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박물관은 손님없는 ‘유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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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박물관은 손님없는 ‘유물창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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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7개 대학박물관 …재단, 학생 모두 외면해
예산부족으로 유물교체, 특별전, 기획전 등 지속적인 행사 어려워
개성살린 박물관 필요…서원대 한국교육자료박물관 특색 살린 전시 눈길

현재 전국에 있는 대학 박물관 수는 90여곳. 전국 박물관의 절반 정도를 대학 박물관이 차지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7개 대학에서 대학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다. 대학박물관이 캠퍼스 내 ‘요새’처럼 위치하고 있을뿐더러, 굳게 빗장이 내려져 있기 일쑤다. 전면개방을 하는 곳들도 많지만, 휴일이나 방학때는 어김없이 문을 닫기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재학생들조차 관심이 없다. 전공과 학생들의 레포트 제출을 위한 방문마저 없다면 대학박물관은 일년내내 고요하기만 하다.

문 걸어잠근 대학도서관
청주대학교 박물관 건물은 지하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비교적 훌륭한 독립건물이다. 대다수 대학들이 도서관, 전산실 등의 건물에 더부살이를 하는 데 한해 독립건물을 마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평일에는 9시 30분부터 5시, 토요일에는 1시까지’ 라는 개관안내 표지판이 붙어있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청주대 박물관 앞에서 만난 이재연(23)씨는 “대학박물관을 딱 한번 가보았다. 호기심에 찾아가 보아도 문이 닫혀져 있어서 몇번이나 발길을 돌렸다. 막상 어렵사리 들어가 보니 기대한것 보다 못해 실망감이 컸다. 비전공자의 눈엔 대학박물관은 기타 박물관에서 보았던 유물들이 한 장소에 조금씩 모아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청주대 대학박물관에 들어가려면 지하에 있는 사무실로 내려가 문을 따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면 박물관에 상주하는 근로장학생들이 수시로 문을 따주고, 감상이 끝날때까지 밖에서 기다린다. 그 이유는 도난방지를 위해 ‘수동식 보초’가 필요하다는 것.
이처럼 특히 사립대의 경우는 일반 국·공립에 비해 재단의 관심이 없다면 대학박물관 운영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예산부족으로 도난방지를 위한 CCTV설치, 정기적인 전시유물교체, 특별전과 같은 기본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박물관 안내책자 하나 없어 거리가 더욱 멀게 느껴진다.

개성살린 대학박물관 만들기
그렇다면 애써 마련한 대학박물관이 재단과 학생들로부터 냉대를 받는 이유는 뭘까. 서원대학교 한국교육자료박물관 이향숙씨는 “더이상 전공자들에만 치우친 공간이 돼서는 안된다. 대학박물관들이 너도나도 평생프로그램과 특별전과 같은 전시회를 여는 것도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라며 “각 대학박물관들이 특성화 되지 않는다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원대학교의 한국교육자료박물관은 지난해 7월 미래창조관으로 이사하면서 ‘교육자료100년전’특별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도내 대학들이 고고학과 중심의 유물전시관들이 주를 이루는 반면, 서원대는 일찌감치 역사교육과의 특성을 살린 교육전문박물관을 내세웠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박물관과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전시관 내에 휴식공간을 만들어 놓았고, 이곳에선 대학원 전공수업이나 일반인들을 위한 다도, 도자기 등의 문화강좌, 박물관 문화강좌등도 열려 공간활용이 돋보인다. 또한 박물관 홍보를 위한 비디오를 제작, 자료 DB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 설치등 관람객들을 위한 세심한 편의가 눈에 띈다.

대학박물관, 전문교육기관 역할담당해야
충북대학교는 올해 9월쯤 구 대학본부건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전산실 건물에 더부살이 하고 있었으나, 70년도 설립이후로 30년이 걸려 독립 건물을 갖게 된 것이다. 1층은 구석기 중심, 2층은 고고미술유물, 3층은 16세기부터 20세기 의복전시관을 꾸밀 계획이다. 또 이를 기념해 대대적인 기획전도 준비하고 있다.
우종윤 박물관 전문 연구원은 “충북도를 나타내는 책, 지도, 사진자료등을 통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나열하는 전시를 계획중이다. 똑같은 장소지만 시대별로 변화되는 모습은 일반인들에게 재미와 친근감을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박물관이 그동안 교육·연구·조사중심으로 치우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교육기관이라는대학의 특수성 때문이다. 유물을 전시하여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간접교육이다. 그리고 특수전공자 중심의 지속적인 발굴이 이뤄졌기 때문에 충북대의 경우 선사시대 박물관, 복식박물관이라는 전문성을 띄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이화여대 박물관에서는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이라는 미술과 만화를 엮는 전시회를 열어 큰 관심을 끌었다. 보통 학술 전시나 고미술, 고고학 전시 등에 치중해온 대학 박물관의 관례를 뒤집는 파격적인 전시였다. 이에 따라 대학박물관의 기획전이 대학의 이미지를 높이는 훌륭한 홍보수단이자, 지역민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으로 가치를 톡톡히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우종윤 연구원은 “충북대는 지금까지 14번의 특별전을 열었다. 특별전을 열때마다 도록제작비, 홍보비 등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또한 투자한만큼 다시 환원되고, 교육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면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에서는 무리수가 따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충북대는 일반인들을 위한 사회교육프로그램을 85년도부터 실시하고 있다. 박물관교양강좌는 일년에 4~6차례 열리며, 지금까지 총 56회가 열렸다. 또 95년부터는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인 ‘박물관대학’을 1년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50~60명이 수료하고 있고, 이를 거쳐간 사람들이 다시 청주박물관, 고인쇄박물관에서 문화해설사, 박물관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대학내에서 실시하는 체계적이고 전문프로그램이 사회로 환원되는 ‘일꾼’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물창고 ‘NO’
대학박물관이 더이상 ‘유물창고’로 끝나서는 안된다. 유물의 보유량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또 엄숙한 박물관의 이미지를 벗고, 누구나 와서 향유할 수 있는 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전시기획과 공간구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대학박물관의 특수성을 살린 교육프로그램들은 박물관 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공간내 안내책자, 토론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 배치 등 세심한 관심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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