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의 '굴욕' ‘혹시나’ 가 ‘역시나’
상태바
도의회의 '굴욕' ‘혹시나’ 가 ‘역시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04.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도의회 인사특위 구성 무산, 도민 비난 쏟아져
“집행부 고위 공무원들 의원들에게 집요하게 로비했다"
충북도의회는 인사특위 구성을 말만 꺼내놓고 포기하고 말았다. 모처럼 충북도와 출연기관 인사에 대해 확실하게 쐐기박는 것 아니냐며 기대를 불러 모았던 특위 구성이 물건너 갔다. 도의회는 지난 24일 본회의장에서 인사문제를 전체 의원 특위가 아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행정사무조사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날 본회의장에서 이렇게 결정하기까지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이필용 행정자치위원장은 지난 16일 5분발언을 통해 충북도와 출연기관, 보조단체 임직원의 인사가 정실·보은·낙하산인사로 얼룩졌다며 도지사 인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문제있는 인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지적,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즉각 충북참여연대와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의 정실·보은인사 철회 성명서가 이어졌다.

   
▲ 도의회는 며칠만에 인사특위 구성을 번복했다. 사진은 24일 본회의 모습. 왼쪽 맨 앞이 정우택지사, 오른쪽 끝이 오장세 의장./사진=육성준기자
하지만 코너에 몰린 충북도는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도 인사를 정실·보은인사로 매도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지적한 것을 집행부가 곧바로 맞대응한 것은 사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자 오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차제에 충북도와 출연기관, 보조단체 임직원 인사를 정밀 조사해 정실·보은·낙하산인사 의혹이 없는가를 도민들 앞에 내보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우택 지사는 23일 “인사특위 구성 배경은 오장세 의장의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과 이필용 위원장의 5분발언에 대한 도의 반박 기자회견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나는 정치인인데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정면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 의장도 “의회 대표로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문제를 협의한 것은 인사청탁이 아니고 책무다”고 반박했다.

정지사, 오의장 인사청탁 들고나와
결국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지사의 정실·보은인사 의혹은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다루게 됐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이필용 위원장은 “집행부 친위대에 의해 특위를 못 만들게 됐다. 오늘은 도의회 치욕의 날이다. 조기를 달아야 할 판이다.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들 때문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행자위에서 정신차리고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것이다.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만일 도의회가 도지사 인사에 대한 특위를 성공적으로 구성했다면 전국 지방의회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 뻔했다. 오장세 의장은 역대 지방의회에 인사권에 대한 조사권이 발동된 적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집행부는 오장세 의장의 인사청탁을 거론하며 특위 구성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고 트집을 잡았지만 이는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라는 게 중론이다. 설사 오 의장이 사무처 직원 승진을 부탁했다 하더라도 특위 구성과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최근 충북도의 인사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의회의 역할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 물론 항간에는 정지사와 오의장이 정치적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지사가 대선주자 박근혜 계열인데 반해 오의장은 이명박 계열로 서로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의회를 방청했던 충북참여연대는 이 날 결정에 대해 “인사특위에 대해서는 의원 간담회를 통해 충분한 토론이 있었고 합의가 있었음에도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는 의회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정우택 지사는 정실인사를 반성하지 않고 의장의 인사청탁으로 맞불을 놓으며 물타기했다. 이는 자치단체장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당리당략에 좌우되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의회는 더 이상 의회라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도의원들은 24일 의원 휴게실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간담회 결과 존중하라” “법적 구속력 없다”
인사특위 구성 결정 며칠 새 뒤집은 도의회


지난 24일 도의회 임시회 마지막 날 의원 휴게실에서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본회의에서 인사특위 구성을 놓고 제안설명과 이의제기가 이어지다 정회가 선포되자 의원들은 우르르 휴게실로 들어갔다. 이필용 행정자치위원장(한나라·음성)은 “충북도의 정실·보은·낙하산인사 의혹 해소를 위해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 행자위에서 조사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의회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간담회에서 논의한대로 의결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송은섭 건설문화위원장(한·진천)은 “나는 4선 의원이다. 정치는 타협이다. 한 발씩 물러나서 냉정하게 생각하자. 인사문제를 의회 전체가 다룰거냐, 행자위가 할 거냐 그 차이다. 행자위가 다루는 게 타당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이기동 교육사회위원장(한·음성)은 “특위 구성하면 참여 의원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것이 안됐다”며 매우 애매하면서도 부정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김환동 의원(무소속·괴산)이 벌떡 일어나 “이 문제를 행자위로 넘기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잘라 말하자 여기저기서 “왜 직무유기”냐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미애 의원(열린우리당·비례대표)도 “의원 간담회에서 표결로 특위를 구성키로 하고 행자위에서 다루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럼 간담회를 왜 했느냐”고 따지자 오용식 의원(한·괴산)은 “간담회가 무슨 법적 구속력이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 외 나머지 의원들은 속을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으나 표결에서 과반수가 송은섭 위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0일 오장세 의장은 전체 의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인사특위 구성에 관한 건을 본회의 심의에 앞서 토론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 날 간담회는 본회의에서 공방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미리 한 번 거르자는 의도였다.

기자들의 취재도 막은 채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에서 도의회는 옥신각신 끝에 14대 10으로 특위 구성을 찬성했다. 전체 의원 31명 중 의장을 제외한 24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6명은 간담회조차 불참했다. 여기서도 “인사는 도지사의 고유권한이다” “아니다. 정실·보은·낙하산 인사가 심하니 차제에 쐐기를 박자”는 등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원들은 간담회 결과를 며칠 새 뒤집고 말았다. 수정동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 의원들은 18대 12로 과반수가 수정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필용 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집행부 고위급 간부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집요한 로비를 벌였다고 본회의장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나도 고위급으로부터 특위를 만들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외부에서도 의원들이 결정시한까지 집행부 로비에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결국 이대로 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