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지사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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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지사의 ‘이중생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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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행정가, 밤엔 정치인 팔색조 변신
입당 시부터 ‘대선 기여’ 공언… 현실화
   
▲ 정우택 지사가 바쁘다. 도정도 도정이지만 지방선거 당시부터 ‘대통령 선거에서의 기여’를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 사진=육성준 기자
정우택 충북지사의 ‘이중생활’이 정·관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선 4기 충북도정의 수장인 정우택 지사가 이전까지의 행정가 출신 도백들과는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지사의 이중생활을 풀어 말하자면 ‘낮에는 행정가, 밤에는 정치인’으로 팔색조 변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5대에 이어 16대 국회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정 지사가 중부권 대권주자를 자임하고 나섰을 정도로 정치색이 강한 것에 근본적으로 기인하고 있다. 여기에서 멈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지사 역할에만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8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 때문이다.

2005년 9월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 지사는 ‘이원종’이라는 강력한 당내 라이벌과 결승전 같은 예선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정 지사가 들고나온 것이 ‘박근혜 낙점론’이었다. 정 지사는 당시 박근혜 대표가 ‘독대를 통해 자신을 영입 대상 1순위로 못박았다’고 주장하며 줄기차게 이원종 밀어내기를 시도했고 결국 이 전 지사의 출마포기에 힘입어 압도적인 당내 지지를 등에 업고 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정 지사는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한 중앙당의 관심은 2년 뒤 대선에 집중돼 있고, 도지사 한 두 자리를 잃더라도 정치경험이 있는 지사를 원하고 있다”며 대선 정국에서 자신이 킹메이커로 나설 것임을 예고했었다.

이처럼 행정과 정치활동을 병행해야 하다 보니 정 지사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정 지사의 측근은 “정우택 지사가 공식 일정이 마무리된 뒤에도 보통 밤 11시까지는 나름대로 활동을 벌이다 귀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기를 도와준 사람은 빠짐없이 만날 정도로 정치적 색깔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지지는 정 지사만의 상황 읽기
그런데 정 지사의 킹메이커 역할은 박근혜 전 대표 쪽에게 편향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 지사는 2006년 12월 박근혜 전 대표가 옥천을 방문했을 때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옥천까지 내려가는 등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를 향해 사실상 ‘커밍아웃’을 한 상태다.

이같은 정 지사의 편향은 입당 시부터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해온 박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도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선 정국을 읽는 정 지사 나름의 상황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왕 줄을 설 바에야 상대가 원할 때 확실히 편을 들어주는 것이 추후 ‘논공행상’에서도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 지사의 한 측근은 “정우택 지사가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부터 박 전 대표를 언급하며 선거전략에 활용한 측면은 있지만 박 전 대표에게 올인할 만큼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은 많지 않다”며 “모르긴 몰라도 박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더 높이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측근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지 못한 것도 결국 후보검증에 실패한 데서 비롯됐다”며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군대 문제, 지난 선거 문제, 기업인 시절의 문제 등 쉽게 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서실도 행정과 정치로 양분
이처럼 낮에는 행정가로 밤에는 정치인으로 뛰는 정 지사를 보좌하려다 보니 비서실 조직도 사실상 이원화돼 움직이고 있다. 도지사 비서실의 구성원은 비서실장, 운전기사를 포함해 모두 8명인데, 정 지사는 이 가운데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권우중 사무국장을 별정 5급 비서관, 유경선 수행비서를 별정 6급 비서요원, 송소위씨를 별정 9급 비서요원으로 채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지사의 대외활동 일정은 수행비서 등 극히 일부에게만 알려지고 있다. 퇴근 후에는 관용차를 물리고 수행비서가 운전을 하거나 자가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유경선 수행비서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 지사의 복심(腹心)을 읽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유 비서는 정 지사가 16대 국회에서 활동하던 2000년 10월 비서관으로 채용됐는데,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도 “제가 끝까지 모시겠다”며 유일하게 정 지사를 따랐고 홍곡과학문화재단을 거쳐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도 공무원 K씨는 “공무원들은 지사의 대외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데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공무원 출신 비서진들과 선거캠프 출신 비서진들의 역할이 엄격히 분담돼 있다는 것이다.또 주말이나 휴일은 대부분 가족이 있는 서울시 서초동 아파트에서 보내는데, 상경 시에는 직접 운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도 정치력으로 푸는 정 지사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취임 9개월을 맞고 있는 정우택 지사의 업무력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50대 중반의 정치인 지사’ 캐릭터로 인해 취임 초반에는 공직사회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파격이나 충격요법보다는 안정을 기조로 도정을 이끌어왔다.

복지여성국장 인사 등을 둘러싼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지만 당초 우려를 불러모았던 노화욱 정무부지사 임명은 증설되는 하이닉스 공장 유치로 합격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일련의 과정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정 지사가 지역 현안 등 행정을 둘러싼 여러 가지 난제도 정치력으로 푸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도내 한 정계인사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 등과 관련해 국회의원들과 충북도가 서로 자신들의 공을 내세우지만 정 지사가 나름대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며 “경제기획원에 근무한 경험과 재선 의원, 장관 경력 등 요소요소 길을 아니까 가능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충북도 공무원 S씨도 “충북도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 예산 2조원 시대를 열고, 임기 초반에 크고 작은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지사의 정치력을 충분히 보여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정 지사는 서울에서의 개인 일정 가운데 상당 부분을 ‘골프정캄에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지사는 2006년 7월 진천 모 골프장에서 지역의 기업인들과 골프모임을 갖는가 하면 최근에도 의료인들과 제주도를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지역사회에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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