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모처럼만에 밤하늘을 오래도록 쳐다보았습니다.
초이틀 달이 얼마나 얇고 가는지를 처음 알았고
샛별의 이동경로도 비로소 선명하게 느꼈는데
게다가 낮동안 뜨거웠던 날씨와 달리
저녁에 부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를 느끼며
여름밤의 아름다움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여름 밤이면 떠오르는 그림 하나,
아직 그러기에는 조금 이르겠지만
초가지붕을 힘차게 기어오른 박넝쿨에서
뽀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하이얀 박꽃이 피어나고
그 박꽃 위에 떨어지는 달빛이며
그 언저리에 모깃불 피워놓고 꿈을 먹으며 자라던
내 어린 시절의 어느 한 때입니다.
달과 별을 느끼고
바람결의 시원함에 곁들여
어린 날의 향수까지 즐길 수 있었으니
어젯밤의 그 모든 것은
하늘이 내게 내려주신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고 중얼거리며
흐뭇해하는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생,
그건 누가 뭐래도 역시 벅찬 행복,
삶이 고단하다는 어떤 사람에게 며칠 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는 오늘 아침,
그 날의 그 말은
'그래도 인생은 한 번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오늘 또 그 살아볼 만한 인생의 하루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주 아름답게...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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