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수험생 마치고 전업작가 결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서정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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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수험생 마치고 전업작가 결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서정두씨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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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두(32)씨의 작업은 얼마전 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전에서 처음 봤다. 그를 빼닮은 작은 조각상에 걸쳐진 표정과 어디서 다 구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볼펜들이 둘둘 말아져 있는 모습이 쉽게 지나칠수 없었다. 알고보니 이 설치작품은 서씨의 지난 5년의 세월을 압축한 것이었다.

충북대 미술교육과 95학번인 그는 졸업후 일년정도 작가생활을 하다가 생업을 위해 5년동안 임용고시에 매달렸다고 한다. 이쯤에서 그 수많은 펜들은 그의 손떼가 묻은 ‘수험용 필기도구’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03호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그를 닮은 나무조각상이 먼저 반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볼펜심들이 듬성듬성 꽂혀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설픈 나의 동정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그에게 5년의 세월은 어땠냐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뭐, 후회는 없어요. 작품은 고시생의 이미지를 표현한 거죠. 자학한 것은 아니고(웃음), 다 추억이 있는 것들이라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나로부터 시작되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봐요. 그것이 주변으로, 사회로까지 이어진다면 더 좋고요. ”

그는 5년동안 공부도 열심히 했고, 기간제 교사, 학원강사, 또 제빵기술 자격증도 땄다고 했다. “전 현실적인 사람이라, 작가를 할까 제빵사를 할까 고민도 많았어요. 케익을 굽는 것도 작품만드는 것과 비슷하니까. 그런데 젊은 나이에 작품안하고 안주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가장 하고 싶은일을 미루면서까지 살고 싶지도 않고, 이제 좀 재밌게 살려고요.”

그러고 보니 한쪽에서 쿠키냄새가 솔솔났다. 자세히 보니 앙증맞은 ‘진저맨’ 쿠키들이다. 진저맨은 영화 ‘슈렉’에 나오는 종종 우울해지는 생강쿠키다. “얘네들 몰라요. 최고 인기인데. 처음 여기와서 쿠키 구워서 많이 나눠졌죠. 사실 진저맨 틀이 시중에 나와 있어서 사용했는데, 앞으론 제가 만든 틀로 구워볼려고요.” 그 변형된 첫 캐릭터는 바로 ‘생각하는 진저맨’.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진저맨 조각품을 보니 피시식 웃음이 났다.

그에게 재밌는 작업, 튀는 작업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아니요. 지금은 신문의 만평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메시지를 넣고 싶은 것이 바람입니다”고 진지한 답을 내놓는다. “전 추상보다는 구상성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들만의 미술’로 남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가 염두해두고 있는 곳은 육거리 재래시장, 성안길 등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작품으로 담아두고 싶다고 했다.

서씨는 “올해 수험생의 연을 끊고 나니 작가로서 좋은 일들이 잇따라 펼쳐졌어요”라며 웃어보였다. 첫 개인전이 잡혔고, 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일도 배우게 됐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작업실이 생겼다고 했다. “월별로 새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요즘 몸은 고단하지만, 일하는 게 참 재미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문득 본 창문엔 수험생활의 힘든 일상이 적혀진 메모들이 눈에 띈다. 수험생을 자진탈출한 그, 비록 선생님은 못됐지만 멋진 예술가가 될것이라 믿는다.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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