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도립예술단 창단, 예술계‘들썩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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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도립예술단 창단, 예술계‘들썩 들썩’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7.04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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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장르결정은 8월, 단 1개단만 운영할 터”
연극계 서명운동, 음악계도 조만간 단체행동

도립예술단 창단이 지난 2일 발표됐다. 아직 장르는 미결정. 도립극단인지, 도립오케스트라가 될 지는 8월초 최종 결정이 난다. 전국에 180여개의 공립예술단체들이 있지만 ‘성공’이라는 방점을 찍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전문가가 부재하고 편의시설도 갖추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발걸음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에는 이제 도립예술단 1개단, 시립예술단 4개단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예술단 창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영계획을 짜는 것. 현재 시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체육회관의 구조적인 문제와, 청주예술의 전당의 시설을 점검한다. 또, 경기도 문화의전당을 그 예로 운영 시스템의 대안을 찾는다. / 편집자

충북도는 지난 2일 도립예술단 창단을 발표했다. 민선 4기, 정우택 지사 취임 1주년 맞은 자리에서 발표된 ‘문화 비전’들 중에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도는 아직 장르 결정을 못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예술단 창단을 목표로 지난 3월부터 추진했지만, 예술계의 여론을 듣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보했다. 8월 초 최종 장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력한 후보는 연극과 오케스트라. 그러나 먼저 한 개단을 만든 후에 다른 장르를 만들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도립예술단의 티켓은 한 단체에게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도립 예술단은 1개단이며, 올 하반기에 운영계획을 짜서 내년에는 바로 창단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연극계와 음악계가 도립예술단 창단을 앞두고 입장 표명에 나섰다. 먼저 연극계는 “고사 직전의 연극인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숙원사업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역 연극은 전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 3회를 수상한 이력을 자랑한다는 것. 이처럼 도립극단의 당위성은 충북도 연극협회가 최근 직지를 소재한 한 연극 ‘직지 그 끝없는 인연’이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타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직지의 현재의 갈등과 미래를 묻는 연극은 곧 지역 연극의 현재와 미래를 묻는 질문이기도 했던 셈이다.

충북도 연극협회 이윤혁 대표는 “시군별 특색있는 소재로 연극을 만들 것이다. 특히 소외지역 문화향수권 증대를 위해서는 도립극단이 생겨야 하고, 향후 시립, 군립까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충북도 연극협회는 도립극단 창단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지난달 23일 청주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앵콜 공연 이후 리셉션을 통해 극단 창단의 의지를 다졌다. 리셉션에는 정우택지사, 남동우 청주시의회의장, 노화욱 정무부지사등이 참석해 힘을 실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30일과 7월 1일에는 성안길에서 도민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연극협회는 “현재 6000명의 도민 서명을 받았다. 시민들의 지지가 뜨거웠다”고 밝혔다. 이날 서명운동에는 극단 청년극단 출신인 영화배우 유해진씨(왕의남자 출연)와 중견배우 최종원씨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둘의 등장으로 홍보효과도 톡톡히 봤다.

유해진씨는 “선배님들과 후배들이 나서서 도립극단 창단에 힘쓰는 것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지역연극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극단이 창단 돼 지역의 연극 토양이 풍성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도립극단 운영을 위한 예산으로 연간 10억원 정도를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 관계자는 “8월까지 장르를 결정해야 기본적인 개요가 나온다. 9월에 내년도 예산안을 올려 전체적인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협회 3월 소책자 발간

 한편 연극협회가 지난 3월 발간한 ‘충북연극 활성화를 위한 도립극단 제안 및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단장 1명, 단무장 1명, 총무 1명, 상임단원 7명 등 총 1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 소요예산은 인건비, 운영비, 공연비 항목 포함 5억 8000만원으로 잡았다. 연극협회는 “매년 20%정도를 키워 5년후 완전한 형태를 갖출 수 있다. 연 2회 정기공연과 찾아가는 공연을 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5개년 계획에는 고전극 시리즈 제작, 직지와 하이닉스 등 지역을 소재로 한 상시연극, 국제 비언어극 페스티발 개최, 오락극 제작, 희곡공모 등의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또한 매년 일정액을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아 독립체산제로 운영함으로써 노조문제나 이른바 철밥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현재 관립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경기, 전북, 전남, 경북 등이다.

그러나 타시도 운영사례를 보면 역시 성공이라는 방점을 찍기에는 역부족이다. 30~40명에 이르는 단원과 단장, 훈련장, 스텝들의 인건비와 작품제작비, 운영비 등에 필요한 예산지원 만큼 활력적인 무대를 꾸미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역의 문화예술관련 교수는 “전국 어디를 봐도 도립예술단은 분야를 막론하고 경제적인 안정이 보장되기 때문에 나태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상임연출가(지휘자) 선정및 단원들을 공개모집한다거나, 단원들의 임기를 5년, 7년 단위로 정하고 재임을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단을 위한 공청회가 필요하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전문가들이 참여해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극협회 관계자는 “시립극단 운영시 상임연출은 외부 공모를 받을 것이며, 단원들을 1차적으로 지역에 한해서 뽑게 될 것이다. 또 상임단원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연임이 가능하지만, 그 후 2년 동안 쉬는 방안 등 운영의 묘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는 이제부터 시작?

한편 도립예술단의 또다른 후보는 도립오케스트라다. 음악인 K씨는 “도립오케스트라가 창단되면 지역민들이 문화향수권을 증대할 수 있다. 극단과 달리 공연시 이동하는 데 용이성이 있고, 또한 도를 알리는 데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경기도립 팝스 오케스트라의 경우 금난새, 서울시향은 정명훈씨가 지휘자로 오면서 유명세를 탔다는 것. 하지만 충북도는 시립교향악단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에 음악인 Y씨는 “충남도의 경우 도립오케스트라의 근거지가 공주다. 이처럼 청주에 청주시향이 있다면, 충주나 제천에도 만들 수 있다. 이는 예산을 균형적으로 분배하는 것이고, 지역 인프라를 키우는데도 일석이조다”고 주장했다. 오선준 청주시 예총음악협회장은 “7월 초 협회 회원들이 모여 도립예술단 찬반에 대한 토론을 거친 후 공식적인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원도에는 춘천, 원주, 강릉 등 세군데나 오케스트라가 있다. 따지고 보면 충북엔 단 한 개 뿐이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전문 클래식 오케스트라 창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음악계에서는 아직까지 분명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연극협회가 단체행동을 결의하는 것에 비해 음악계는 한 발자국씩 늦고 있다.

한편 이러한 예술단 창단이 취임 1주년을 맞은 정우택 지사를 위한 전시성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들린다. 민선시대 지자체 단체장들이 도립예술단 창단을 통해 하루아침에 ‘문화 이력’을 쌓는 일이 왕왕 벌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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