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보사업 ‘물이 혼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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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보사업 ‘물이 혼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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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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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무심천 수중보 2개 설치 계획, 환경단체 자연하천 역행 주장
계약업체, 일괄발주·공사비 과다 의혹, 한대수 시장이 고문 맡기도

무심천 수중보 설치를 둘러싸고 자연하천 보존을 주장하는 시민환경단체와 하천경관 개선을 염두에 둔 청주시가 오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수중보 시설업체까지 나서 시민환경단체에 형사고발·손배소송 청구 예정 통보서를 보내는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무심천 수중보 설치의 문제점과 청주시 계약과정의 의혹사안에 대해 정리해 본다.
청주시는 지난 2001년 1월 무심천의 자연형 하천복원 및 생태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무심천 공원화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청주환경운동연합에 실시설계를 위한 자문을 의뢰했다. 시는 14개 문항을 제시해 관련 공법, 자재, 정비방안 등에 대해 개괄적인 의견을 물었다. 시는 같은 해 8월 무심천 공원화사업 실시설계을 제시했고 이에대한 청주환경운동연합(이하 청주환경련)의 의견서가 제출됐다. 당시 청주환경련은 ▲수중보 건설 삭제 ▲콘크리트 구조물 제거 ▲불필요한 인공호안 제거 ▲자연정화시설 시범사업 실시 ▲무심천종합계획 수립 등 5개항을 제기했다.
이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시는 무심천 하상 주차장 부분 철거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중보 설치에 대해서는 시와 청주환경련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시는 무심천이 평상시 건천화됐기 때문에 물을 가두고 수변 자연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하단부 배출 수중보를 설치하면 퇴적물 적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가 공개적으로 내세우지 못한 수중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심천 대교 아래에 물을 담수해 분수대를 상시 활용하는등 경관을 향상시킨다는 것이었다.
이에대해 청주환경련은 “하단배출부 형식의 수중보에는 퇴적물이 쌓이지 않고 하류로 떠내려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일단 보가 설치되면 상류부분은 완만한 유속 때문에 퇴적물이 쌓이게 마련이다. 배출부 부분의 5∼10m를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상류에는 퇴적물이 쌓인다고 본다. 따라서 녹조현상에 의한 물고기 집단폐사 위험이 있고 실제로 경남 진주시내를 통과하는 2급수 남강에 수중보를 건설한 뒤 녹조가 발생해 물고기 폐사, 악취가 발생하는등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수중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질 경우 수질오염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었다.
이같은 논쟁속에 시는 무심천 수중보를 밀어부쳐 당초 6개소(11억원)를 설치하려 계획했으나 최종적으로 영운동 취수장 수중보 교체와 롤러스케이트장 옆 수중보 신설안을 확정했다. 문제는 사실상 2개 업체에 나눠 분리발주를 하면서 실제 계약은 단일업체와 체결했다는 점이다. 영운동 취수장 수중보는 ㄴ엔지니어링의 무동력 설계를 채택했고 롤러스케이트장 수중보는 ㅁ테크의 유압식 자동화 공법을 선정했다. 두 업체는 청주에 소재한 수중보 설비 전문업체로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회사였다. 동일업종에서 치열한 내부경쟁을 벌이는 입장이었고 청주 무심천 수중보 설치도 하나씩 맡아서 하는 것으로 갈무리됐다는 것.
