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자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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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자귀나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6.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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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수 충북숲해설가협회 회원

   
 
   
중국 시경에 “아내와 잘 합하는 것이 금슬을 고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금(琴)은 거문고이며, 슬(瑟)은 여러 현으로 이루어진 비파를 의미하는 말로 거문고와 비파가 잘 어울리면 최상의 화음이 된다는 뜻으로 조화를 잘 이루는 부부 사이를 ‘금슬’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행 맞춤법상 거문고와 비파 자체일 때는 ‘금슬(琴瑟)’로 쓰지만 부부 간의 애정을 나타 낼 때는 ‘금실’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ㅅ, ㅈ, ㅊ’ 다음에 오는 ‘으’는 ‘이’로 쉽게 변하는데, ‘琴瑟’은 주로 부부 간의 화목을 나타낼 때 쓰는 경우가 더 많고, 많은 사람들이 ‘금실’이라고 발음을 하게 되자 ‘금슬’ 대신 ‘금실’을 표준말로 정하게 됐다고 합니다.

숨막히는 도시공간에서 부부금실을 자랑하는 자귀나무가 있습니다. 낮에는 잎이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가 밤이되면 흐트러짐 없이 마주보는 잎들이 서로 맞대고 밤을 보내는 특성이 있어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등으로 불려지며,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옛 어른들은 안마당에 자귀나무를 심어 놓으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또한 말린 꽃잎을 베개 속에 넣어두면 남편의 바람끼를 잡는 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자귀나무가 밤만 되면 서로 잎을 맞대고 밤을 보내는 것은 마주난 잎들이 수면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밤에는 햇볕이 없어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 수 없으므로 잎의 표면적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발산을 막으려는 자귀나무의 생존 전략이며 자연의 순리 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법칙과 순리를 어기며 살아가는지 생각해 볼일입니다. 자연의 침묵은 하나의 항변이라고 했던가요? 오뉴월, 자귀나무 꽃은 새 가지 끝에서 꽃차례를 이루어 마치 공작새가 날개를 펴 올린 듯 한 자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압도합니다.

이는 삭막하고 빠듯한 일상에 눌린 도시인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기도 하고,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머릿속처럼 맑아지게도 합니다. 나뭇가지에 햇살이 코일처럼 감기는 6월입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자귀나무 잎의 수박향을 머금어 싱그러움을 더해줍니다. 서울 인사동에 자연물을 이용한 전시회가 있다고 해 다녀온 적 있습니다.

잊어버린 감성과 기억을 되살려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귀나무 꽃의 환상적인 변신에 감탄과 경이로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 본연이 간직한 평온과 여유, 순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연에서의 또 다른 발견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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