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만 늘어가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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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만 늘어가는 서민들
  • 충청리뷰
  • 승인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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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불황탈출 초비상, 전쟁과 괴질로 여행업계 ‘죽을 맛’
소비행위는 양극화 두드러져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경제를 떠받쳐 왔던 수출마저 급속히 둔화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장기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 하강국면이 뚜렷이 조성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잇따라 인상된데 이어 시내버스 요금 등 공공서비스 부문과 개인 서비스 요금까지 올라 서민들의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택시·유통업계 비상
“요즘엔 사납금 채우기도 힘듭니다. 근래들어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빈차로 돌아 다니는 시간이 많다보니 기름만 축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25일 청주 시내에서 만난 40대쯤 되어 보이는 택시기사는 “작년만 해도 하루 10만원대의 수입이 보장됐지만 요즘엔 그 3분의1도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경제가 다시 불안해 지면서 소비자들이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거나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불황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다는 백화점 의류매장이나 패션몰 등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봄이 되면서 불황극복을 기대했던 상가나 식당들도 요즘 울상이다.
의류매장 관계자는 “손님도 거의 없고 가끔씩 오시는 손님도 가격표만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5년전 외환위기때 선보연던 파격적인 마케팅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 대형상가에서는 실제로 할인코너가 등장하고 있고 고객을 잡기위한 각종 이색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전일 상품코너’를 마련, 전일 팔다남은 각종 채소와 청과를 30%이상 싸게팔고 있고, 1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할인권까지 나눠주고 있다.
한편 이마트 청주점은 최근 매장개편을 전면단행, 봄맞이 준비를 마쳤고, LG마트도 1층 잡화매장에서 지하 식품매장으로 이어지는 입구를 새로 단장하고, 식품매장을 개·보수 하는 등 매출현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황은 고급식당가나 커피숍 등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전엔 봄이 다가오는 이맘때쯤 손님으로 붐볐지만 씀씀이가 줄면서 손님들 발길이 현저히 줄었다.
청주 무심천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L모씨는 “날씨가 풀리면서 손님들이 늘긴 했지만 예년에 비해 테이블이 반도 차지 않는다. 종업원 월급 등 운영비를 빼고나면 월세 내기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장사가 안돼 주위에도 내놓은 가게가 몇 있다. 겨울에 장사가 안돼 신용카드 대출을 받았는데 장사가 호전되지 않아 막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운천동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전쟁과 돼지 콜레라가 한꺼번에 겹쳐 식당을 찾는 손님이 턱없이 줄었다”며 “이번달에는 가게 월세도 내지 못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손님은 없고 자금은 달리고
여행사들도 요즈음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너도 나도 해외로 나가던 여행객들이 미-이라크 전쟁 등의 여파로 돌연 여행계획을 취소하는가 하면 중국과 동남아에서 발생한 괴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결혼시즌을 맞아 동남아 지역 `허니문 고객’을 기대했던 중소 여행사들은 오히려 회사의 경영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트윈스 항공여행사 정성권(31)대표는 “이라크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있던 여행사들이 불똥을 맞고있다”며 “예약률이 20%정도 감소했을뿐 아니라 취소건수도 잇따르고 있다. 괴질과 이라크전 악재가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서민들 시름속 일부 ‘흥청망청’
물가불안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기름값 폭등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에 관계당국은 일부 업소의 옥외조명을 제한해 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와 물가에 대한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유흥업소 등은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지난 25일 청주 하복대의 유흥가는 업소마다 3∼4개의 대형 네온싸인과 모텔 옥상의 대형간판을 내걸고 성업중이며 업소 내에서도 화려한 실내조명으로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경제불황이나 전쟁 여파’에 대한 일반의 우려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용암동 지역이나 충대 중문도 마찬가지 였다. 개강 시즌을 맞아 각종 회식이 밤늦도록 벌어지고 대낮처럼 밝은 업소 앞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K나이트클럽 관계자는 “손님은 좀 줄었지만 최근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았다”며 “고급 위스키 소비도 평상시와 다름없다”고 귀띔했다.
시민 김모씨(36)는 “이미 관공서에서는 차량 강제 10부제를 시행하고 있고 주유소등 업소의 옥외조명사용 제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며 “또 실업률이 날로 높아지고 서민경제가 어려운때에 일부에서는 달러와 금 등을 사재기 하는 행태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터뷰
벤츠사 대전 영업부 이재길 대리

“작년대비 180% 예상”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고급 위스키의 매출이 줄지 않는가운데 고급 외제승용차는 역시 매출이 늘고있는 실정이다. 대전과 충·남북에서 벤츠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길 대리(31)를 만나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작년대비 매출실적은.
작년에 지점에서 나간 차량은 모두 80여대였다. 올해는 이보다 170∼180%늘어난 120대를 목표로 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22대를 팔았으나 올해는 30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올해의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들어 현재까지 모두 9대를 팔았다. 충북지역에만 4대가 나가있는 상태다.

- 경제침체에 영향은 받지 않나.
주 고객계층이 대부분 경제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금 회전력 등으로 경제에 따른 파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매출 전망 또한 좋은 편이다. 특히 충북지역은 올해 기대예상고객이 많은 지역으로 선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예전만 해도 보수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남의 눈을 의식해 구입을 꺼렸는데 요즘에는 이 또한 많이 사라졌다. 부득이한 경우 구입을 해 부인 등 가족들이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 국내 대형차가 속속 등장하는데.
안전성에서의 차이를 고객들이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국내 대형차를 구매하려다 다시 오시는 고객이 늘고 있다. 요즘에는 디자인을 고려해 외제차와 외형이 비슷한 복합된 모양의 차가 나오는 등 수입차시장을 겨냥하지만 결국 외제차의 구매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타 사의 경우는 어떤가.
다른 외제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타 회사도 경제난과는 상관없이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입차 판매량은 경제난과 큰 관련이 없다.
/ 박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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