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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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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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시절 당시 영부인이였던 고 육영수 여사가 TV에 초대되었습니다. 어떤 프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회자는 영부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영부인은 ‘고향의 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당시 어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동숙의 노러, ‘바다가 육지라면’등을 기대했던 나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오는 노래를 어른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로 꼽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영부인이 등장하는 행사에는 곧잘 ‘고향의 봄’이 전파를 타고 흘렀고, 그의 장례식에서도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조곡’(Lemminkainen ja Saaren neidot)과 더불어 ‘고향의 봄’은 끊임 없이 전파를 타고 흘러 나왔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TV드라마 ‘오버더 레인보우’에서는 신세대 가수 환희가 이 노래를 트로트, 댄스, 발라드 버전으로 부르면서 요즘 신세대들에게도 ‘고향의 봄’이 심심치않게 불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원수 선생이 10살 때 1절을 썼고, 홍난파 선생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국민가요로 자리한지 오래 입니다.
귀에 익고, 그냥 알게 된 이 노래가 일본어를 직역한 것이거나, 일본어로 사고하는 사람만이 쓸 법한 말이라고 해서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문법대로라면 ‘내가 살던 고향’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원수 선생은 생전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잘못된 표현이라해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이 노래를 고칠 수 없다고 했답니다.

우리는 ‘나의 살던 고향’은 이 명사구가 형성되는 과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나의+내가 살던 고향’이고, 이것이 동일 어휘 생략 과정 등을 거쳐 ‘나의+살던 고향’의 표면구조로 형성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의 살던 고향’은 틀린 표현이 아니라고 합니다.

4월, 산 모퉁이를 돌 때마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서 울컥 목이 메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평범한 것 앞에서 이렇게 대책없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은 나이 듦의 징조라고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는 여러 형태의 고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움과 연민의 정으로 가득한 고향,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고향, 삶의 굴레에서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고향 등.
내고향 영월 서강 자락이 눈감아도 가슴으로 매만져지는 나이, 고향의 봄이 더 없이 그리운 봄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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