의’ 설립을 주도하며 당시 대법원장에게 사법개혁 건의서를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강장관도 대중들에게 비쳐지는 것은 ‘여자 강금실’이다.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할 때는 여자가 아니라 개혁전도사 였지만, 대중들의 호기심은 ‘젊은 여성’에게 가있다. 강장관이 처음 국민들 앞에 등장했을 때 언론은 앞다퉈 반대 목소리를 전했다. 모두 다 반대한 것이 아님에도 마치 법무부 전체가 ‘집단 충격’에 빠진 양 여론을 몰고 가며 ‘충격, 당혹, 난감’ 등의 단어를 썼다. 그래서 과거에 강장관이 무슨 일을 했고, 그의 소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른 장관들이 업적으로 평가될 때 그는 젊고, 이혼을 했고, 더욱이 여자라는 것으로 흥미를 돋궜다.
“새파란 여자가 법무부장관이라니 나라가 어떻게 가는 거야?” “큰 오빠뻘 되는 검찰 간부들이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겠어. 자존심 상해서…”. “저 여자 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 것 좀 봐”. 이와 유사한 말들이 가는 곳마다 들렸다. 식당이고, 술집이고 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강장관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대부분의 주제 또한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불발로 끝난 장상씨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당시 여성계도 장씨가 아무리 여성이라해도 이중국적 등 개인적인 결격사유 때문에 드러내놓고 지지하지 못했지만, 이번 강장관은 결격사유가 없다. 때문에 여성들의 지지도 명분이 선다.
강장관이 어떤 조직보다 보수적이고 연공서열이 확고한 법무부에 들어가 개혁의 칼날을 휘두를 때 여성들의 위상은 올라 갈 것이다. 취임하면서 호주제를 폐지하겠다고 당당히 밝힌 그가 ‘남성이 여성의 주인’으로 돼있는 호주제를 없애고 성평등 세상을 만든다면 여성들은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할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이미 전여성계를 대표해 구태와 성차별과 비합리적인 인식에 맞서 싸우는 그에게 대부분의 여성들은 박수를 보낸다.
황산성, 손숙씨 등이 장관에 임명됐을 때도 표피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으로 무수한 사람들에게 매도됐다. 하나의 인격으로 대우받는 것이 아니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마위에 올라 장관직에서 결국 중도하차하는 수모를 겪은 그들은 물러난 뒤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꺼렸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도 강금실 장관은 무수한 남성과 보수 기득권층의 비아냥을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 선배 장관에 이어 또 다시 시험대에 선 그가 개혁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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