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아픔 공존하는 2003 청주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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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아픔 공존하는 2003 청주의 봄
  • 충청리뷰
  • 승인 200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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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벚꽃
4월의 벚꽃은 어김없이 왔다. 벚꽃은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움을 틔운 매화와 남해안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의 화려함에 이어 온다. ‘뛰어난 미인’ 이라는 꽃말처럼 벚꽃의 아름다움은 단연 돋보인다. 지난 5∼6일 청주 무심천의 벚꽃은 절정이었다. 청주시민들은 모두 무심천으로 몰려 들었다. “벚꽃 구경했느냐”가 인사일 정도로 사람들은 만개한 벚꽃에 열광했다. 꽃잎 한 개 한 개는 연한 핑크빛의 작은 꽃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모여 보여주는 세계는 기쁨이자 환희다. 청주의 상징 무심천이 가장 사랑받는 때도 요즘이다.
진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벚꽃을 자랑한다. 알려진 것만으로도 22만 그루.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후 진해에 군항을 건설하면서 도시 미관용으로 심기 시작한 벚꽃이 현재 이렇게 늘었다는 것. 한 때 벚꽃은 일본 국화라 하여 광복후 많이 베어졌다. 그러나 식물학자 박만규·부종휴씨에 의해 왕벚나무 원산지는 제주도로 밝혀져 요즘에는 벚꽃살리기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진해에 많은 왕벚나무는 다른 종보다 꽃의 양도 많고 화려해 ‘벚꽃중 제일’ 이라는 뜻으로 앞에 ‘왕’자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심천에는 왕벚나무와 산벚나무가 섞여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무심천의 벚나무가 대략 2000그루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벚나무는 한꺼번에 피는 것이 아니다. 왕벚나무가 핀 뒤 이어 산벚나무가 그 존재를 알린다. 지난 7일 비가 쏟아지자 무심천은 창졸간에 하얀 꽃밭이 됐다. 나무에 매달려 있던 연한 꽃잎은 한순간에 꽃비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꽃이 피기 시작한 뒤 벚꽃의 생명력은 1주일 정도 밖에 안되는데, 그 사이 비가 내리면 아름다움도 금세 자취를 감추고 만다.
여의도 윤중로·경포대·진안 마이산·진해·하동 쌍계사 등 전국적으로 벚꽃이 유명한 곳은 많다. 이에 비하면 무심천 벚꽃은 보잘 것 없다. 화려한 꽃터널이 있는 것도, 벚꽃축제를 벌일 만큼 벚나무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청주시민들은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선한 마음을 선사하는 무심천 벚꽃을 사랑한다.

대학 캠퍼스

대학 캠퍼스에도 봄은 일찍 온다. 학생들이 모습을 감춘 엄동설한, 그 때 학교 캠퍼스는 썰렁함 그 자체였다. 건물도 우중충하고 학생들의 웃음이 끊긴 그 곳은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3월이 되어 학생들이 돌아오자 학교는 다시 빛을 찾았다.
그래서 왁자한 웃음이 퍼지는 잔디밭은 평화롭고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부지런히 캠퍼스를 오가는 그들에게서 젊음과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렇게 대학은 아름답고 자유롭다. 그러나 반면에 아픔도 있다. 학생들은 반전평화 사진전을 열고 하루종일 반전 캠페인을 펼친다. 지난 7일 충북대 신학생회관 앞. “미국이 벌이는 모든 예방전쟁을 반대한다” “이라크, 사람의 몸이 산산조각난 곳. 그 곳에도 꿈이 있을텐데…” “전쟁으로 흥한 자는 전쟁으로 망한다”같은 문구가 선명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래서 평화로운 대학만을 생각하고 찾아온 외부인은 그만 썸뜩해지고 만다.
하지만 대학은 이런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 충북지역 대학교수들도 여기에 동참해 반전수업을 펼치고 있고 총학생회에서는 나름대로 전쟁의 참혹상을 알리고 있다. 충북대의 한 학생은 “이라크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가 여기서 전쟁반대를 외친다고 당장 종식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노력들이 쌓여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전평화사진전을 잠시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다리 잘리고 울부짖는 이라크 어린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있었다. 전쟁을 반대하는 세계 각국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전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美, 바그다드 완전 포위’. ‘바그다드 대통령궁 3곳 장악’ 신문의 톱기사는 여전히 전쟁 소식이다. 캠퍼스의 봄은 이렇게 아름다움과 아픔이 공존한다.

육거리 시장
‘고독이 그치는 곳에 시장이 비롯된다’고 육거리 시장은 요즘 제 철을 만난 듯 활기차다. 봄이 되자 쑥·달래부터 각종 야채와 생선, 꽃나무가 등장했다. 봄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어찌 시장을 빼놓을 수 있으랴. ‘오리알 10개 2000원’ ‘호박 2개 2000원’ ‘사과 10개 3000원’ 이라고 씌인 것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꽃무늬 원피스와 알록 달록한 리본이 붙어 있는 아이들 신발을 싸게 살 수 있는 곳도 이 곳이다.
상추는 1000원 어치만 사도 한봉지 담아준다. 그리고 콩나물을 파는 할머니는 말을 하지 않아도 덤으로 한주먹 집어준다. 평생 콩나물 장수로 살아온 할머니의 손은 거칠고, 얼굴에도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지만 당신의 노점으로 들어온 손님이 고마워 환하게 웃었다. 요즘 장사 잘 되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그저 그래”라며 또 웃는다.
울긋불긋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내뿜는 꽃시장으로 가자 이름 모를 꽃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사람들은 ‘이름 없는 꽃’이라는 말을 쓰지만 세상에 이름 없는 꽃은 없다. 단지 그 꽃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 시장에서 사먹는 호떡과 찐빵은 별미다.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새벽시장에서 사먹던 그 맛이 그리워 먹어본다. 아마 빵맛은 그대로인데 사람 입맛이 변했을 것이다.
육거리시장은 재래시장 살리기 일환으로 다행히 아케이드와 주차장이 설치돼 환경이 좋아졌다. 눈·비를 막아주는 아케이드는 상인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형 할인매장과의 ‘경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주차장 넓고, 쾌적하고, 깨끗한 대형마트의 증가로 시장은 이미 옛날 모습이 아니다. 명절이나 돼야 반짝할까 평소에는 손님이 없어 걱정이라고 상인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봄은 봄이고 육거리시장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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