하지만 두 회사는 최근 특허권 분쟁으로 앙숙관계로 돌아섰고 무심천 수중보 설치사업에 대해서도 서로 입장이 갈라서고 말았다. ㄴ엔지니어링은 영운동 취수장 수중보 설계도면 제출을 거부한채 롤러스케이트장 수중보 설치의 부적합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ㄴ엔지니어링측은 “지난해 10월 서로간의 특허시비를 불식하고 선의적으로 경쟁하기로 약속했는데 며칠뒤에 경기도 용인 경안천 하천정비사업의 자동수문설계 발주에서 또다시 시비를 거는 바람에 계약이 무산됐다. 수문 하단이 라운딩이 엄연히 우리 회사 실용신안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특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상 하천은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최선이고 농업용수나 취수 저장을 위해 보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도심하천인 무심천 한 가운데 수중보를 설치한다는 것은 설비 전문가로써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ㅁ테크 한대표가 계약한 경북 김천시 새말보 자동수문 공사를 둘러싸고 ㄴ엔지니어링이 특허침해 공문을 발송해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대해 한대표는 “수문하단 라운딩은 우리가 추후 실용신안을 확보했다. ㄴ엔지니어링 대표는 우리 회사에 몇 개월간 위장취업해 기술을 빼간 것이다. 이후 특허침해 사건이 빈번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작년 3월에는 우리 특허를 쓸 경우 5%의 특허료를 내기로 합의서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도 근거없는 비방을 일삼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무심천 수중보 공사도 난항을 겪게 됐다. 영운동 취수장 수중보 개수공사의 경우 설계가 채택된 ㄴ엔지니어링에서 시공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ㅁ테크와 일괄계약된 롤러스케이트장 수중보 공사도 분리 착공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법과 시공회사가 다른 2개 수중보 공사를 ㅁ테크와 일괄계약한 대목도 의문이다. 이에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당초 설계주관을 하면서 수문의 모양은 ㄴ엔지니어링이 좋고 관리방식은 유압식인 ㅁ테크가 우수하다고 판단해 양쪽의 설계장점을 가미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됐다. 특허권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착공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심천 롤라스케이트장 수문보(40훼바)의 경우 3억원의 공사비 계약이 과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ㅁ테크가 지난 2001년 시공한 괴산 동진천 수문보는 규모가 더 크지만(50훼바) 군과 계약한 공사비는 1억8000만원이었다. 이에대해 ㅁ테크 한대표는 “전체 5개조 가운데 2개조는 도급자인 우리 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왜냐하면 자동수문보 신기술을 전체 하천폭 공사에 적용해 보기 위한 시범공사였다. 마케팅 차원에서 적자공사를 감수한 것이다. 동진천의 경우 건교부의 건설표준품셈에 따르면 최소한 2억5000만원 이상 공사비가 든다”고 말했다. 건설표준품셈에 따라 2억5000만원을 잡더라도 무심천 3억원 공사비는 과다한 것 아니냐는 반문에 대해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수중보는 기존 콘크리트 징검다리를 철거하고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환경련 간판 영원히 폐기하라?
수중보 계약업체, 청주환경련 상대 수차례 고발통보

청주환경련 박창재사무국장은 “하천은 자연하천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의 보호책이다. 다만 농업용·식수원용 담수가 필요할 경우에는 기존의 보를 개축해 하단식 배출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도심하천을 미관만을 내세워 수중보로 막는 것은 환경문제를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이번 계획은 산골짜기의 맑은 1급수를 막아 3급수 호소의 서식환경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수중보 설치에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청주환경련의 반대에 부딪치자 ㅁ테크측은 지난 1월 조철주대표 개인에게 고발 예정통보서를 보냈다. 최근에는 “수중보 설치후 무심천 생태계와 수질이 악화될 경우 공사비 전액을 환불하고 원상회복시키겠다. 하지만 생태계와 수질이 개선되면 청주환경련은 즉각 해산하고 간판을 영원히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증을 제안하며 형사고발 및 손배소송 청구 통보서까지 전달했다. ㅁ테크의 한상관대표는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청주 상당구 지구당위원장을 맡았던 한대수 시장과 교분을 맺고 자신이 운영하는 하천생태학연구소, 충북발명진흥협회 고문으로 위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표는 “그때 한시장께서 대중정치에 나섰는데, 사회 단체 직함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내가 권해서 고문직으로 이름만 올린 것이다. 다른 이유나 뜻은 절대 없다. 무심천 수중보도 나의 특허권 때문에 계약이 가능했던 것이지 한시장님에게 부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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