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 만원의 행복 사라지나?
상태바
연인들 만원의 행복 사라지나?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7.06.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관람료, 극장협 신용카드 할인 폐지 요구

   
▲ 3일 청주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표를 사고 있다. 금·토요일 한창 북적이던 극장가는 일요일 오후가 되자 썰물처럼 빠진 관객으로 비교적 한산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연인들이 배춧잎 한 장으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이제 사라지는 걸까? 지난해 7월 이동통신사의 영화 할인 서비스가 수도권에서 전면 중단된 이래로 충북에서도 할인 폭이 크게 줄어 소비자들의 답답한 주머니 사정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극장협회가 신용카드사의 영화 할인 서비스마저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요즘 제값 내고 영화를 보면 ‘바보 소리’를 들을 만큼 다양한 카드의 할인혜택과 극장별 이벤트 할인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적절히 이용하면 상당부문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현재 청주에는 CGV가 인수한 쥬네스 시네마(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1가) 8개관과 다음 달 완공 예정인 마야(상당구 서문동) 10개관이 합쳐 18개관의 메이저급 영화관을 선뵐 예정이다.

또 지난해 5월 25일 개관한 SFX(청주 상당구 율량동) 11개관과 지난 2001년 4개관으로 시작, 2004년 한 차례 리모델링(2개관 증축)을 통해 6개관으로 증축된 키노피아가 있다. 또한 지난 2004년 2월 개관한 프리머스 시네마(청주 흥덕구 가경동) 8개관이 있다. 여기에 내년 9월 롯데시네마(청주 상당구 북문로 1가) 8개관이 오픈 하면서 본격적인 복합상영관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통사 할인 폭 줄이고 전면 중단도
청주 극장가는 지난해 7월부터 이동통신사 할인 서비스를 기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대폭 줄였다. 전면 중단한 수도권에 비해 그나마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할인 혜택을 조금이나마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프리머스 시네마는 본사 지침대로 과감히 이동통신사 할인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줄어드는 고객감소에 대한 부담으로 초·중·고와 대학생을 상대로 1000원 할인 이벤트를 들고 나왔지만 이 조차도 이번 달 들어 중단했다.

이 밖에 극장별로 이동통신사 포인트(마일리지) 카드 제휴도 제각각이다. 이동통신 3사(SKT, LGT, KTF) 마일리지 카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키노피아가 있는가 하면 쥬네스와 SFX는 엘지텔레콤과 KTF만이 이용 가능하다.

이는 이동통신사들이 신규계약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머스 시네마 청주 김태우 기획실장은 “늘어나는 분담금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이 한때 고객유치를 위해 최고 2000원까지 영화 관람료를 대납했지만 이제 파이가 커지면서 500원밖에 부담을 안 하면서 나머지 1500원은 극장의 몫으로 돌아와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SFX 이강현 과장은 “이동통신사 할인 서비스는 극장 입장에선 남는 장사가 아니다. 현재 성인 1인당 이용료 6000원 중 극장이 배급사에 지급하는 비용 2000원과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1000원, 제휴카드사 등에 지급하는 분담금까지 제하고 나면 고작 1000원 남기 일쑤다”며 “더 이상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으려 각종 할인 서비스를 중단하고 싶지만 다른 극장들과 경쟁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협회 신용카드 할인 티격태격
이에 전국극장협회는 최근 여신금융협회와 각 신용카드사에 영화 카드 할인 서비스를 폐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카드 업계나 소비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일단 관객유인효과가 큰데다 카드사가 거의 부담하는 할인제도를 굳이 없애자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동통신사가 중단한 영화 할인 시장에 유명 카드사들이 일제히 뛰어들어 적게는 1000원에서 중복 할인 시 많게는 5000원까지 할인해 주는 각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는 각종혜택으로 인한 가입자 늘리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협회가 뒤늦게 카드 할인 폐지를 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극장협회는 먼저 카드 제휴를 맺지 못한 중소극장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대형극장과 중소극장간 양극화가 심화 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문화관광부가 콘텐츠 제값받기에 적극 나설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극장협회는 카드 할인 혜택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수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강조했다. 키노피아 정계영 대리는 “각종 카드 할인은 결국 소비자가 쌓아 놓은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격이다. 즉 생색은 카드사 등이 내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카드사 관계자는 “설사 카드 할인 서비스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서비스 제휴 기간이 남아 있어 이 기간은 채워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가맹점 할인이 안 될 경우 자체할인(사후할인)도 할 수 있어 카드사 할인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극장협회가 다음달부터 3%의 영화발전 기금을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카드 할인 폐지를 내세워 제휴 수수료를 올려 보려는 심사는 아닌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실제 문화관광부는 앞으로 4000억 원의 영화발전 기금을 조성·운용할 방침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관객, 너무 비싸서 못 보겠다
이에 대해 일단 관람객의 반응은 냉담하다. 최근 유명 검색 포탈 사이트(엠파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794명 중 67%(1199명)가 이동통신사의 영화 할인제 폐지 후 영화 관람횟수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그래도 여전히 즐겨본다’고 답한 사람은 겨우 33%(595명)에 불과했다. 이는 영화 할인 중단이 영화 관람에 큰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청주 극장가에도 잘 나타난다. 이동통신사의 영화 관람료 할인 중단이후 관객이 10%이상 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쥬네스 민웅기 전무는 “영화계 전반적인 침체가 원인일 수 있다”며 “영화 할인 서비스는 극장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해 주고 있는 것이지 고객 유인효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얼마만큼 흥행작을 올리느냐에 따라 영화 관람객 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프리머스 시네마 김태우 실장은 “마일리지를 다 쓴 학생들이 제 값(5500원)을 내고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영화 할인가격이 꼭 관람객 수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주 금천동에 사는 직장인 엄기철씨(34)는 “영화 할인 폭이 줄면서 정말 괜찮은 영화가 아니면 챙겨보지 않는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라도 다양한 할인혜택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B카드사 관계자는 “극장도 하나의 가맹점인 만큼 신용카드 자체를 안 받을 수 없다”며 “이는 여신금융법위반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 따라서 극장협회도 카드사 자체할인을 거부할 순 없다”고 말했다.
/ 경철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